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는 곧 즐거움이다

 
나는 늙지않는다

김삼진 에세이집 

북인

지난 5월19일, 김삼진 수필가에게 대한노인회에서 연락이 왔다. 올해 처음 제정한 ‘대한복지대상’ 효부문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내용이었다. “부끄러운 마음에 상을 받았다”는 김상진 씨는 지난 5월26일 기자와 만나 책을 한권 내밀었다. 최근 발간한 <나는 늙지 않는다>였다. 등단한지 8년만에 처음 펴낸 에세이집을 읽는 내내 폭소와 눈물을 멈출수 없었다.

“한참을 걸어 내려와 전철을 탔다. 퇴근 시간이 좀 일러서인지 자리가 꽤 있다. 여유가 생긴다…대학생인 듯한 녀석이 샌드위치를 먹고 있다. 요즘 지하철에서 자주 보는 광경이다. 저렇게 먹어서 살로 갈까?…아줌마 둘이 탄다. 두리번거리는 폼이 예사롭지 않다. 한 블록 건너 자리가 나자 아줌마 하나가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날렵하게 움직인다. 이미 빈자리 앞의 중년 남자는 앉으려는 몸집이다. 그 사이 아줌마는 얼른 핸드백을 그 자리에 던진다. 중년 남자는 느긋이 앉아려다가 엉덩이에 이물질을 느끼고 벌떡 일어나 내려본다…앗, 저건 또 뭐야? 전신이 빨간 색이다. 빨간 윗도리에 빨간 바지, 빨간 대창모자, 그리고 목이 긴 빨간 운동화. 60대 중반의 남자다. 그는 한 구간을 걷더니 절도있게 뒤로 돌아갓을 한다.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킨다. 그는 거수경례로 마감한다. ‘예수를 믿으시오.’…” 

김삼진 수필가.

은퇴 후 경기도 하남에서 치매에 걸린 부모를 모시고 살고 있는 김삼진 씨가 오랜만에 외출에서 본 풍경을 잔잔하게 적었다. 또한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생활을 통해 “왜 우리들이 효를 잊어버리고 사느냐”고 묻는다.

“아버지는 요즘 타임머신을 자주 타신다. 둘러보고 싶은 때가 많으신가 보다. 아버지의 타임머신은 생애 중 몇 곳만 되돌아 가볼 수 있다…‘애, 성진인 장가 갔니?’ 성진은 나의 큰 형님이다. ‘그럼요.’ 아버지의 눈이 똥그래졌다…둘째 형 딸이 다섯달 전에 수영이를 낳았다고 말씀 드렸다. 둘째 형이 장가갔기에 딸이 있고, 그 딸이 또 아이를 낳은 거라고 설명 드렸다…아버지가 옆자리에 있는 어머니를 슬쩍 돌아보았다. ‘어머니.’ 아버지의 부인 신봉희 여사는 하루에도 열두번 아내에서 어머니로 뒤바뀐다. ‘어머니 저만 못갔어요. 아들들도 다 장가 갔는데, 저만 못갔어요. 저도 장가 좀 보내주세요.’…”

한편 한편의 수필이 주는 잔잔한 감동이 마음에 닿는다. 김삼진 작가는 매일 9시에 잠이 들어 오전2시면 일어난다. 부모님의 생활 주기에 맞추기 위해서다. 자녀들을 성장 시키고, 환갑이 넘은 나이에 부모님을 모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생활이 정말 즐겁다고 말한다.

“직장에서 박완일 선생의 강의를 즐겨 들었다. 강의의 결론은 항상 같았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것”이라는 김 작가는 “고희를 바라보는 내가 부모님을 모시면서 다시 아이가 된 것 같다. 저녁마다 어머니는 문단속 잘해라, 전기 꼭 끄고 자라고 하신다. 모임이 있어 외출을 하면 아버지는 내가 돌아올 때까지 주무시지 못한다. 그 사랑 앞에서 나는 다시 아이가 된 듯 행복하다”며 “많은 사람들이 효의 가치를 돌아보며 산다면 사회가 한층 아름답고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신문3111호/2015년6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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