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 놓아두고 쉬게나”

 
소리없는 소리

행담스님 시집 / 글앤북

 

 

“선객에게 시는 선을 장식하는 비단 위의 꽃이요, 시인에게 선은 언어를 절제하는 절옥도다.” 삼척 영은사 주지 행담스님의 시에 대한 시론가 엄우의 평가다. 행담스님이 그동안의 시를 모아 <소리없는 소리>를 펴냈다.

산사에 들어 온 자연, 깨침의 미, 나그네의 말 주인공의 말, 자유로운 바람의 말, 세상에 던지는 여시아문 등 5개 주제로 나뉜 87편의 시는 산중에서 수행하며 사는 승려시인의 마음을 잘 담아냈다는 평가다.

“해 없는 밤 삼경 종소리/ 한 마리 새 둥지 속으로 들어가고/ 소리 없는 소리 허공 속에 가득 찼네/ 모든 것 놓아두고 안심장에 쉬게나”(소리없는 소리)

시조시인인 정휴스님이 오랜만에 추천사를 썼다. “행담스님은 선과 시가 조우하는 자리를 찾고자 용맹정진을 하고 있다. 시편들은 현학적인 기교가 없어 다소 투박하게 느껴지지만, 그 내용만큼은 불법에서 조금도 벗어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 내용을 대표하는 시로 거울을 꼽았다.

“큰방의 거울 속에서/ 한 장부를 만났네/ 거울은 너와 나를 비추어도/ 서로의 마음 어디에도 없어라” 선방에서 가부좌를 틀고 면벽수행을 하던 행담스님의 깨달음은 그러한 경지였을까. 수행하면서 다가오는 느낌을 시로 적다보니 다수의 시가 짧으면서 긴 울림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해설을 쓴 엄창섭 월간 모던포엠 주간은 “행담스님은 세속의 시끄러운 소리를 잠재우는 고요, 묵언, 응시로서 자연과 세상을 관찰하고 있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으려는 구도자의 삶이 반영된 시집이다”고 평가했다. 엄 주간은 또 “소리없는 소리는 진정성 있는 존엄한 생명외경에 해당한다. 깨끗하고 밝은 사회를 위해 행담스님은 삶을 감동적으로 일깨우고 있다”고 전했다.

스님의 시 가운데는 ‘인생은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라는 불교적 가르침이 내재된 작품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그 큰 주제를 바탕으로 인연과 자연, 생명을 바라보며 시어로 옮겼다.

“소나무 속 길 얼마나 올랐던가/ 연꽃 봉오리 작은 절 받들고/ 계곡 물 흘러 먼 바다로 들어가네/ 인법당에 앉아 정에 들면/ 하늘 문 열려 무지개 다리 놓네”(일소굴)

“나그네가 잠시 머물러 있는 이곳/ 강원도 궁촌리 1162/ 단지, 문패가 없을 뿐이다”(내가 사는 곳)

삼척에 위치한 영은사는 작은 사찰이다. 근근히 생활을 해야하는, 신도들도 적은 사찰이다. 하지만 행담스님은 영은사가 수행하기 좋은 사찰이라고 말한다. 그 한편 한편에 그 마음이 담겼다.

행담스님은 10여년 전 영은사에 부임한 이후 수행정진을 하면서 틈틈이 시와 그림, 서예 작품을 써 왔다. 또 두타문학회 회원과 한국문인협회 회원, 강원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불교신문3113호/2015년6월17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