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59년 봉축법요식 전국 사찰서 일제히 봉행
비정규직·성소수자 초청…평화통일기원 남북 발원문 발표

불기 2559(2015)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전국 2만여 사찰에서 일제히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을 찬탄하는 법회를 봉행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향기로운 세상’을 위해 앞장서는 불자들이 될 것을 서원했다.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위원장 자승스님, 조계종 총무원장)는 오늘(5월25일) 오전10시 서울 조계사에서 원로의장 밀운스님, 총무원장 자승스님, 중앙종회의장 성문스님을 비롯해 사부대중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불기 2559년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을 봉행했다.

이날 법요식은 내가 아닌 이웃을 위한 삶, 갈등과 대립이 아닌 공존과 상생하는 세상을 기원하는 서원의 장이자, 모든 존재의 존귀함을 선언하신 부처님 가르침대로 우리사회 모든 이들과 함께 한 화합의 장이었다.

전명선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위원장과 비정규직 문제의 상징으로 평가받는 기륭전자 노조 유흥희 분회장, 성소수자를 대표해 김조광수 영화감독 등이 사회이웃으로 법요식에 초청돼, 부처님 전에 헌화하며 모두가 차별없이 존중받는 세상이 되기를 염원했다.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박남수 천도교 교령은 이웃종교를 대표해 부처님 전에 종교간 화합을 발원하는 향을 올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천호선 정의당 대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강창일 국회 정각회장, 최원영 청와대불자회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 정관계 인사들도 참석해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했다.

청법가가 흐르는 가운데 법상에 오른 원로의장 밀운스님은 진제 종정예하를 대신해 봉축법어를 내렸다. 진제 종정예하는 원로의장 밀운스님이 대독한 법어를 통해 “나를 위해 등을 밝히는 이는 어둠에 갇히고 남을 위해 등을 밝히는 이는 부처님과 보살님께 등을 올리는 것”이라며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등, 이웃의 아픔을 같이하는 등을 밝혀 다 같이 부처님 오시는 길을 아름다운 등으로 장엄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진제 종정예하는 “마음을 찾으라 하나 한 순간도 잃어버린 적이 없어 항상 쓰고 살고 있거늘, 어느 곳에서 이 마음을 찾겠는가”라며 부처님께서 오신 뜻을 되새겨 마음을 깨달아 참 나를 찾는 불자들이 될 것을 주문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봉축사를 통해 “분단의 아픔을 걷어내고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되길 기원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지난 16일 세계평화기원대회에서 발표한 ‘공존, 상생, 합심’의 불교통일선언을 언급하며 “남북이 서로 대립하고 살아온 70년의 세월은 너무나 큰 아픔이다. 이제 우리는 이 아픔을 걷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네팔 국민들이 빨리 절망에서 일어나도록 우리의 온 마음과 정성을 모아야 한다. 안전한 나라, 생명이 우선한 사회,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를 향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네팔 지진 참사와 세월호 상처 극복을 위한 노력과 관심을 당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독한 봉축메시지에서 “사랑도, 지혜도, 행복도, 모두 내안에 있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면서 우리사회가 화해와 통합의 길로 나아가길 기원한다”며 “부처님께서 주신 자비와 평화, 겸손과 화해의 가르침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밝은 미래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지혜와 원력을 모아달라”고 밝혔다.

또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 불교계는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발원문도 공동으로 발표했다. 중앙종회의장 성문스님은 사부대중을 대표해 발원문을 낭독하며 “부처님의 거룩한 뜻과 달리 우리겨레는 70년 세월 국토양단과 민족분열의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다. 남과 북이 둘이 아닌 하나가 되기 위해 남북공동선언들을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법등으로 삼고 용맹정진하겠다”고 서원했다.

조계사 법요식과 함께 조선불교도연맹 주관으로 평양 광법사에서 봉행된 ‘부처님오신날 봉축 조국통일기원 남북불교도 동시법회’에서도 공동발원문이 낭독됐다.

이어 이기흥 중앙신도회장이 사부대중을 대표해 부처님 전에 발원을 올렸다. 법요식에 참가한 사부대중은 한 마음으로 발원문을 낭독하며 “깨달음은 치열한 자기 수행을 통해 얻어질 뿐 아니라 자비의 보살행을 통해서 얻어짐을 믿고 내 이웃의 기쁨은 함께 하고 내 이웃의 아픔은 함께 나누며 살겠다”고 서원했다.

이와 함께 제12회 불자대상 시상식도 진행됐다. 총무원장 스님은 정연만 환경부 차관, 김현집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 사령관, 구본일 BTN불교TV 대표이사에게 상패를 전달하며 불교발전과 불교위상 제고를 위해 기여한 공로를 치하했다.

한편 이웃종교 지도자들도 잇따라 봉축메시지를 발표하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주년을 맞는 해 ‘자비’와 ‘사랑’이 이 땅에 가득 울려 퍼져 평화로운 세상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도 의장 명의로 발표한 메시지를 통해 “기쁜 마음으로 온 세상의 모든 불자 여러분에게 진심 어린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 기쁨에 넘치는 부처님오신날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박남수 천도교 교령,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 등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한반도 평화통일과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축하메시지 전문.

존경하는 진제종정 예하,

한국불교종단협의회장 자승스님을 비롯한 대덕 스님 여러분,
그리고 함께 해주신 불자대중 여러분,
불기 2559년 부처님 오신 날을 봉축드립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오랜 고행 끝에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 내 안에 있다는 깨달음을 얻으시고,
인류에게 평안과 행복의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사랑도, 지혜도, 행복도 모두 내 안에 있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면서,
우리 사회가 화해와 통합의 길로 나아가기를 기원합니다.

존경하는 불자대중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우리 불교는 1,700년 전 이 땅에 전해진 이래,
원융화합과 자비로 국민정신과 민족문화를 이끌어 왔습니다.

나라가 어려울 때에는 호국의 의지를 모아 국난을 극복하는
민족의 구심이 되어왔습니다.
지금 우리는 안팎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제 재도약과 국가 혁신을 이뤄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민들과 함께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를 완수하고,
오직 국민을 등불로 삼아 국민행복에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저는 불교계와 불자 여러분께서
함께 뜻을 모으고 노력해주실 때,
우리 모두가 꿈꾸는 희망의 새 시대가
열릴 것으로 믿습니다.

부처님께서 주신 자비와 평화, 겸손과 화해의 가르침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밝은 미래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지혜와 원력을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리며,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광명이
불자 여러분과 국민 모두의 가정에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불기 2559년 부처님오신날
대통령 박근혜

남북공동발원문 전문.

대자대비하신 부처님!
오늘 남과 북 사부대중들은 <<불기 255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 조국통일기원 남북불교도 동시법회>>를 봉행하며 부처님의 법을 등불로 삼아 조국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사부대중들의 한결같은 서원을 부처님전에 삼가 발원합니다.

자비하신 부처님!
부처님께서는 온갖 중생을 고통에서 구원하고 만인류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사바세계에 오셨습니다.

이 땅에 불법이 전해져 1700년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삼천리 금수강산 방방곡곡에 우리 민족의 심성마다에 불법의 인연은 소중히 닿아 있으나 부처님의 거룩한 뜻과 달리 우리 겨레는 장장 70년 세월 국토양단과 민족분열의 고통 속에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남과 북 사이에 불신과 대결의 골은 깊어만 가고 이 땅에는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를 엄중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전쟁은 인간에 대한 최대의 악행이고 평화는 만복의 근원입니다. 우리들은 불살생의 계율과 평화의 이념을 지켜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며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실천행에 힘차게 정진하겠습니다.

거룩하신 부처님!
조국통일은 더는 미룰 수 없는 민족지상의 과제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일찍이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는 자타불이와 화해와 화합, 평화와 평등에 대하여 가르치셨습니다.

남과 북이 통일의 길에서 마련하고 그 정당성을 과시한 7.4공동성명과 역사적인 6.15공동선언, 10.4선언의 실천이 곧 자타불이이고 우리 민족이 화해하고 화합하는 길이며 평화와 번영에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우리들은 분단의 비극을 하루빨리 극복하고 남과 북이 둘이 아닌 하나가 되기 위해 역사적인 남북공동선언들을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법등으로 삼고 그 실천행에 용맹 정진하겠습니다.

자기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며 그 누구도 자기를 대신해줄 수 없다는 것은 불법이 밝힌 진리입니다. 우리들은 조국통일의 주인은 남과 북의 우리 겨레 모두라는 것을 깊이 자각하고 통일로 가는 길 아무리 어렵고 난관이 조성되더라도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이 땅위에 기어이 통일된 조국, 발고여락의 이념이 현실로 꽃펴나는 현세의 지상정토를 세우겠습니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
우리가 서원하고 행하는 이 길에 무량한 자비광명을 주십시오.
우리 민족끼리 이념과 불심화합으로 우리 겨레, 우리 남과 북의 불교도들이 굳게 손잡고 나아가는 걸음걸음, 행하는 불사 하나 하나가 조국통일을 앞당기는 선업이 되도록 무량한 가호와 가피를 내려주십시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불기 255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 조국통일기원 남북불교도 동시법회
참가 사부대중 일동
불기 2559(2015)년 5월 25일

 [불교신문3109호/2015년5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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