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가는길

고원영/ 홍반장

 

“마음이 답답할 때 나는 서울 종로구 견지동 소재 조계사에 간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가냐고? 나만의 길이 있다. 혜화문에서 출발해 숙정문으로 이어지는 북악산 성곽길을 걷고, 삼청공원을 지나 가회동 언덕을 넘는다. 그 길에도 우주가 있고, 그 길만의 이야기가 아름다움이 있으리니…”

서울불교산악회를 이끌고 있는 고원영 씨가 사찰의 이야기를 엮어 <저절로 가는 길>을 펴냈다. 이 책은 사찰로 가는 길에서 만나는 자연과 역사, 마을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사찰에 대한 이야기로 매듭을 맺는 것이 특징이다.

고 씨는 “지난 7년 동안 답사를 통해 정리한 자료와 서울불교산악회에서 700여 회에 걸친 트레킹과 트레일을 하면서 원고를 정리했다”며 “도보 순례, 템플스테이와 연계한 걷기 프로그램 등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다. 이 책은 그 가운데 일부를 소개했다”고 전했다.

책은 조계사로 가는 길에서 시작한다. 도심속 사찰이라도 그 길을 가는 동안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또 금선사에서 승가사 가는 길, 화계사 봉은사 길상사 청계사 진관사 길 등 서울의 대표적인 사찰과 길에 담긴 이야기를 담았다.

경기도에서는 칠장사와 신륵사, 봉선사, 수종사 길을 꼽았다. ‘도둑과 미륵이 함께 쓰는 일기’라는 부제처럼 칠장사에서 임꺽정의 이야기를 통해 대중이 불교를 통해 보고자 했던 희망을 잔잔히 담아 냈다.

“안성은 미륵의 땅이다. 미륵은 지금으로부터 56억7천만년 후 하늘에서 내려와 모두가 잘 사는 용화세계를 실현하지만, 안성 국사암의 미륵삼존불은 어느 날 땅에서 솟아 오른 듯 두 발을 땅에 묻은 채 서 있다.”

저자의 발길은 이어 충청도와 전라도, 경상도로 향한다. 강원도 오대산 적멸보궁과 봉정암을 가는 길도 빼놓지 않았다. 고영원 씨는 “우리가 절을 가는 이유는 도시문명에서 탈피해 자연과 나와 이웃을 한데 묶어 성찰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며 “또 자연의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사찰과 연계된 트레킹을 통해 새로운 포교의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불교산악회 활동에 대해 소개했다.

“스님 두 분이 문수전 계단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스님들이 꽃처럼 보였고, 꽃들이 스님처럼 보였다. 출가자가 수행하는 것은 한송이 꽃이 되기 위해서가 아닌가. 산수유가 먼저 깨달음을 얻었는지, 두 스님이 내려오는 계단 한쪽에 흐드러지게 피었다.”

고영원 씨는 사찰의 전각 뿐 아니라 길에서 만나는 사람과 자연, 문화까지도 아우르는 산행길을 독자들에게 권하고 있다.

[불교신문3111호/2015년6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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