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랄라 진관사

황찬익 수경 지음 

자연 건축에서 예불의식

수행과 포교 이야기…

 

고려 진관스님이 창건해

비구니 진관스님 중창

상좌들이 만들어 가는 절

진관사에 담긴 역사·문화

스토리텔링으로 엮어내 

진관사 주지 계호스님(사진 오른쪽)과 총무 법해스님이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진관사에 담겨진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사찰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을까. 오랜 역사를 지닌 사찰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야기 보물창고’라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일반인이 절을 찾으면 “비슷한 전통건물과 비슷한 부처님”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표현을 썼다. <랄랄라 진관사>는 진관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불교 의식과 문화 전반에 걸친 안내서다. 불교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황찬익 씨가 “1년간 수시로 진관사를 찾아 엮어 낸 문화길잡이”다.

책은 ‘한옥’에서 시작한다. 땅을 고르고, 돌의 특성에 따라 주춧돌을 놓는데 다듬기도 하고 그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 위에 기둥을 세우고 공포와 서까래를 올려가는 과정에서 사찰이 일반 가옥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건물이 놓이는 것에서부터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산사의 건물은 그래서 위치를 정하는데도 세심한 관찰과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세와 시냇물의 흐름과 오래된 나무와 바위가 서로 인연이 되어 불사를 완성”한다.

이어 진관사 새벽예불이 다양한 사진과 함께 소개돼 있다. “진관사는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어요. 그러면 진관사는 도심사찰일까요, 산사일까요?” 지난 7일 만난 진관사 총무 법해스님이 질문을 던졌다. “새벽 예불을 6시 전후에 하면 도심사찰, 3시 전후로 하면 산사”라는 답이다. 도량석에서 시작하는 불교의 예불에 대한 소개, 진관사 창건의 유래와 국행수륙재의 역사가 뒤를 이어 소개된다.

진관사는 조선 태조가 “나라를 세우는 과정에서 희생된 많은 사람들의 명복을 기원”하기 위해 수륙재를 자주 봉행했던 국찰이었다. “태조 재위 6년 정월에 진관사에 수륙사를 짓게 하고, 세차례 거동하여 이를 살피기도 했습니다. 수륙재를 베풀어 곡절 많은 넋을 위로함이 그 목적이었지요. 수륙재를 베풀고 불경을 읽으며 태조는 참회하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내려놓았을 겁니다.”

수륙재 이야기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귀가 될 뻔한 아난의 이야기를 통해 수륙재의 기원을 전한다. 또 효령대군의 일화를 통해 “먹는데 평등해야 법에도 평등하다”는 가르침을 전한다. 그리고 고려, 조선시대 문사들이 진관사를 찾은 일화와 그때 남긴 글과 시를 전하고 있다. 고려 현종이 즉위하기 전, 그를 살해하려는 무리를 피해 현종을 숨긴 고려 진관스님의 일화에서 “시주가 보시한 쌀 한톨은 무게를 저울로 달면 일곱 근”이라는 절집 속담을 통해 공양의 소중함을 전하는 내용까지, 어찌보면 진관사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 사찰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진관사는 신미대사가 세종대왕을 도와 한글을 연구하면서 머물던 사찰이다. 또 일제강점기 초월스님이 머물면서 항일운동을 펼친 사찰로도 유명하다. 수년 전 불사를 위해 오래된 건물을 헐었을 때 태극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진관사에 담긴 이야기는 책 한권으로 옮기기에 오히려 부족하다.

또 오신채를 쓰지 않는 사찰음식에 대한 이야기와 ‘행복한 세 비구니 스님’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진관사를 일으킨 ‘할머니가 된’ 진관스님, 그리고 뒤를 이어 진관사를 모범적인 포교와 수행사찰로 만들고 있는 주지 계호스님과 총무 법해스님이다. 계호스님은 “사찰은 몸도 마음도 가볍게 찾는 곳이어야 한다. 현대인들이 사찰에 와서 피로를 풀어내고,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사찰에는 돈으로 살수 없는 문화와 역사가 담겨져 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절에 가보고 싶은 마음을 일으키기 바란다”고 출간의 의미를 밝혔다.

한편 저자 황찬익은 “진관사에 담겨진 많은 이야기가 있다. 신도 이야기를 비롯해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이 책을 시작으로 전국 사찰 가운데 모범이 될 사찰을 선정해 시리즈로 소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불교신문3107호/2015년5월20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