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SH공사, 뒤늦게 대책 모색

서울 은평구 진관내동 429번지 일대에 위치한 청담사 터의 현재 모습을 맞은편 아파트 옥상에서 찍은 장면. 펜스 안에 잡초와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있어 발굴 당시 모습을 확인하기 어렵다.
통일신라시대 대표적인 화엄10찰 중 하나인 청담사(靑潭寺)터가 당국의 무관심에 무분별하게 훼손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2008년 서울시의 은평뉴타운 사업 예정지 발굴조사를 통해 드러난 청담사 터는, 발견 당시 ‘청담사’라는 글자가 적힌 명문(銘文) 평기와와 고려시대 석조미륵입상, 유물 수백점이 출토돼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 청담사 터는 발굴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22일 찾은 청담사터는 잡초와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사지의 본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 사지 곳곳에 밭이 일궈져 있었고, 기와 등의 유물은 제자리를 떠나 있었다. 청담사 터 입구 쪽에 있는 석조 유물도 방치돼 있었다.

2008년 청담사터를 발굴했던 현장 모습.
신라시대 화엄종 10대 사찰 가운데 하나인 청담사는 그동안 문헌기록에만 언급되고 그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다. 신라시대를 대표하는 학자 최치원이 효공왕 8년(904)에 저술한 <법장화상전(法藏和尙傳)>이라는 한 스님의 전기에서 “해동의 화엄의 큰 학문 장소로는 10군데가 있으니 한주(漢州)의 부아악(負兒山) 청담사(靑潭寺)도 그 중 하나다(海東華嚴大學之所有十山…漢州負兒山靑潭寺也)”라고 적었으나 그 위치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던 가운데 한강문화재연구원이 SH공사의 의뢰를 받아 2007년 12월부터 은평뉴타운 예정지를 발굴 조사하는 과정에서 북한산 자락인 응봉 능선 하단부 구릉지에 청담사가 있었음을 밝혀주는 명문기와가 발굴됨으로써 베일에 가려졌던 위치가 밝혀졌다. 기와들에서는 ‘삼각산청담사삼보초(三角山靑潭寺三寶草)’와 같은 문구가 확인됐다. 삼각산은 고려 전기 이후 주로 사용된 지명으로 지금의 북한산을 가리킨다. 당시 문화재청은 “서울에서 유명 사찰터가 발굴된 첫 사례로 문화재적 가치가 크다”고 밝혔다.

이후 문화재위원회 매장분과는 청담사라는 명문기와가 다수 출토된 진관내동 429번지 일대 3-A공구 절터 유적과 그 인근 신라 말 고려초기 석조미륵불상을 현장에 그대로 보존할 것을 결정했다. 서울시도 2011년 청담사 터를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석조보살입상을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했다. 하지만 그 때 뿐이었다.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됐지만 당국의 방치 속에 훼손된 사실이 알려지자 SH공사와 문화재청 등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22일 “다음 주 중으로 SH공사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을 방문해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고 조치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리보존 단체로 지정된 SH공사에서 관리 감독 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SH공사 관계자는 “2013년께 문화재 공원조성 계획을 세운 이후 꾸준히 관리해 왔지만, 상주 인력이 관리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며 “현재 긴급하게 출입문을 막았고 무단으로 경작한 곳도 철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황평우 은평역사한옥박물관장은 “청담사 터는 국보급 폐사지로 꼽힐 정도로 중요한 곳인데 너무 안타깝다”며 “이제라도 제대로 된 보존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