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헌의 ‘본종은 석가세존의
자각각타 각행원만한
근본교리를 봉체하며’를 강조하면
조계종은 선종일뿐만아니라
근본교리인 초기경전을 연구하고
수행해야하는 종단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사람들은 ‘대한불교조계종’ 하면 간화선을 대표 수행법으로 하는 한국불교의 대표종단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것은 조계종 종헌 제2조에 “본종은 석가세존의 자각각타 각행원만한 근본교리를 봉체하며, 직지인심 견성성불 전법도생함을 그 종지로 한다”는 내용에서 앞의 부분은 빼고 뒷부분을 강조해 “‘직지인심 견성성불’이 조계종의 종지”라고 설명하는 탓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에는 참선 안거 전통이 살아있어 2014년 동안거에는 전국 98개 선원에서 2196명이 정진했다.
수행자를 지도하는 각 사찰의 조실 방장 스님들은 모두 간화선 수행자이고 간화선 법문을 하는 분들이다. 이러한 선사들은 간화선이 아닌 다른 수행법을 인정하고 권장하면서도 간화선이 가장 쉽고 빠른 길이라며 간화선을 모든 수행법의 최상위에 둔다. 그런 와중에 15년 전부터 초기불교라는 빠알리 경전이 번역되고 위빠사나 수행법이 일반화되면서 위빠사나 수행을 하다가 출가하는 출가자가 많아지고, 기존 스님들도 위빠사나 수행으로 바꾸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렇게 간화선을 안 하는 스님들이 늘어나다보니 수좌들 사이에서는 ‘간화선의 위기’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3년 4월2일 선원수좌복지회 대표이사 의정스님은 ‘간화선 대법회’를 여는 취지를 설명하면서 “선원에서 간화선이 아닌 위빠사나, 티베트 수행법 등 명상법을 수행하는 수좌 스님이 절반에 달한다”, “불자 가운데 50~60% 가량은 간화선이 아닌 다른 수행법을 하고 있다”고 통탄하고 있다. 그런 위기감 속에서 간화선을 알리는 책들이 출판되고 ‘간화선 대법회’ ‘무차대회’ 등도 열리고 있으며 올해 하안거에 배타적인 몇몇 선원에서는 방부조건에 간화선 수행자만 입방을 허락한다는 조건을 달아 간화선 이외의 수행을 하는 스님들의 방부기회를 아예 차단하고 있다.
그런데 조계종 종헌 제2조의 전반부 내용 즉, “본종은 석가세존의 자각각타 각행원만한 근본교리를 봉체하며”를 강조하면 조계종은 선종일뿐만아니라 근본교리인 초기경전을 연구하고 수행해야하는 종단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래서 이미 기본교육기관인 승가대학의 교과는 1·2학년에는 초기경전인 니까야를 필수교과로 개편했고 초기경전의 언어인 빠알리어도 선택과목으로 배치하고 있으며, 행자교육도 부처님의 생애, 법구경, 수따니빠따 등 초기경전을 중심으로 배우도록 하고 있다. 특히 2013년 3월20일 중앙종회는 삼장원법을 통과시켜서 앞으로는 경율론 삼장 및 염불수행 등도 안거로 인정받게 됐다. 삼장원법이란 안거 때 스님들이 선원에 방부를 들여 정진하는 것처럼 삼장원이나 염불원에 7명이상의 비구 스님들이 방부를 들여 경·율·론을 연구하고 염불과 참회수행을 하는 것도 안거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조계종은 그동안 통불교를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간화선 수행을 강조해왔는데 이제는 경전독송과 토론, 염불수행도 안거로 인정함으로서 모든 수행법에 차별을 두지 않는 진정한 통불교를 지향하게 된 것이다. 세계의 모든 불교가 한반도에 들어와 다양한 수행법을 접하게 된 요즘, 삼장원 법으로 우리 스님들도 자신에게 맞는 수행법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다시 말하면 한국불교도 이미 수행법의 무한경쟁시대에 들어서 있는 것이다.
[불교신문3099호/2015년4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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