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제 종정예하와 세계적인 종교지도자들과의 만남

사진 왼쪽부터 제임스 코왈스키 신부, 진제 종정예하, 앤서니 서네라 총장. 종정 예하와의 첫 만남에서 큰 감화를 받은 이들은 이튿날 현충원 참배와 세계종교지도자 회의에서 함께 결의한 평화기원 선언, 연등행렬과 수륙무차대재를 만끽하면서 한국의 정신문명에 깊이 매료당했다.

‘참나’ 찾으면 ‘나와 너’ 사라져

남에 대한 이타심 불러 일으켜

다른 사상에 대한 차별 사라져

‘세계평화’ 조용히 얻을 수 있어

 

세계적 거장 코왈스키와 서네라

‘세계평화는 마음에서’ 법문 수긍

 

최고지도자로서 종정예하 저력은

바로 ‘접인(接人)’ 통한 제접 교화

수행에 몰두하는 순수 한국선불교

‘이젠 세계 속으로 나아갈 때’ 조언

광복 70주년을 맞아 개최된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 및 간화선무차대회에는 세계 각국의 불교계 고승대덕 뿐만 아니라 이웃종교의 세계적인 종교지도자들도 함께 참석했다. 진제 종정예하의 초빙으로 방문한 미국 성공회 최고 수장이자 뉴욕의 세인트 존 더 디바인 대성당 수석사제인 제임스 코왈스키(James A. Kowalski) 신부와 세이크리드 하트 대학 총장이자 세계 가톨릭대학 연합회 회장 겸 종교간 이해센터 회장인 앤서니 서네라(Anthony J. Cernera) 총장이 바로 그 주요 인사였다. 필자는 이들이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부터 이번 행사가 마무리되는 환송만찬까지 총 나흘간 진제 종정예하와 수차례 만남을 가지면서 느꼈던 소회와 감흥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 내용들을 대중들에게 공개해 한국불교가 세계의 여타종교와 대화하고 소통하며 세계화되어 가는 과정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코왈스키 신부와 서네라 총장은 한국방문이 처음이다. 서네라 총장은 종정 스님의 미국 방문 당시 함께 유엔을 방문할 정도로 친분이 있었던 반면, 코왈스키 신부는 종정 스님을 한 번도 뵌 적 없이 미국에서의 명성만으로 큰 기대를 안고 방한한 인물이었다.

도착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불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사실 한국불교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지 않다던 코왈스키 신부는 미국에서의 티베트불교에 대한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종정 스님과의 첫 만남 이후 코왈스키 신부의 목소리는 매우 격앙되어 있었다. 매우 친절하고 자상하게 느껴지는 면모의 이면 속에 진제 선사만의 뭔가 특별한 기운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서양인들이 동양사상에 대해서 가장 비판하는 대목이 바로 비과학적인 신비주의이다. 뭔가 말로 하기 힘든 그 어떤 것이라는 애매한 표현들은 서양적 관점에서는 철저히 배격하는 수사(修辭)이다.

허나 의아하게도 코왈스키 신부는 많은 종교지도자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말과 행동의 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감(氣感)’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옆에 앉아있으면 정확히 느낄 수 있고 거의 틀리지 않는 경험을 갖고 있다던 그는 다음과 같이 종정 스님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 세계평화를 외치는 사람은 매우 많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진심의 깊이는 각기 다르며, 그 말의 무게를 모두 짊어질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진제 선사는 진정 세계평화를 마음의 심연에서부터 원하고 있으며 이미 세계평화를 위해 실질적인 큰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그의 순수함과 인류에 대한 깊은 사랑이 이처럼 큰 법회와 행사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라 생각합니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불과 25분간의 짧은 첫 대담에서 어떻게 이런 느낌과 감흥을 가질 수 있었을까.

앤서니 서네라 총장은 종정 스님이 미국을 방문하여 설법을 한 이후 자신의 아들이 ‘참선 평화 프로젝트(zen peace project)’ 라는 참선 단체를 만들어 리더가 되어 1800명에 이르는 청년회원을 모집하여 함께 열심히 참선수행을 하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종정 진제 선사의 사진을 머리맡에 두고 큰스님을 친견했던 날을 기억하며 마치 큰스님이 계신 듯이 의지하면서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가톨릭계의 세계적인 종교지도자의 아들이 종정 스님을 단 한번 만난 인연으로 제자가 되어 참선서클의 리더가 되었다는 것이다.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한국의 간화선법에 심취해 가고 있는 모습이 생생하게 보였다.

종정 스님은 1971년에 부산 해운정사를 창건하여 지금까지 45년의 성상 동안 조실채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사부대중을 제접해 오셨다. 하루 두 번 오전8시와 오후1시에 출타를 하지 않고 언제나 납자와 재가불자들을 가리지 않고 만나주신 것이다. 수행납자들이 공부하다 지견이 나면 언제나 찾아와서 점검을 받을 수 있었고, 참선수행을 배우고자 하는 초심자가 참선법을 묻거나 화두를 받으러 올 때도 언제나 따뜻하게 맞아 주며 법문해 주셨다. 일대사 인연을 해결하기 위한 이 참선공부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스승이다. 최고의 안목을 갖춘 선지식을 의지하지 않고는 공부를 제대로 점검받지 못하며 진가(眞假)를 구별할 수가 없는 것이다.

종정예하께서 세계적인 종교지도자들로부터 불교계의 최고지도자로 인정받게 된 것도 바로 접인(接人)을 통한 제접과 교화에서 그 저력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한국에는 많은 불교신도가 있지만 종정 스님을 직접 친견하지 못하고 피상적인 인상만을 가진 대중들이 많다. 직접 뵙고 법을 묻고 가르침을 받아야 선지식의 진면목을 체험할 수 있다는 소중한 원칙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는 장면이었다. 코왈스키 신부는 단 25분간의 첫 대면을 통해 종정 스님을 뉴욕 맨해튼에 있는 세계적인 규모의 성당인 세인트 존 더 디바인 성당에 초빙할 뜻을 내비쳤다. 꼭 우리 성당에 오셔서 깨달으신 진리를 설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진리의 법문을 접할 수 있도록 대중을 모으는 것은 자신의 몫이라는 것이다. 종정 스님을 보는 그의 통찰력과 직관은 대단했다. 그는 종정 스님의 법문스타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평했다.

“진제 선사께서 과거 중국의 옛 도인들의 선문답과 법거량을 인용하면서 그 법문을 전하기도 하고 점검하기도 하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껏 제가 겪은 불교지도자들은 모두 자신의 말을 하기에 바빴습니다. 하지만 진제 선사께서는 항상 과거의 모든 도인들의 법문을 들어 법을 설하십니다. 이것은 선사께서 대단히 겸손하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자신이 깨달은 내용을 항상 과거의 선사들의 안목과 비교·점검하여 손색이 없이 유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선사님은 크게 깨달으신 분임에도 늘 스승들을 곁에 모시고 계신 것이 경외로운 점입니다. 목숨이 다할 때까지 수행의 고리를 놓지 않는 것이지요.”

참으로 탁견이 아닐 수 없다. 지나간 옛 중국선사들의 법문을 왜 자꾸 설하시냐는 한국불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애당초 코왈스키 신부와 서네라 총장은 이번의 한국행이 진제선사 한분을 만나기 위해 온 것이라 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한국불교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별로 없다던 그들은 점점 한국불교의 매력에 젖어들었다. 종정 스님과의 첫 만남에서 이미 큰 감화를 받은 그들은 이튿날의 현충원 참배와 세계종교지도자 회의에서 함께 결의한 평화기원 선언, 그리고 한국불교의 큰 자랑인 연등행렬과 조계사 수륙무차대재를 만끽하면서 한국의 정신문명에 깊이 매료당했다.

종정예하의 ‘세계의 평화는 마음의 평화에서부터 온다’는 법문에 대해서 일정이 끝날 무렵 두 거장 모두 크게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참나(True Self)를 찾게 되면 나와 너의 구분이 사라지기 때문에 남을 나와 동일하게 보게 되는 마음을 얻게 됩니다. 개인적인 마음의 평화가 저절로 남에 대한 이타심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그렇게 되면 다른 종교, 사상에 대한 차별심과 미움이 저절로 사라지게 되어 세계평화는 말없이 조용히 얻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공항으로 떠나기 전 남긴 코왈스키 신부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는 ‘참나’를 찾는 한국의 간화선을 나름대로 충분히 이해했다고 다부지게 말하고 떠난 것이다.

코왈스키와 서네라, 두 세계적인 종교 거장은 끊임없는 의심을 통해 ‘참나’를 찾아가는 한국의 간화선이 세계로 뻗어 나가길 바란다는 염원을 한국불자들에게 전했다. 이들은 미국사회에서 언젠가부터 티베트불교에 대한 권태감이 생겨났다는 점을 조심스럽게 귀띔해 주었다. 독립이 지상과제인 티베트불교가 정치적 성향을 띌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하며 앞으로 순수하게 수행에 몰두하는 한국 선불교가 이젠 세계 속으로 나아갈 수 있는 때가 된 것 같다고 조언했다. 진제 종정예하께서 그토록 염원하시던 남북통일과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간화선 대법회의 종지를 역설적이게도 미국의 두 종교 지도자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참선을 통해 남북이 통일되고 세계가 평화를 얻는다는 것은 얼핏 보면 매우 우원(迂遠)해 보인다. 하지만 내 마음의 통일 없이 어찌 남북이 통일될 수 있을 것이며, 내 마음의 평화 없이 어찌 세계 평화가 이룩될 수 있겠는가. 자가보장(自家寶藏)이라 했던가. 우리 자신에게 보배창고가 있다. 우리 한국에 위대한 참선법이 있고, 우리 불교에 위대한 선지식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불교신문3109호/2015년5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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