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IUT공대 불교강연 소회

지난 3월16일 프랑스 파리 인근 쏘도시에 위치한 IUT(Institut Universitaire de Technologie de Sceaux) 공대에서 ‘한국의 날’ 문화축제가 열렸다. 해마다 국가를 지정해 정치, 경제, 기술,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해당 국가를 소개하는 행사에 올해는 한국이 선정됐으며, 축제프로그램의 하나로 한국불교 강연회가 개최됐다. 

본인이 본 강연을 맡게 된 인연은 다음과 같다. 지금부터 몇 달 전 이 학교의 재학생 두 명이 본 축제기간에 한국 불교를 소개해 달라며 파리 길상사를 찾아왔는데 이 프랑스 젊은이들의 진지한 모습을 보고 부족하나마 흔쾌히 승낙을 한 것이다.

공공기관에서는 정치와 종교가 엄격히 구분된 프랑스에서 어떻게 한국불교를 소개해야할지, 그리고 한국 문화에 생소한 프랑스 대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어떤 주제를 선정해야할지 고민 끝에 한국불교의 문화적 측면을 부각하는 한편, 외국 젊은이들이 실제로 체험해볼 수 있는 불교문화 프로그램 소개를 중심으로 접근했다.

그리하여 강연회의 보조 영상자료로,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 제공받은 템플스테이 동영상과 2014년 10월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의 국립 기메 동양박물관 간화선 행사를 위해 제작한 간화선 실참 영상물을 활용했다.

대강당에서 열린 이번 강연회에는 200여명 이상의 학생들이 참석했다. 강의 시작 전, 죽비로 3분 정도 명상을 하도록 해 대강당 안을 고요히 정리했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강의 내내 지속됐다.

이번 행사의 준비위원인 도나 (Dona) 양이 “학교 대강당이 생긴 이래 소리없는 침묵의 시간을 갖고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모습은 처음일 것”이라고 했을 정도로, 학생들 모두가 진지함 가운데 강연회를 경청했다. 강연회를 마친 후 많은 학생들이 본인을 찾아와 기회가 닿으면 꼭 한국사찰을 방문하고 싶다는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렇게 한국불교에 관심을 보이는 젊은이들의 진지한 모습을 보면서 이번 강연회를 준비한 보람을 느꼈으며, 앞으로 한국불교가 보다 다양하게 프랑스에 소개돼야할 것이라는 평소의 신념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현재 한국과 프랑스 양국의 정부는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이하여, 올해부터 내년까지 양국 간의 문화교류를 증진하기 위한 여러 가지 행사들을 계획 중이다. 이런 기회를 통해 종단 차원에서도 지금까지 소개될 기회가 없었던 한국불교 문화의 숨겨진 보물들이 많이 선보여 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아울러, 장기적인 안목에 있어서는 유럽문화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파리에 한국불교 문화를 지속적으로 알릴 수 있는 거점이 될 만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기를 발원해 본다.

[불교신문3096호/2015년4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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