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단
네팔 오지마을서 구호 손길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단장 각평스님이 마을 주민들에게 구호물품을 나눠주고 있다.

“학교도 집도 무너져 사는 곳도 배울 곳도 없어졌지만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배고픔이다. 6살난 딸아이에게 먹을 것을 주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온 동네 사람들이 굶주림에 시달린다. 지진 발생 후 10일이 지났지만 아무도 도우러 오지 않았다. 식량을 받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단의 구호물품 배급을 기다리던 소니트(32)씨가 말했다.

지난 4일 오후4시(현지시각) 네팔 신두팔촉 지역 산 중턱은 구호물품을 받으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긴급구호물품을 실은 20톤 트럭 2대가 산 중턱에 오르자 조계종 긴급구호재난봉사단은 안전한 배분을 위해 마을 사람들을 지역 행정 담당자에게 안내했다. 물품 배분을 돕기 위해 온 국제개발단체 지구촌공생회 직원들 또한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에게 발빠르게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힘을 보탰다. 마을 행정 담당자에게 거주지 명단 확인을 받은 주민들은 쌀, 녹두, 라면, 비스켓, 비누 등 비상식량과 생필품이 들어간 20kg 포대를 차례로 배급받았다. 열악한 도로 사정으로 인한 사고 때문에 예상 시간보다 3시간 가량 배분 시간이 지체됐지만 구호물품을 받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시카푸르 마을에 구호물품을 전달하러 가던 트럭이 낙석에 걸려 멈춰섰다.

식량 배급 소식은 마을 사람들에게 희소식이었다. 갑작스런 강진으로 인해 흙으로 엉성하게 지어진 집들은 지붕만 남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돈이며 세간은 땅 밑에 묻혔다. 가까스로 몸만 빠져나온 사람들은 야외에서 천막을 치고 생활하고, 그마저 없는 사람들은 새벽 이슬을 그대로 맞으며 잠을 청하고 있었다. 잠자리는 둘째치고 당장에 먹을 것이 없어 굶는 일도 다반사였다. 시카푸르 주민인 어니스(46) 씨는 “지진으로 내가 사는 마을의 750가구 전체가 무너지고 33명이 죽어나갔다”며 “식량과 가재도구들조차 건지지 못하고 쫓겨나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단 트럭을 에워싼 마을 사람들

시카푸르 마을은 한순간에 폐허가 됐지만 마을을 돕기 위해 찾아온 도움의 손길은 없었다. 기다림과 배고픔에 지친 마을 사람들에게 더 큰 절망감을 안겨 준 것은 ‘아무도 찾지 않는다’는 고립감이었다. 구호물품을 나눠주며 손짓과 발짓으로 응원과 위로의 말을 전하던 봉사단들에게 리사(43)씨는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어 걱정이다”며 “올라오기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마을까지 찾아와 정말 고맙다”고 감사인사를 했다. 긴급구호봉사단장 각평스님은 “마을 사람들이 10일 동안 밥을 못 먹었다고 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하루라도 빨리 찾아올 걸 그랬다”고 안타까워했다.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단은 오는 8일까지 시카푸르 지역을 시작으로 바레가웅, 두바초르, 이촉 등 네팔 지진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신두팔촉 지역 산간 오지 마을 5000가구에 125톤의 식량 및 생필품을 배급할 예정이다.

봉사단은 이에 앞서 지진의 진앙지인 고르카 지역과 수도인 카트만두에 구호의 손길이 집중된 것을 생각해, 구호대상에서 소외된 신두팔촉 지역중에서도 접근이 어려운 곳을 찾아 피해 지역 조사 및 배분 물자 확보, 안전배분을 위한 지역 담당자와 군경과의 협력체제를 구축해둔 상태다.

한편 이날 조계종의 긴급구호 과정을 촬영하기 위해 동행취재에 나선 KBS 다큐3일 이재열pd 또한 “네팔 지진 참사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펼치는 한국 구호팀들의 72시간을 취재하기 위해 왔지만 이렇게 체계적이고 규모있는 구호 현장은 조계종이 처음 인 것 같다”며 “열악한 환경에서 사투를 벌이는 봉사단들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단의 네팔 지진 참사 현장에서의 사투를 담은 생생한 모습은 오는 10일 오후10시55분 KBS2TV '다큐멘터리3일'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불교신문3104호/2015년5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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