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불자모임 보리수아래 창립10주년 기념 시집

18명 시인의 아픔ㆍ사랑

그리고 감동 담아내…

“나를 눈물짓게 하는 벽/ 내가 아무리 사랑이 그립다고/ 목놓아 소리를 질러보지만/ 차갑게 돌아앉아 있고// 나를 목마르게 하는 벽/ 내가 아무리 정을 달라고/ 짐승처럼 울부짖어 보지만/ 나의 마음 끝내 모른다. … 나를 바라보게 만드는 벽/ 내가 아무리 뛰어넘으려 해도/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어/ 한겨울 눈보라 속에 서글프다.”

강원도 춘천에 사는 정상석 씨는 지체장애를 안고 산다. 몸은 부자연스럽고, 손은 굳어 있지만 손가락으로 자판을 두드려 세상과 소통하고 산다. “강물처럼 맑고 순수한 영혼으로 살다가라고 세존께서 말씀하셨다”는 그는 KBS 라디오 프로그램 로고송 제작자로, 시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장애불자들의 모임인 ‘보리수 아래’가 회원들의 시를 엮어 <단 하나의 이유까지>를 발간했다. 모임 결성 10년을 기념해 내놓은 시집에는 그들이 겪는 아픔과 사랑, 그리고 감동이 담겨 있다. 이 책에는 바리스타인 김동원 씨, 인천아시안경기 보치아 부문 금메달 2관왕인 김준엽 씨를 비롯해 18명 시인들의 글이 담겼다.

조계종 포교원장 지원스님은 “그동안 장애인불자들은 노래와 음반을 통해 장애인 포교와 인식개선에 앞장서 왔다. 이제는 문학포교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며 “시집이 나오기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은 관계자들과 참가한 시인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책 발간을 격려했다.

또 ‘보리수아래’를 10년간 지원해온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지현스님은 “이 책은 행복한 깨달음에 대해 부처님 이야기처럼 귀한 법문이 담겨 있다”며 “진취적이고 진보적인 보리수아래 회원들과 함께 이 시대 희망을 꽃을 그려보자”고 격려의 글을 전했다.

“시가 마냥 억지 희망만을 노래할 수는 없다. 때로 절망의 얼굴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인구 씨의 시에서) 정직하게 그리움을 갈구하는 마음을 읽었다”는 지도법사 법인스님은 “한결같이 허세와 꾸밈없는 글이다”며 불자들에게 이 책을 권했다.

2005년 지현스님의 제안으로 장애인불자와 후원자들이 모여 결성된 보리수아래는 월1회 정기모임과 연1회 노래공연, 문학작품집 발간 및 음반제작 등의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다. 음반 <봄길 위의 동행> <그가 내게로 오다>와 시집 <보리수 아래 그를 만나다> 등을 출간했다.

최명숙 회장은 “불교와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며 장애 여부를 떠나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단체”라고 소개하고 “이번에 설립 10주년을 기념해 발간한 시집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불교신문3095호/2015년4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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