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앞둔 제주양로원

말없이 웃으며 한 잎 한 잎 가지런히 이파리를 붙여나가자 곱고 아름다운 연등이 완성됐다. 강영배 할아버지는 제주양로원에서 ‘달인’으로 통한다.

올해 일흔셋 강영배 할아버지. 제주양로원 생활 5년째다. 강 할아버지는 5년을 하루같이 날이면 날마다 일손을 놓지 않았다. 큰법당 청소는 기본이고, 양로원 산책로 조경에 텃밭에 각종 야채를 키우는 ‘능력자’다. 양로원 도반들 사이에선 ‘달인’으로 불릴 정도로 손재주가 뛰어나다.

지난 4월28일. 부처님오신날을 한달여 앞두고 찾아간 제주양로원 어르신들은 봉축준비에 마음이 들떠 있었다. 정성을 다해 만든 연등이 법당에 가득 찼고 마지막 등작업에 분주했다. 손놀림은 조금 느려도 연잎 한 장 한 장 붙이는 손길이 훈훈하다.

강영배 할아버지는 말수가 거의 없다. 연신 웃기만 한다. 할아버지가 웃으면 사람들은 행복해한다. 부처님오신날 양로원을 찾는 어린 아이들에게 나눠줄 작고 앙증맞은 컵등도 강 할아버지의 손에서 탄생했다. 일회용 종이컵에 이파리 몇장 붙여 만든 흔한 컵등이 아니다. 색감이나 꽃잎의 수준이 범상치 않다. 정말 ‘꽃보다 할배’다.

제주도 노인복지시설 1호인 제주양로원은 1957년 개원했다. 예순살이 다 돼간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제주요양원과 달리 이 곳은 무료복지시설이다. 40여명의 어르신들은 생활형편이 좋지 않다. 멀리 있는 자식 향한 그리움을 매년 부처님오신날이면 이렇게 등을 직접 만들어 밝히면서 비워낸다.

오는 25일 부처님오신날 제주양로원은 양로원 특설무대에서 지역주민과 가족들을 초청해서 봉축법요식을 봉행한다. 불단을 꽃을 장엄하고 육법공양에 관불을 하면서 부처님 오신 뜻을 찬탄한다. 매년 이 자리에는 200여명이 참석한다. 

[불교신문3106호/2015년5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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