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도 속수무책…성숙한 문화의식 절실

전북 지역 사찰의 국보와 보물급 불교문화재가 본격적인 행락철로 접어들면서 관람객들의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보 62호로 정유재란 당시 화재로 소실됐다 1635년 중건된 금산사 미륵전. 국내 유일의 3층 목조 법당인 이곳에는 하루 평균 200~300여명의 관람객이 찾고 있다.
 
그러나 법당 외벽에는 갖가지 낙서가 어지럽게 쓰여 있는 등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선운사 대웅보전 뒷편 외벽에 관람객들이 펜과 칼 등으로 새겨놓은 낙서 흔적.
고창 선운사 대웅보전도 낙서로 신음하고 있긴 마찬가지. 눈에 잘 띄는 법당 앞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문 법당 뒤편에는 일부 관람객들이 펜과 못, 칼, 나뭇가지 등으로 낙서를 해놓으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외벽에는 ○○ 다녀감’, ‘○○, 사랑해, ‘○○♡○○등 온갖 낙서로 얼룩져 원래의 모습을 찾아 보기 힘들었다.
 
이 같은 훼손은 일반 관람객 뿐 아니라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의 철없는 장난으로 빚어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국가지정문화재를 손상, 절취하는 경우 문화재 보호법 위반죄가 적용돼 3년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 대다수의 사찰이 낙서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현재 문화재급 사찰 경내에는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돼 있으나 야간에는 사물의 식별이 어려운데다 이마저도 사각지대의 경우 확인이 불가능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CCTV마저도 설치되지 않은 소규모 사찰의 경우 속수무책이라는 것이 사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관람객 박정심씨는 남을 배려하지 않는 일부 관람객들의 낙서가 사찰의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있다면서 문화재는 개인의 것이 아닌 만큼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사찰측은 순찰 횟수를 늘리는 등 자구책을 세우며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를 대하는 관람객들의 의식이 선행되지 않는 한 ‘낙서 폐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국보급 문화재가 낙서에 노출돼 있는 데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문화재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우려섞인 비판도 나오고 있다.
 
사찰의 한 관계자는 미관상으로 보기가 싫어도 문화재 보호법에 따라 함부로 손을 댈 수도 없는 처지라며 무엇보다도 소중한 문화유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관람객들의 마음가짐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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