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 크리슈나무르타의 가르침

길은 없지만 가야할 길

최준식 지음 / 하늬바람에영글다 

인류가 부처님을 존경하는 이유는 시공을 초월한 위대한 가르침 때문만은 아니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그 가르침과 삶이 일치했다. “좋은 일을 행하고, 악한 일을 하지 말라는 말은 세 살 아이도 알지만, 여든 노인도 실천하기 어렵다”는 이치다.

현존하는 영적지도자들을 오랫동안 찾아다닌 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는 그러한 명상지도자로 유지 크리슈나무르타(이하 유지)를 꼽았다. “아무런 저서도 남기지 않았고, 어떤 조직도 만들지 않으며 스승으로 추앙받기를 거부한 유지는 현대적 깨달음이 무엇인지 제시한 성인”이라는 것. 이 책은 유지에 대한 소개서이다. “그와 추종자들의 모습에서는 스승에 대한 신성한 존숭이나 복종, 경배 같은 것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추종자들이 그를 부를 때에도 그저 ‘유지’라고 부를 뿐, 선생님이나 스승님이니 하는 경칭이 없었다. 서로 논쟁하다가 낄낄거리며 웃고, 질문이 생기면 부담없이 질문을 던지고 또 대답한다. 그러다 가고 싶으면 떠나는 식이었다.”

최 교수가 유지에게 주목한 것은 삶의 모습이었다. 좋은 가르침을 전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삶조차 그 말대로 사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유지는 인도의 명망있는 지도자 지두 크리슈나무르타 아래서 수학했다. 크리슈나무르타는 인도인에게 흔한 이름. 이후 스위스에 정착하면서 열반의 경지에 도달하게 됐다.

수행을 마치고 유지의 가르침이 시작된다. 인류는 신, 스승에서 해방돼야 한다는 것을 비롯해 모든 것은 생각에서 유도된 현상이므로 나라는 망상을 극복해야 한다는 가르침, 아무런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 자연상태로 가야한다는 주장 등은 서구사회에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우리는 그저 가만히 있으면 된다. 인연이 오는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 어떤 일이든 크게 집착할 필요없다.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수용하면 된다. 화가 나면 나는 것이고, 기분이 좋아지만 그저 좋으면 된다.”

최 교수는 “유지의 가르침은 어렵지도 않고, 따로 받아들이기 위해 공부할 필요도 없다. 영상이 남아 있어, 그의 생애를 볼 수 있다는 점은 매우 다행이다”고 전하고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높은 인도종교가들의 사상에 정작 우리나라는 관심이 적다보니 번역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우리가 주인이 돼 외국 종교가의 가르침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 책이 그런 관심을 높이는데 일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불교신문3113호/2015년6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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