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용주사‧융건릉 도로명 ‘차범근 도로’ 추진

 조계종 제2교구본사인 용주사와 융건릉을 가로지르는 도로 명칭이 ‘차범근 명예도로’로 명명되면서 지역 불교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문제가 된 도로는 화성시 안녕동에서 기안동 사이를 연결하는 서부로 5.2km 구간. 왕복 6차선인 이 도로는 용주사 효행문화원 벽을 따라 지나가며 융건릉과 용주사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다.

'차범근 도로' 예정지 항공사진. 세계문화유산인 융건릉과 용주사 사이를 관통하는 5.2km 구간의 6차선 도로다.

이 도로는 지난 4월 초 화성시의 고시를 걸쳐, 4월22일 화성시 도로명주소위원회에서 ‘차범근 명예도로’로 확정공고됐다. 화성시 부시장을 비롯해 환경도시국장, 건설과장, 화성시문화원장, 우모 토목회사 대표 등 당연직 및 위촉직 위원 등 9명으로 구성된 도로명위원회는 “화성시 출신으로 대한민국 축구사에 큰 족적을 남긴 차범근 선수의 공을 기리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고지했다. 화성시는 이와 관련해 구간내에 표지석 3개와 명예도로명판 22개를 제작할 계획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과 지역불교계가 “어이없는 일”이라며 발끈하고 있다. 경기도청 공무원노조 게시판에는 이와 관련해 “차범근 감독의 후배인 현 시장이 자신의 출신학교 선배 이름을 붙인 도로를 만들려 하고 있다. 융건릉과 용주사 사이를 지나는 도로이므로 용주사로나 융건릉로로 하는 것이 맞지 않냐”는 글이 올라와 높은 조회수를 보였다.

화성 용주사 효행문화관 바로 옆을 지나 융건릉을 관통하는 도로. 촤성시가 최근 차범근 명예도로로 명명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용주사도 발끈하고 나섰다. 용주사 기획국장 법진스님은 “수백년 역사를 지닌 문화유산보다 차범근 선수의 가치가 더 크다는 말이냐”며 “사찰과 문화유산을 가로지르는 도로 자체 개설 자체가 문제인데, 한술 더 떠서 사찰 옆 도로에 ‘축구와 교회만 안다’는 차범근 집사의 이름을 딴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공식 항의에 나서겠다”고 지난 4월30일 밝혔다.

또 대한불교청년회장과 용주사청년회장을 역임한 박법수 씨도 이와관련해 “화성에 수많은 도로가 새로 개설되고 있는데, 굳이 용주사 융건릉 관통도로에 차범근 이름을 쓰는 것이 맞느냐”고 반문하고 “용주사로라 명명하기 싫은 개신교 심사위원들의 고의적 행태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박 전 회장은 또 용주사 신주소명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용주사 앞을 가로지르는 2차선 도로명이 ‘용주사로’가 아닌 ‘용주로’로 정해진 것도 이같은 이유가 아닌지 의문이 된다는 것. “지명은 한번 정해지면 매우 오랜 기간 이어지는 역사자료”라는 박 전 회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인근 도로명, 공공시설 명칭을 조사해보니 용주사나 융건릉을 사용한 지명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지금이라도 불교계와 뜻 있는 시민단체가 함께 이같은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같은 지명을 만든 도로명주소위원들을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본지에서는 교회 장로로 알려진 고정석 화성시문화원장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화성=안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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