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의 예술 향도

정진단 지음/ 티엘 

“내쉬는 숨에 향기가 섞이면, 다른 사람과 주변을 기분 좋게 만들고, 들이켜는 숨에 향기가 섞이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든다. 호흡에 향을 실어 살아간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호흡으로 이루는 최상의 예술, 그것이 바로 향도다.”

향은 동양과 서양에서 각각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서양의 경우 향수를 만들어 몸에 발랐으며, 동양은 향수보다 태우는 향을 주로 사용했다. 중국에서 향도(香道)를 연구해온 정진단 한국향도협회장이 <호흡의 예술 향도>를 출간했다. 중국과 한국의 향의 역사와 활용을 연구한 결과물이다. 지난 2일 서울 안국동에 위치한 한국향도협회를 찾아 정 회장과 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향은 원시시대부터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해

동ㆍ서양에서 널리 사용

신라ㆍ고려 향도문화 발달

 

향도란 보다 좋은 향기를

호흡하는데서 시작된 수행

 

한국은 중국서 사라진

제사 다도문화 등

훌륭한 정신문화유산 지녀

젊은이들이 가치 연구하고

발전시키길 기대…

중국인 정진단 씨는 중국서 향도를 배웠으며, 8년 전 한국에 온 이후 한국향도문화 복원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서울 안국동 향도협회에서 향도 시연을 하고 있는 정진단 회장.

한국의 향도 연구ㆍ보급

정진단 한국향도협회장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재료가 좋은지, 조리과정은 어떤지 많이 따지죠? 그런데 음식은 1주일을 굶어도 상관없지만, 숨은 1분만 못 쉬어도 죽습니다. 그만큼 호흡이 중요한데, 좋은 공기, 몸에 좋은 향기를 맡으려는 노력은 소홀해요. 매일 10분간 좋은 향을 맡으면 몸이 맑아지고, 건강도 유지됩니다. 향은 곧 호흡의 문제이고, 호흡은 수행으로 이어집니다.”

중국 대련에서 자란 정진단 씨가 한국에 온지 8년이 됐다. 정 회장이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차. 중국인 누구나처럼, 매일같이 아무 생각없이 마셨던 차였는데 직장 상사를 통해 차 문화를 전해듣고 차 공부를 시작했다. 내친김에 고급평차사 자격증까지 받았다. 중국 노동부에서 자격을 부여하는 평차사란 차를 마시고 차의 생산지와 종류, 품질을 맞춰내는 일종의 차 감별사 과정이다.

홍콩에 소재한 한국기업을 다니면서 한국인과 결혼한 정진단 원장은 한국에 와서 우울증세를 겪었다.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친구가 한명도 없는 한국 생활을 하다보니” 생긴 병이었다. 그때 접한 것이 위빠사나 명상과 향이었다.

“불교와 천주교에서 의식을 위해 향을 피우지만, 정작 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을 많이 봤어요. 향은 그 자체로 호흡을 가다듬는 명상의 방법입니다. 우리의 코는 대략 3000개의 향기를 구별해 냅니다. 향기는 허파가 아니라 대뇌에서 인지해 호르몬과 신경물질 등의 분비를 촉진시킵니다. 그래서 중국과 한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향을 수행의 도구로 삼았어요. 그 좋은 전통이 조선 중기와 청나라 시기에 양국 모두 사라졌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정진단 원장은 향도의 장점으로 좋은 향을 하루 10분 정도 맡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호흡이 정돈되며, 명상을 통해 나를 바라보는 수행을 할 수 있는 점을 꼽았다. 정 원장은 “신라 이전부터 스님과 귀족을 중심으로 향도가 유행했는데, 지금은 향도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다도와 더불어 향도는 일상생활 문화로서 매우 소중한 존재”라고 말했다.

향도를 할 때는 주로 가루로 된 향을 사용한다. 향로에 숯을 피우고 작은 그릇 위에 가루를 얹어 간접적으로 타면서 향을 내도록 하는 것. 정 원장은 “침향이 매우 우수하지만 고가라서 일반인이 접하기 어렵다. 막대형 향은 대부분 화학접착제를 사용해 제작하다보니 오히려 몸에 좋지 않은 제품이 많다”며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선향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향도를 통해 호흡을 살피는 훈련을 하다보면 어느새 수행의 기본단계에 들어가게 된다는 정 원장은 “간혹 종교적 이유로 향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잘못된 생각이다. 성경에도 예수님이 향을 사용한 기록이 곳곳에 있다. 향은 원시시대부터 사용한 것으로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해 동서양에서 널리 사용했다”며 “특히 신라와 고려의 향도 문화는 매우 발달했다. 그 역사를 정리하고, 현대에 맞는 향도를 개발하는 일에 보다 많은 한국인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향도가 어려운 것도, 사치도 아니다. 숨을 쉬고 살아가는 우리들이 보다 좋은 향기를 호흡하는데서 시작하는 수행”이라고 강조했다.

초의선사의 유적을 찾아 해남 일지암을 방문했다가 일지암의 매력에 빠져 매년 서너차례 찾고 있다는 정 원장은 “한국은 중국에서 이미 사라져버린 제사, 다도문화, 유교적 가치 등 다양한 정신문화유산을 지니고 있다. 이는 매우 훌륭한 자산이다”며 “젊은이들이 이런 가치를 잘 연구하고, 발전시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호흡의 예술 향도>에서는 다양한 향도 기구과 향로, 향을 소재로 한 중국의 시 등이 함께 수록돼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불교신문3099호/2015년4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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