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기’ 법륜사 추모 콘서트 현장

“그대, 제발 눈물을 멈춰요…

돌아올 수 없는 것 알지만

행복하고 평안하길 빌게요”

 

고 박지윤 학생 어머니 대신

인근 주민 등 150여명

인등 켜고 연등 들고 함께

304명 희생자 극락왕생 기원

용인 법륜사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지난 11일 경내 대웅전에서 ‘희망으로 피어나라’ 추모 콘서트를 개최했다. 사진은 304명의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연꽃 모양의 컵등.

봄꽃 흐드러지게 핀 4월의 어느 날, 문수산 자락에 자리잡은 법륜사에서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연주하는 관현악단의 선율이 흘러나왔다. 곧이어 ‘천 개의 바람이 되어'가 추모곡으로 불리자 스님과 관객들의 눈시울이 이내 붉어졌다.

“나는 천 개의 바람.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나의 사진 앞에 서있는 그대, 제발 눈물을 멈춰요. 죽었다고 생각 말아요.” 희생자들은 떠나고 없지만, 남겨진 자들은 그들을 여전히 기억한다.

용인 법륜사(주지 현암스님)는 지난 11일 대웅전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희망으로 피어나라’ 추모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날은 분기별로 개최해왔던 기존의 ‘Dream 드림’ 콘서트에 추모의 의미를 더해 특별한 무대를 준비했다.

기존의 행사성격을 바꾸면서까지 추모 콘서트를 연 데에는 법륜사 신도인 단원고 고(故)박지윤 학생 어머니와의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불심 깊은 신도가 예기치 못한 참사로 딸을 잃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스님들이 작은 콘서트로나마 마음을 달래주고자 원력을 낸 것이다.

현암스님은 “희생자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자책감과 무력감으로 비통한 마음만 가득했던 1년 전 이때가 기억난다”며 “상처와 아픔을 함께 나누고 치유함으로써 희망으로 피어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콘서트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날 관객석은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한 박 양의 어머니 대신, 서울 경기 등 인근 지역 주민들과 템플스테이 체험자 등 150명의 관객들로 채워졌다.

행사는 마음을 담은 편지 쓰기, 안양시 청소년관현악단의 '마법의 성' ‘거위의 꿈’ 연주, 일일가수 김동영 씨의 ‘천개의 바람이 되어’ 공연, 여성 소리꾼 ‘미음’ 판소리, 편지 낭독, 김형선 바이올린 연주가 등이 참여한 4중주 연주, ‘태극’팀 난타 공연, 연꽃 모양의 컵등에 촛불 밝히기, 304개의 인등 밝히기, 추모 발원 등으로 진행됐다. 

일일가수로 참가한 김동영 씨는 팝페라 가수인 임형주가 세월호 참사 추모곡으로 헌정한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불러 관객의 눈시울을 적셨다.

김 씨는 “이 노래는 어 사우전드 윈즈(A Thousand Winds)"란 작자 미상의 시에 멜로디를 붙인 곡으로, 떠난 자가 남겨진 자를 달래는 곡”이라며 “이 노래를 듣고 남겨진 우리들이, 한번이라도 더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마음을 치유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이라이트는 관객의 마음을 울린 여중생 이지현(15)양의 편지 낭독이었다. 이지현 양은 이날 청운의 꿈을 못다 이루고 떠난 단원고 학생들을 회고하며 또박또박 편지를 읽어나갔다.

이 양은 “피지 못한 꽃방울, 단원고 언니오빠들, 피어보기도 전에 진도 앞바다에 잠긴 그날의 봄이 다시 돌아왔습니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진도 팽목항에 걸린 노란리본은 언니오빠를 향한 손짓 같은데, 바람이 되어 보셨나요 구름이 되어 보셨나요”라며 “돌아올 수 없는 것은 알고 있지만 행복하고 평안하길 빌게요”라고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편지 낭독

행사의 마지막은 ' 인등 밝히기' 가 장식했다. 곳곳에서 눈물을 흘리던 참가자들은 한 마음이 돼 304명의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304개의 인등을 밝혔다. 희생자 이름이 새겨진 304개의 연꽃 인등을 양 손에 든 참가자들은 큰 원을 만들어 섰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등을 받들고 선 사람들 사이에서, 주지 현암스님을 비롯해 5명의 스님들도 떨리는 목소리로 발원문을 읽어나갔다. “불보살님의 자비의 손길이 우리에게 닿게 하소서. 한 중생도 놓치지 않겠다던 옛 서원을 기억하셔서 희생자의 손을 꼭 잡아주시고 우리의 앞길에 등대가 되어주시길 발원합니다.”

관객들은 이날 희생자들을 오롯이 추억했다. 서울 대방동에서 2시간여 가량을 달려왔다는 50대 부부는 “오늘만큼은 정치적인 것을 떠나 안타깝게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의 기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타종교인이지만 콘서트를 보기위해 법륜사를 처음 찾았다는 주혜정(42, 용인) 씨는 “어떤 식으로든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고 밝혔다.

떠난 자들은 자유로운 바람이 되어 애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를, 남겨진 자들은 위로와 평안으로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를, 추모의 선율은 문수산 산자락을 타고 퍼져나갔다.

'하늘나라 우체통'에 넣을 편지를 쓰는 참가자.
안양시 청소년관현악단 연주
노래를 듣던 스님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서울 경기 등 인근 지역주민들과 템플스테이 참가자 등 150여명의 관람객이 자리를 채웠다.
등을 들고 발원문을 낭독하는 스님들

 

[불교신문3098호/2015년4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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