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석굴

배재호 지음 / 사회평론

계율을 어겨 자살한 사미승

이야기 그린 막고굴 벽화에서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철저하게 정진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듣는다

인도 아잔타 석굴 26굴 내부.

인도와 중국에는 왜 석굴사원이 많을까. 석굴은 기원전 1500년 경 베다시대부터 인도의 수행자들이 거처하던 일반적 공간이었다. 불교 뿐 아니라 다른 종교 수행자들도 석굴을 즐겨 찾았다.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수행하기 좋으며, 여름에 시원하게 비를 피할 수 있고 겨울은 따뜻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이 세상과 천상을 연결해 주는 신성한 공간으로 여긴 것”도 석굴이 활발하게 조성된 원인이다. 용인대 문화재학과 교수이면서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본지 논설위원 배재호 교수가 <세계의 석굴>을 펴냈다. 당나라 불교조각에 대한 연구를 시작으로 중국과 아시아의 불상 등을 꾸준하게 연구한 결과물이다.

배재호 교수는 석굴이 조성된 시대적 상황과 자연환경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불상의 다양한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 책은 불교미술의 최고봉인 아잔타 석굴에서 시작해 군위삼존석불에 이르는 세계 16곳의 석굴사원을 다루고 있다. 파괴된 세계문화유산 아프가니스탄 바미얀 석굴에서 중국 돈황 막고굴의 다양한 벽화와 색깔을 소개한다. 또 나란히 붙어 비슷한 내부구조를 지난 운강석굴과 측전무후의 얼굴을 한 용문석굴 등을 소개하며 전문가인 배 교수의 해설을 곁들이고 있다.

“이 대단한 규모의 석굴을 언제 누가 조성했는지 현재로서는 알수가 없다. 다만 629년 당나라 현장스님이 이곳에 도착했을 때, 대불을 금동불상으로 기록할 만큼 금빛 찬란하였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보면 현장은 미얀마 석굴이 조성된지 얼마 되지 않아 도착했다고 볼 수 있다. 644년 바미얀이 이슬람 세력의 지배 아래로 들어가기 전까지 그 금빛 찬란한 대불의 모습은 변함이 없었을 것이다.”

가보지 못하는 땅, 그나마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파괴해 버린 바미얀 석불을 책을 통해서라도 느낄수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막고굴은 타클라마칸 사막의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둔황에서 25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500여 개의 굴로 이뤄진 막고굴은 중국 고대 건축과 조각, 회화 등 모든 분야를 담고 있는 문화유산이다. 배재호 교수는 “한 사미가 스승의 공양을 탁발하기 위해 부잣집에 심부름을 갔는데, 그 집 딸이 자신을 유혹하자 계율을 지키기 위해 자살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막고굴 285굴 남벽에는 그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고 소개하면서 “선정 수행을 하는 수행자에게 이 이야기는 깨달음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철저한 정진이 필요한지 일깨우기 위한 벽화”라고 해설한다.

배 교수가 설명하는 둔황 막고굴은 그야말로 무궁한 경전이며, 수행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곳이기도 하다. 부처님께서 오백명의 강도를 설복해 제자로 삼은 이야기, 과거 칠불에 대한 내용 등 경전의 말씀이 500 동굴마다 벽화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 불상의 형태를 통해 조성 당시 사회적 배경과 스님들의 수행이야기도 들려준다. 불교 경전에 대한 공부와 문화재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가능한 설명들이다.

배 교수는 석굴을 “부처의 가르침을 담은 그릇”이라고 표현했다. 석굴에 남겨진 불상을 통해 당시 불교의 세계관은 어떠 했는지, 세세한 사진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경전에 나온 일화를 소개하며 그 일화가 벽화나 조각으로 어떻게 표현됐는지도 소개한다.

“빈양중동 안으로 들어가 보면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공간이 상당히 넓으며 불상도 의외로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석굴이 조성된 북위 6세기 전반의 절은 현존하지 않지만, 석굴 안에 들어서면 당시 낙양 어느 절의 법당안에 있는 착각이 든다. 존상들의 질서정연한 배치와 불국토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장엄들은 황족만이 출입할 수 있었다는 것을 묵묵히 알려주는 듯하다.”

독자들이 세계의 석굴을 둘러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다양한 사진으로나마 전해주고 싶은” 저자의 마음도 책에 담겨 있다.

배재호 교수는 국립대만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걸쳐 홍익대 미술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방문학자, 대통령실 문화재정책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용인대 문화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 유네스코 산하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세상은 연꽃속에> <동양미술사> <중국의 불상> 등이 있다.

[불교신문3107호/2015년5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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