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불교대표자회담 의미와 과제

지난 3월26일 남과 북의 불교 지도자들이 중국 심양에서 역사적인 ‘남북불교대표자회담’을 가졌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강수린 조선불교도련맹 위원장이 직접 만난 회담에서, 광복 70년 분단 70년을 맞이하는 8월15일 범종단차원의 남북 불교도 합동법회를 금강산이나 개성에서 갖기로 합의했다. 또 회담에서는 부처님오신날에 즈음하여 5월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기원대회’에 조불련 대표단을 초청했다.

이번 남북불교대표자회담은 분단 70년을 맞아 오랜 가뭄을 해갈하는 봄비와 같은 소식이다. 올해 광복과 분단 70년이 갖는 상징적 의미로 인해 연초부터 정부나 민간차원에서 여러 전망과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북측과 마주앉지도 못한 답답한 현실이다. 이같은 현실에서 이번 남북불교 지도자들의 만남은 꽉 막힌 남북 간의 대화와 교류에 물꼬를 트는 마중물이 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우리민족은 1945년 8월 광복의 기쁨을 앗아간, 강대국들에 의한 한반도의 분단이 7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지속될 줄 아무도 몰랐다. 민족의 이별이 상상외로 길게 이어지고 있다. 광복 70년을 맞는 오늘, 분단의 비극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아직까지 미미하다.

이는 지속되는 남북관계의 악화로 인해 통일을 향한 각종 노력이 질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해도 어렵다는 생각에 비내림은 하늘의 소관이라고 치부하듯이 분단 70년임에도 많은 사람들은 통일의 손을 놓고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의 해갈을 바라는 대중들의 마음은 여전하다. 최근 동아일보와 아산정책연구원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0.6%가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제1위원장과의 ‘남북정상회담’을 지지했으며, ‘대북특사 파견’에 대해 66.3%가 찬성했다.

분단 70년을 극복하기 위해서 남한 정부부터 과감하게 경색된 남북관계를 해결하라는 의사표현일 것이다. 나아가 분단 70년을 맞아서 그동안 회자되었던 ‘통일대박’, ‘통일준비’의 내용을 실천적으로 추진하라는 것이다.

이번에 민간차원에서 논의된 남북불교대표자회담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인식에서도 나타나듯이 무엇보다도 우리정부의 전향적인 대북정책의 전환이 요구된다. 정부는 광복과 분단 70년을 맞아 대북제제인 5.24조치를 과감하게 해제하고, 민간차원의 남북교류와 공동행사를 원만히 보장하여 남북관계의 획기적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광복과 분단 70년을 넘어서려는 온 겨레 앞에 새로운 통일과 번영의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 나아가 남북관계의 발전에 기초하여 미국, 중국 등 주변국들과 함께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한다.

더불어 남북 불교계의 진정성 있는 실천이 더욱 필요하다. 과거에도 남북 불교계의 적지 않은 합의가 있었지만 남북관계의 경색 속에서 실현되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였다. 분단 70년 오늘에는 이를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남북 불교계의 정당한 합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정부 당국에도 협조를 요청해야할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의 장애물, 걸림돌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 병행해야한다. 광복과 분단 70년을 맞이하는 지금, 김구 선생의 “38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이라는 결기를 새삼 떠올려본다.

[불교신문3098호/2015년4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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