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3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대회의실에서 29차 조계종 교육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교육위원들은 이 시대 바람직한 출가상과 이에 맞는 청규는 어때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세미나를 오는 6월25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출가자의 모습을 정립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규범인 청규는 불교의 존립과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대에 들어 불교는 위기를 맞고 있다. 승풍실추 사건이 매년 끊이지 않으면서 불교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불교에 대한 국민신뢰도가 5점 만점을 기준으로 2011년에는 4.05점, 2014년에는 3.32점으로 낮아진 것이 이를 반증한다. 추락한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은 시대가 원하는 승가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에 맞는 청규가 필요하다.

시대에 맞는 청규를 제정하자는 노력은 2000년대 들어서 활발히 진행돼 왔다. 교육원에서는 선원수좌회와 함께 3년간 노력 끝에 <선원청규>를 발간했고, 지난 2013년도 종단쇄신위원회는 ‘대비원력의 발심과 실천을 위한 승가청규’를 마련했다.

문제는 오랜 고심 끝에 마련한 청규가 현실에 적용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선원청규>는 책장에 꽂혀 있을 뿐이고, 쇄신위원회에서 만든 ‘승가청규’는 아직까지 빛도 보지 못하고 사장돼 있는 실정이다.

교육위원회가 오는 6월 개최할 ‘현대사회의 출가승려와 청규’ 세미나는 다양한 문제를 안고 사는 현대인들이 원하는 스님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자리인 동시에 청규를 어떻게 현실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스님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청규를 실천해야 할 주인공인 스님들이 외면한다면 의미가 없다. 또 승가청규를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교육하고 실천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방안도 도출돼야 한다. 원론적인 얘기를 되풀이 하는 자리가 되지 않길 기대한다.

[불교신문3094호/2015년4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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