한국불교학회·백련불교문화재단 학술대회서 제기

석길암 금강대 HK교수

 

종정 역임하는 동안 설한 법어

당시 사회 대한 현장의식 반영

황순일 동국대 교수

 

서구 불교학 전통성과 수용하고

한국불교 근대성 확보 위해 노력

불교의 방대한 대승경전은 부처님이 직접 설한 것이 아니라는 대승비불설(大乘非佛說). <금강경>이나 <반야심경> 등이 부처님에 의해 쓰여졌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근대불교학 문헌학 연구결과는 특히 수행자들에게 큰 도전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성철스님(1912~1993)이 당시 논란의 대상이었던 대승비불설을 두고 중도(中道)사상을 통해 극복해 나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황순일 동국대 교수는 한국불교학회와 백련불교문화재단이 지난 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연 학술대회에서 “성철스님은 한국불교 근대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사이면서도 교학에 관심을 갖고, 불교사 재해석을 통해 대승불교 경전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한국적인 해결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성철스님 당시 본격적으로 서구문헌학의 성과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대승경전들은 부처님 열반 후 5~6세기가 지난 후의 사건이므로 부처님 친설(親說)이 아니라는 설이 널리 퍼지게 됐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한국 선불교의 가르침 또한 근거가 결여된 것으로 받아들여질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 이에 성철스님은 서구 불교학 전통 성과를 수용하면서도 대승불교 사상의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게 된다.

이날 황 교수는 ‘중도와 한국불교의 근대성’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성철스님은 후대 발전한 교리가 중도에 부합된다면 불설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며 “백일법문은 불교교학 전체를 중도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해 불설로 확장하려는 간절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논평자로 나선 안성두 서울대 교수도 “선불교 전통이 부처님 가르침과 관련 없다는 문헌학적 연구성과는 수행자들에게 위기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며 “성철스님은 수행자가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실례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성철스님이 종정을 역임하는 동안 한국사회에 던지고자 했던 화두가 무엇이었는지를 분석한 발표도 있었다. 석길암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HK교수는 ‘현대사회에서 선사의 산중담론 혹은 법어가 가지는 의미’라는 발제문을 통해 “성철스님의 한글법어를 매개로 한 화두 던지기는 대중으로 그 대상을 확대하고 의정(疑情, 화두를 보는 길잡이)을 불러일으키는데 있어서 근현대 어떤 선사보다도 성공적이었다고 평할 수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선사의 사회적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성철스님은 사회민주화 요구가 가장 드셌던 1980년대와 90년대 초반 동안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였다. 당시 조계종 종정으로서 스님이 법어를 발표할 때마다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세간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대사회적 메시지로서의 기능을 다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이날 석 교수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법어집 <자기를 바로 봅시다>를 중심으로 스님 법어의 사회적 의미에 대한 해석을 시도했다. 석 교수에 따르면 성철스님은 ‘불공(佛供)’ 하는 스님상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 때 불공이란 ‘남을 도와주는 것이지 절에서 목탁 두드리는 것이 아니며, 불공은 밖에 나가서 해야 하는 것’임을 말한다. 석 교수는 “종정을 역임하는 동안 설한 법어는 사회에 대한 불교 현장의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교인에게 충분한 시사점을 던져줬다”며 “스님 화두가 지금도 세상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것은 그 법어가 생명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불교신문3113호/2015년6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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