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지원 넘어 마음까지 나누는 조계종 네팔 긴급구호봉사단

진심어린 활동에 어린이들도

고개 끄덕이며 먼저 말 건네 와

무엇을 어떻게 도와야 할까? 재난현장에서 늘 하는 고민이지만 경험이 많은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단은 마음을 먼저 나누려고 노력한다. 사진은 네팔 대지진으로 팔과 다리 골절을 입은 어린이 수딥 군.

지난 6일 네팔 지진으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신두팔촉 내 산간 오지인 키울 마을을 방문한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단의 눈에 한 소년이 들어왔다. 머리와 팔에 붕대를 감은 채 엄마 품에 안겨있는 소년의 이름은 수딥(10). 지난 4월25일 지진 당시 집안에서 놀고 있다가 집이 무너져 사고를 당했다. 나무기둥과 돌무더기에 갇혀있던 수딥을 가족들이 힘을 모아 밖으로 빼냈다. 지진 강타 당시 문 근처에 있어 가까스로 돌무더기에서 꺼내졌지만 머리와 팔에 큰 골절상을 입었다. 병원에서 치료는 받았지만 130cm가 채 되지 않는 작은 키와 마른 체구 탓에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많이 무섭고 놀랐냐”는 봉사단의 질문에 수딥은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수딥의 사촌 형 사가르주띠(12)도 마찬가지다. 지진이 네팔을 강타한 날, 사가르주띠는 입학시험을 치르고 있던 중이었다. 우르릉 소리와 함께 교실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선생님이 ‘밖으로 나가’라고 외쳤다. 사가르주띠는 친구들과 교실 밖으로 뛰어나오다 문짝에 슬리퍼가 걸려 넘어졌다. 교실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아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사가르주띠를 포함해 전교생 300명의 학생 가운데 15명의 학생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사가르주띠는 “중학교 입학시험을 치르던 중에 다치게 돼 더욱 슬프다”며 “의사가 꿈인데 학교가 무너져 앞으로 공부를 계속할 수 없을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긴급재난구호봉사단은 두 소년의 7인 가족이 일주일은 족히 버틸 수 있는 비상식량 및 생활용품 10가지가 담긴 긴급구호키드를 전달했다.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단장 각평스님은 소년의 가족에게 “걱정 하지 말라”며 “시간이 지나 학교 재건이 이뤄지면 원하는 공부도 마음껏 할 수 있고 더 좋은 날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위로의 말도 함께 건넸다.

이튿날, 봉사단은 키울과 이웃하고 있는 이촉 마을을 찾았다. 구호물품을 내려주고 떠나는 타 단체들과 달리 피해 주민의 집을 방문하며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던 봉사단에게 한 남자가 먼저 다가와 말을 걸었다. “가족을 잃었다”며 운을 띄운 카르기(52)씨는 자신을 형님 식구와 함께 큰 농장을 경영했던 마을 유지였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카르기 씨는 이번 지진으로 가족 7명을 잃었다. 40여년 동안 농장일을 하며 모아뒀던 전 재산마저 순식간에 사라졌다. 죽은 가족 중에는 임신한 조카도 있었다. 6구의 시신은 찾아냈지만 아들의 시신은 아직도 지진의 잔해 속에서 꺼내지 못하고 있다. 카르기 씨는 “갑자기 땅이 뒤틀리더니 지대가 솟구쳐 집이 주저앉기 시작했다”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단의 네팔 구호활동이 구호물품 지원을 넘어서 피해 주민들의 마음까지 달래고 있다.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오지 지역을 찾아 마을마다 직접 구호물품을 전달하는 한편, 마을 주민들의 집을 방문하고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주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는 것이다. 이촉의 한 지역주민은 “우리 정부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일을 한국불교에서 하고 있다”며 “나는 힌두교도이지만 멀리까지 찾아와 같은 나라도, 같은 종교도 아닌 사람들에게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 것을 보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공선주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교육인적자원부 과장은 “구호활동이라는 것은 단순히 먹을 것을 주고, 생필품을 마련해주고 가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일”이라며 “그래서 더 어렵고 조심스럽게 다가가기위해 노력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지진 피해가 극심했던 네팔 카트만두와 신두팔촉 지역의 긴급구호는 거의 마무리가 돼 가고 있는 상황이다. 구호단체들은 구호활동을 마무리 짓고 있으며 네팔 정부 역시 피해 상황 파악을 끝내고 재건 및 복구 단계로 접어든 상황이다. 그러나 오는 6월부터 본격적인 우기가 시작되는데도 아직도 오지 곳곳에는 새벽이슬을 그대로 맞으며 잠을 청하고 있는 이재민들이 산재해있다. 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여진과 지진 생채기로 인한 붕괴의 위험, 장기간의 노숙생활과 시체와 쓰레기들의 방치로 인한 수인성전염병 등으로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 신두팔촉 피해 마을은…

 

시카푸르, 바레가웅, 두바초르에 이어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단의 4번째 방문지인 키울 마을은 네팔 신두팔촉 지역에서도 차량으로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좁은 산길을 돌고 돌아야만 만날 수 있다. 키울 VDC(Village Development Committee)는 9개 지역으로 구분되는데 1지역은 비교적 아래, 9지역은 가장 높고 깊은 곳에 있는 지역이다. 5번째 방문지인 이촉 마을도 9지역으로 나눠진다. 이촉은 키울보다는 더 높은 고지대에 있으며 1지역에서 9지역까지는 도보로 5시간 이상 걸릴 정도의 오지마을이라 구호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곳이다.

[불교신문3105호/2015년5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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