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승이 마음으로 전하는 안부

 

지안스님 / 조계종출판사

문자에도 禪 있어 ‘독서=수행’

생각 맑히는 좋은 글 한편으로

세상 모든 사람에게 안부 물어

 

삼독심에 휘둘리는 요즘 세대

마음공부에 시선 돌려야할 때 

조계종 고시위원장 지안스님이 불교의 가르침으로 세상을 본 에세이집 <안부>를 출간했다.

조계종 고시위원장 지안스님이 에세이집 <산승이 마음으로 전하는 안부>를 들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안부’는 스님이 평소 좋아하는 말 가운데 하나다. “사람들이 안부를 자주 물을수록 사회가 밝아진다”는 스님은 “안부를 묻는 마음이 곧 인간애를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 내용 또한 산사에서 지내는 스님이 세속의 사람들에게 “잘 살고 있냐”고 안부를 묻는 것이기도 하다.

스님은 매년 경전과 에세이집을 집필하는 것 자체가 세간에 전하는 안부인사라고 말한다. 멀리 떨어져 있어 만나기 어려운 이들과 글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다. 스님은 출가자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강의를 하고 책을 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글을 통해 좋은 생각을 사람들과 나누다보면 세상을 맑힐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글을 쓰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까닭에 가능한 일이다. 그 원동력은 지난 30년간 꾸준히 써온 일기에서 나온다. 60년간 일기를 써온 노스님의 영향을 받아 스님도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서울에 있을 때와 영축총림 통도사 반야암에 있을 때 여행을 다닐 때마다 쓰는 일기가 따로 있을 정도다. 그간 써놓은 일기와 여행기만 정리해도 책 여러 권은 거뜬히 만들 수 있는 분량이라고 한다. 스님이 이렇게 열심히 글을 쓰는 까닭은 하나다. 부처님 가르침이 담긴 글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바르고 맑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뉴스에서 OECD 국가 중에 우리나라가 자살률, 이혼율, 교통사고율에 이어 부패지수까지 상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탐진치 삼독심이 일으키는 충동대로 살다보니 그런 것 같다. 삼독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수행을 해야 한다. 선방에서 좌선하는 것만이 수행은 아니다. 계정혜 삼학을 닦는 어느 처소에나 선이 있다. 문자에도 마찬가지다.”

스님은 “불교 경전의 말씀을 문자반야라고 부르는 것처럼 뜻이 깊은 좋은 글은 ‘문자반야’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올바른 생각을 바탕으로 쓰고 독자가 지혜로운 생각을 하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스님에게 글쓰기는 수행이자 전법이며, 불제자로서 의무이기도 하다. “독서를 통해 생각을 새롭게 하고 정서적으로 순화시키는 게 곧 부처님 법을 펴는 것”이라는 스님은 불자와 일반인들이 부처님 가르침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편으로 문자선을 활용하는 것이다.

책에서 스님은 우리가 평상시 늘 느끼고 사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한다. 끓어오르는 화를 어쩌지 못해 괴롭거나, 끊임없이 비집고 들어오는 욕망 때문에 사는 게 힘들 때, 다른 사람들은 행복한데 나만 아픈 것 같다며 좌절하는 우리네 마음에 대한 내용이다. 스님은 우리에게 그저 참아라, 화를 잘 다스려라 같은 원론적인 얘기 대신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짚어보는 질문을 던진다. 스님의 평생 수행력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스님은 “좋은 생각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은 행복한 인생을 나누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평안해져야 한다. “부에 가치를 둔 삶 속에서 쉽게 외로워지기 마련”인 사람들은 “남과 자신을 비교하고, 더 좋은 것을 원하고 남의 것을 탐낸다”고 시간을 낭비한다. 그러나 끝도 없는 욕심으로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다보면 상대적 박탈감만 느낄 뿐이다. 불필요한 욕망으로 인해 생긴 스트레스는 삶을 좀먹는다. “힘들고 가능성이 없는 성공의 기준에 자신을 비교”하다보면 스스로를 탓하게 되고 결국 불행해진다. 원하는 것을 가졌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다. 욕심은 더 큰 욕심을 낳기 때문이다. “결국 남는 것은 나 자신”뿐이라는 스님은 “남을 관찰하고 비교하는 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자신에게 쏟아야 한다”고 말한다.

스님은 또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단조로운 일상에서 일탈을 꿈꾸는 소시민들에게 ‘어느 버스 기사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희망을 전한다. 정해진 노선대로 버스를 운행하다 “지긋지긋한 일 하려고 태어났나” 하는 한탄이 들어 갑자기 몰던 버스로 여행을 시작한 버스기사가 무단이탈로 해고됐다는 사연이 신문에 보도되면서 많은 시민들의 지지를 얻어 복직됐다는 짤막한 얘기다. “답답함과 무기력함에 몸서리를 치고 있는” 우리에게 스님은 “인생에 일탈과 다름은 필요하다”고 격려해준다.

이밖에도 책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수록돼 있다. 스님이 일상에서 경험한 소소한 일들을 풀어낸 덕에 금방 읽힌다. 지안스님은 “이 책은 앞뒤가 없다. 앞장을 먼저 봐도 되고 뒤부터 읽어도 좋다. 머리 식힐 겸 생각날 때마다 펴서 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세상 모든 사람에게 안부를 묻는 이 책이 독자들로 하여금 희망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불교신문3105호/2015년5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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