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과 상담효과’ 화두로 불교상담 15주년 세미나
불안 혼란 통증 잡념 너머 오직 자신 분리시키는 법

출세간적인 깨달음을 추구하는 명상이 세간적인 고통해결을 바라는 일반인 심리치료에 활용될 수 있을까. 불교상담개발원(원장 도현스님)은 지난 4월22일 창립 15주년을 맞아 명상상담을 화두로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 명사상담의 활용 가능성을 짚어봤다.

박성현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자아초월상담학과 교수는 ‘명상의 심리치료적 이해’를 주제로 대학강단에서 체험학생들이 밝힌 개별적인 ‘명상효과’를 공개해서 눈길을 끌었다. 체험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명상초기에는 참가자들이 신체적 통증에 대한 두려움, 일상생활에서는 의식하지 못했던 잡념과 기억, 이미지들로 인한 불안과 정서적 혼란, 불쾌감 등을 공통적으로 경험한다. 명상이 진행될수록 참가자들은 점차 호흡에 집중하면서 자신의 몸을 이완시키는 방법을 배우게 되며, 이완된 상태에서 통증, 느낌, 기억이나 잡념 등 몸과 마음의 현상이 일어날 때 그것을 즉시 알아차리고, 그러한 현상들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체험하고, 수용적으로 흘러가도록 대응하는 방식을 익히게 된다.

다시 말하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온갖 현상들에 휩쓸리거나 애써 저항하지 않으면서도 그것들과 접촉하며 동시에 편안히 관찰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또한 자신이 이제까지 외부자극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반응해왔던 방식들을 자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명상은 내담자에게만 요구되는 것일까. 박 교수에 따르면 상담사의 가장 중요한 능력인 경청하는 태도를 훈련하는데 있어서도 명상은 효과적이다.

“내담자를 치료하고자 하는 욕망, 내담자의 말에 대한 즉각적인 결론, 내담자의 고통의 원인에 대해 통찰하려는 욕구를 보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명상수행을 통해 배양되는 것은 일어나는 모든 현상 자체에 주의를 집중하고 자신의 반응으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는 것. 호불호에 대한 자동적 행동경향성으로부터 편견없고 비판단적인 자각을 유지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관찰명상, 몸과 마음의 현상에 대한 알아차림을 통해 현상의 본질에 대한 지혜를 얻는 방법이다. 위빠사나 명상은 가장 대표적인 관찰명상이다. 이 날 세미나에서 김열권 위빠사나붓다선원장은 ‘위빠사나 수행원리를 중심으로 한 명상과 상담사례’를 주제로 발제했다. 이 가운데 한 체험자의 사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위빠사나수행을 하기 전에는 좋은 옷이나 책, 여타 좋은 물건을 보았을 때 갖고 싶은 욕망이 일어났고, 그것이 너무 비싸거나 해서 가질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 욕망이 성냄으로 변해 급기야는 허탈감에 빠져, 갖고 싶은 집착이 다시 열등감으로 쌓인다.

그러나 수행을 하게 되면서 마음에 드는 물건들을 볼 때 갖고 싶은 욕망이 일어나려는 낌새(무의식의 흐름)를 알아차리게 되고, 그 욕망이 무엇 때문에,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바로 보게 되자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사라지게 됐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것을 보아도 그저 ‘좋은 것이구나’, ‘예쁘구나’로 그치게 되고, 갖고 싶은 욕망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김재성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교수는 자애명상의 상담사례를 자신의 경험담으로 설명했다. “간단히 말하면 초선의 기쁨, 전율이 일어나서 굉장히 강하게 1주일간 간다. 그 다음 2주일간은 행복이 일어난다. 그 행복감이 가라앉으면 평온해진다. 평온에 의해 마음챙김이 청정해진 상태, 적적한 상태, 평온한 상태가 바닥에 깔린 채로 여러가지 경험들이 모이는 것이다.”

이날 행복마을 이사장 용타스님은 불교상담개발을 향한 제언으로 기조발제를 대신하면서 수행과 깨달음이 멀지 않음을 강조했다. “보리수하의 대각(大覺)과 녹야원의 60명 아라한을 언제까지 남의 일로만 바라보고 살 것인가.” 

[불교신문3106호/2015년5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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