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했던 삶을 위로해 준 갓바위 부처님

갓바위 무지개

도학회 지음/ 조계종출판사

범종 조각가 도학회 씨

갓바위부처님 영험 소재로

1960년대 서민의 애환

잔잔한 소설로 그려내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다양한 스토리텔링 개발해야

불교문화도 발전하죠”

경북 팔공산 선본사에 위치한 관봉약사여래불. 신라시대 의현스님이 조각한 약사여래부처님은 중생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소원을 들어주는, 일명 갓바위부처님으로 잘 알려져 있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팔공산 관봉 약사여래부처님, 일명 갓바위 부처님은 신앙의 대상이다.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리면 한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는 영험으로 인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기 위해 팔공산 마루에 자리한 갓바위 부처님을 찾는다. 산 입구에서 쌀과 초, 향을 사서 바닥에 내려놓지 않고 한시간 남짓 산을 오르는 보살님들의 신심은 우리나라 불교를 지탱하는 힘이기도 하다. 신라 선덕왕 때 의현스님이 어머니에 대한 마음을 담아 조성했다는 갓바위부처님은 마음의 병을 고쳐주시는 약사여래부처님이시다. 범종 제작자인 도학회 조각가가 갓바위부처님의 설화를 소설로 담아냈다. <갓바위 무지개>는 아동소설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잔잔한 감동과 추억을 전해준다. 지난 3월10일 도학희 작가와 전화를 통해 글을 쓴 이유 등을 물었다.

6ㆍ25전쟁의 와중에 아버지를 잃은 분이는 고아원에 맡겨졌다. 고아원장은 매일같이 아이들에게 구걸을 시키고 목표량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툭하면 밥도 주지 않는다. 열 살 남짓 분이에게는 너무도 가혹한 현실이다. 동냥받은 돈이 적다는 이유로 아침마저 굶고 거리에 나온 분이에게 한 아저씨가 국밥을 사준다. 그러면서 “언제 기회가 되면 갓바위부처님께 가서 소원을 빌어봐라. 신기하게도 소원을 들어주신다”는 말을 전했다.

그 이야기를 귀에 담아두었던 분이는 며칠을 걸어 갓바위부처님을 찾아갔다. 그리고 어머니를 만나게 해달라고 절을 하고 또 절을 했다. 다시 고아원에 와서 호된 꾸지람을 받고 구걸을 하던 어느 날, 고아원의 한 후원자를 따라 갓바위를 가게 된다. 아주머니가 기도를 하는 동안 관봉 위로 올랐다가 바위에서 떨어진 분이는 한밤중에서야 깨어난다.

결국 오갈데 없어진 분이가 인근 사당에 찾아드는데, 사당을 지키던 아주머니는 분이를 목욕시키다가 고아원에 맡겨진 딸임을 알게 된다. 드디어 엄마 품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분이지만….

가장 힘들고 가난하던 시절의 분이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이야기다. 이 글을 쓴 작가는 갓바위 범종 조각가인 도학회 씨. 도 작가는 “불교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개발해야 한다. 갓바위 범종을 제작하면서 100번이 넘게 산을 올랐는데, 그때 기도하는 많은 분들을 보면서 이 소설을 구상했다. 부처님과 중생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메신저를 엮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 소설은 해피엔딩이 아니다. 어머니와 동생을 만난 분이는 몇 년간의 행복한 생활도 잠시, 어머니가 사고로 죽고, 동생과 살던 중 괴질로 인해 결국 사망하게 된다. 도 작가는 “비록 세상을 떠나지만, 갓바위 부처님의 양 무릎에 남매가 앉아 엄마가 있는 세상으로 가는 모습을 그렸다. 속세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마음을 글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글 머리에 봉술아저씨가 등장하는데, 물건을 팔기로 한 업체에 사정이 생겨 인수가 거절되면서 사업체가 부도날 위기를 맞았어요. 답답한 마음에 갓바위부처님을 찾아 기도를 올렸어요. 그런데 그날 저녁 신기하게도 오랜만에 친구가 연락을 해와 물건을 찾은 거예요. 제 형님의 실화입니다. 무색계에 계신 부처님이 소원을 들어줄리 없겠지만, 말과 이성으로 표현하기 힘든 영험을 경험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도학회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갓바위 부처님의 영험만은 아니다. 1970년대 석유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던 과도한 욕망으로 인해 우리나라에는 원인과 치료법을 알수 없는 괴질이 번졌다. 기도하러 온 사람을 통해 괴질이 옮은 분이는 그러한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죽음을 맞아야 했다. 도 작가는 “부처님께 드리는 기도를 통해 사람들이 지나친 욕망을 내려놓고, 마음의 평온을 찾아야 한다. 또 갓바위를 찾으면 부처님 뿐 아니라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 역사를 함께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갓바위 부처님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 60대 아주머니들이 제일 많습니다. 그분들이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시대적 배경을 한국전쟁 직후로 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역경의 세월을 이겨온 그분들에게 추억과 희망을 전해주고, 자녀들에게 순화된 마음을 전달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범종 불사를 하기 몇 년 전부터 갓바위부처님과 관련된 꿈을 꿨다는 도 작가는 “갓바위와 관련된 효자 이야기가 전해오는데, 그 이야기에 나오는 효자가 선대 조상이다. 그 인연이 이어져 범종불사를 하게 된 것 같다”며 “그 마음이 소설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부석사 창건설화인 의상대사와 선묘낭자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바꾸고 있다. 장편소설로 올 연말 출간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도학회 작가는 서울대 미술대학 조소과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오대산 상원사 봉황보당, 서산 부석사 범종, 갓바위 범종 등을 제작한 바 있다. 또 개인전 ‘지평의 울림’ ‘고구려 사신상전’ ‘칠전불’ 등 전통문화와 현대미술간 만남을 주제로 한 특별전을 개최한 바 있다.

[불교신문3095호/2015년4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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