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조계사 앞에서 불교용품점을 하는 한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울경찰청 앞에 걸린 연등을 보니 너무 안타깝다”며 “가능하면 본인이 비용을 부담해서라도 연등을 깨끗한 것으로 교체해주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거리마다 연등이 걸리고 있다. 특히 밤이면 연등은 도심의 색다른 아름다움으로 빛을 밝힌다. 많은 시민들은 거리의 연등을 보면서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고, 전통종교로서 불교에 대한 호감도 갖게 된다. 거리연등으로 인한 이미지 효과를 요즘 흔히 일컫는 경제적 효과로 산출하면 얼마가 될지 궁금하다.

그런데 가끔 거리를 가다보면 “차라리 걸지를 말지…”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일반적으로 연등을 처음 구입하면 사찰에서 사용한다. 부처님오신날 사찰 마당에 걸리며, 보통 2~3년 사용한다. 그리고 나서 거리연등으로 사용하게 된다. 그런데 정작 일반 시민들이 접하는 연등은 사찰에 거는 연등이 아니라 거리연등이다. 가로수 사이에 대강 대강 걸린 연등, 간혹 너무 지저분한 연등을 접하게 된다. 그나마 다수는 전선이 아닌 끈에 매달은 까닭에 저녁이 되어도 불이 밝혀지지 않는다.

수천 개의 거리연등을 달기위해 사찰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 되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등은 정성을 상징하며, 공덕을 상징하는 불교의 가장 오래되고 대표적인 장엄물이다. 거리를 수놓은 아름다운 연등을 통해 불교의 좋은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은 곧 문화포교의 방법이기도 하다. 사찰 주변 거리에 걸린 연등을 한번 돌아봤으면 한다. 불자들이 직접 나서 전구가 나간 곳의 전구를 갈아 끼워주는 것도 포교를 위한 작은 실천이 아닐까.

[불교신문3103호/2015년5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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