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장 그렇게 살다 그렇게 갔다고 해라”

꿈을 깨면 내가 부처

지은이 서암스님/ 정토출판 

 

조계종 제8대 종정을 지낸 서암스님의 두 번째 법어집 <꿈을 깨면 내가 부처>가 나왔다. 이번 법어집은 대중이 묻고 스님이 답한 내용을 모아 엮은 문답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서암스님은 꿈 깨는 것이 불교라고 말한다. 보통 자기가 생각하는 세계에 자신을 가둬놓고 있지만, 이것을 탁 터버리면 육체와 상관없는 자기가 없는 본래 자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법문했다.

 

일상에서 손 발 움직이고

울고 웃고 대화하는 속에서

24시간 불교 찾는 생활 필요

 

보통 자기 정체 모르고

생명이 어디서 오는 줄

모르고 하루하루 살아…

 

허깨비 그림자 털고

본래 자기 자신 똑바로

볼 수 있도록 정진해야

‘한국 최고 선승’이라 일컬어지는 서암스님은 “본래 마음은 몸 받기 전부터 있었고 나고 죽는 것도 아니고 어디로 가는 것도 아닌 무시무종한 것”이라고 법문했다.

“선이란 것은 어디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손 움직이고 발 움직이고 울고 웃고 이웃 간에 대화하는 그 속에서 24시간 불교를 찾는 생활, 그것이 선”이라는 것이 스님의 가르침이다. 우리 본래 마음은 몸을 받기 전부터 있었고 나고 죽는 것도 아니고 어디서 생긴 것도 아니며 어디로 가는 것도 아닌 무시무종한 것이며, 꿈을 깨면 환한 우주 전체가 바로 자기임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 가지 수행법만을 정답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재가 불자로서 어떤 수행을 하면 가장 좋은가’를 묻는 불자들을 위해 “염불이나 참선 혹은 주력 등 불교에 성불하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어떤 수행법을 해도 다 통한다”고 법문했다. 서암스님은 “참선이나 염불, 주력 같은 수행법은 목표가 모두 꿈을 깨자는 것이니, 참선하다 잘 안되면 염불을 할 수도 있고 염불하다 또 잘 안되면 기도를 할 수도 있다”고 설했다. 다만 이같은 수행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를 당부했다.

“산에 토끼도 뛰어다니고 노루도 뛰어다니는데 이들을 한꺼번에 다 잡으려고 이리저리 쫓으면 다 놓치기 십상이지요. 하나만 쫓아야 잡히듯 수행을 할 때도 딱 하나를 정해서 집중하는 게 필요해요. 하다가 안 되면 지도자에게 물어서 잘못된 것은 고쳐야지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해요.”

이러한 불교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면 우리 삶은 어떻게 달라지는 것일까. 이에 대해 스님은 ‘허깨비 그림자를 털어버리고 참다운 알맹이인 본래 자기를 똑바로 보고 사는 걸 말한다’고 답했다. 마치 자기 생명이 어디서 오는 줄 모르고 죽어서 어디로 가는지 그 방향도 모르고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이전 삶이라면, 깨닫고 난 이후에는 자신을 똑바로 보고 자기 방향대로 정확하게 살아가기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한국불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분명히 밝혔다.

“‘한국 불교는 정신 차려라’는 말은 ‘중이 뭔지를 알라’는 소리예요. 지금 불교가 이름만 불교지 불교다운 불교가 없어진 지 오래됐어요. (중략) 불교는 전부 방하착이라, 다 쉬어버리고 내어주는 것이 불교예요. 불교가 이 나라에 들어올 때 재물과 패거리를 끌어 모아 자리싸움하러 온 게 아니예요. 아도 화상, 순도 화상이 혼자 와서 하루아침에 불교를 편 건 정신적으로 편 거지 물질적으로 편 게 아니에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정신세계를 이 세상에 베풀라는 것이지 돈 벌어서 물질로 베풀라는 그런 건 부처님 법에 없어요.”

열반 12주기(열반일은 음력 2월27일)를 맞아 나온 이 법어집은 1998년부터 월간 <정토>에 연재된 서암스님의 <생활 선을 위한 큰스님 말씀>을 묶은 것이다. 지난해 첫 번째 법어집인 <그건 내 부처가 아니다>를 낸 바 있으며, 내년 열반일에 맞춰 세 번째 법어집이 나올 예정이다.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스님은 책 서문에서 “검소하게 살아가신 큰스님 모습에서 우리는 수행자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볼 수 있다”며 “큰스님 말씀이 여러분 수행에 나침반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 최고 선승 가운데 한 분인 서암스님은 1993년 12월 조계종 종정으로 추대됐지만 재임 140일 만에 사임하고 종단을 떠났다. 2003년 3월 법납 75세 세납 90세로 입적했으며, “그 노장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해라”는 열반송을 남겼다.

[불교신문3099호/2015년4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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