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녀 씨 자서전 ‘벽속의 요정’

천의 얼굴을 지닌 배우

연기 40년 삶 담아…

 

국악 찬불가 운동

보현행원송 발표회 등

부처님 앞에 설때 ‘행복’

 

힘들고 지친 몸ㆍ마음도

내 삶의 일부인 것 알면

웃으며 극복할 수 있다

“문학세계사 사장과 인연이 깊은데 몇 번에 걸쳐 책을 쓰자는 거예요. 큰 이슈도 없고 아직 나이도 적은데 무슨 자서전이냐고 만류했어요. 결국 삼고초려에 못이겨 책을 썼는데, 모든 비밀을 들킨 것 같은 느낌이랄까, 무안하기도 해요.”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으로, 중앙대 교수로, 또 배우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불자배우 김성녀 씨가 <벽속의 요정>을 펴냈다. 지난 23일 김성녀 씨를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세상살이가 복잡해서인지,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어해요. 힐링 열풍도 그런 심리가 아닐까 생각해요. 또 좋은 격언이나 냉정한 독설에 사람들이 호응하는 것도 그런 마음의 표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뒤를 돌아보면 삶에 대한 고민은 어느 시대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마음이 곧 부처라는 말을 품고 삽니다.”

그동안의 인생을 담아 펴낸 <벽속의 요정>은 10년 전 1인 32역을 했던 연극의 제목이기도 하다. 어린아이에서 소녀, 껄렁껄렁한 아저씨와 나이 지긋한 노인까지, 32명의 인물을 2시간 동안 혼자 소화했다. 상상을 뛰어넘는 역할을 소화해낸 그 힘은 “나의 인생과 닮아 있었던 까닭”이었다.

창극 공연을 하는 김성녀 씨. 사진제공=문학세계사

1950년 춘향전, 심청전 등의 이야기를 음악극으로 꾸민 국극을 대표하던 배우가 박옥진 여사다. 박 여사의 딸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연극무대에서 놀던 김성녀 씨는 자연스럽게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그녀가 불교와 인연이 된 것은 결혼을 하면서였다. 손진책 감독의 어머니인 시어머니는 “우리 집안은 공을 많이 들인 집안이다. 너는 맏며느리니 부처님을 잘 섬겨야 한다”고 늘 말씀했다. 하지만 와 닿지 않았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49재 자리에서 스님들을 만나면서 불교에 비로소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당시 중앙대 음대교수였던 박범훈 전 총장에게 국악 찬불가 운동을 하자는 제의를 받았어요. 원래 우리의 음악은 불교음악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당시 찬불가는 서양 찬송가를 본딴 것이 대부분이었거든요. 박범훈 선생이 곡을 만들고, 제가 노래를 불렀어요. 또 찬불가를 부르는 들꽃같이 고운 불자님들을 볼 때마다 ‘나도 저런 불자가 돼야지’ 마음이 일었어요. 당장 쓰러질 것 같을 때도, 산사에서 찬불가를 부르면 마음이 맑아지곤 했어요.”

그 인연으로 1992년에는 국악교성곡 <보현행원송> 발표회에 참가했다. 당시 연극을 하다 갈비뼈를 다쳤지만, 붕대를 감고 무대에 섰다. 그때 열창에 감동한 광덕스님으로부터 ‘혜명’이란 법명도 받았다.

“마음이 부처라는 말은 불교 뿐 아니라 모든 종교를 포용하고 있어요. 내 마음이 부처인 것처럼, 다른 사람도 부처님처럼 대하니 매사에 긍정적이고 감사하고 행복해요. 사람들과 이해 못할 일이 없어지고, 어려운 것을 헤쳐 나갈 힘이 저절로 생기곤 합니다. 그 힘이 지금까지 배우로써 길을 걸을 수 있던 힘이 아닐까 합니다.”

김성녀 씨는 스스로를 부끄러운 불자라고 했다. 다른 분들처럼 사찰을 위한 봉사도, 기도도 거의 못하고 지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김성녀 씨는 사찰이나 불교계에서 부르면 일정이 허락되는 한 거절하지 않는다. 행사 규모가 크건 작건 마다하지 않는다. “부처님 앞에서 음성공양을 할 때 정말 행복하기 때문”이란다.

그녀는 지난해 뜨개질 교본을 출간한 적이 있다. 뜬금없는 책이다. “뜨개질은 대박나는 일이 없어요. 한코 한코 엮은 만큼 결과를 만들어내는 정직함을 지니고 있어요. 공연 중간중간 기다리는 시간에 뜨개질을 하면 마음을 다스리는데 참 좋더라구요. 또 내가 다른 사람을 위해 선물을 만든다는 즐거움도 크고요.” 뜨개질 하듯, 사람들과 만남도 배우로서의 일도 한코 한코 기본을 따라 걸어온 김성녀 씨다.

“내년에 강단에서 정년퇴직을 해요. 완성된 배우로 무대에만 몰입하고 싶어요. 또 음성공양을 할 기회가 닿는대로 부처님께 봉사를 해야죠. 제가 불자인지 다 알잖아요? 그래서 불자 배우로서 누를 끼치지 않도록 항상 열심히 살아가자고 다짐을 합니다. 불교신문 독자들께서도 많이 응원해 주세요.”

[불교신문3101호/2015년4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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