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진단 / 종단 주요소임 자격 규정 어떻게 변해왔나 〈下〉 법계제도

흔히 원로 스님들을 가리켜 법명과 함께 대종사라는 호칭을 붙인다. 대종사 법계를 품수 받은 스님들에게 붙이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반적으로 원로 스님들에 대한 예우의 차원에서 종종 쓰이기도 한다.

‘대종사(大宗師)’는 종단 지도력의 상징으로서 법계법(法階)에 따른 종단 위계서열의 최고 품계다. 대종사는 수행을 통해서 깨달음을 증득함은 물론 많은 사람들로부터 스승으로 존경받는 지위를 대표하며, 조계종 최고 정신적 지도자이자 불법(佛法)의 상징인 종정이 될 수 있는 자격요건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현행 조계종의 법계제도는 6급으로 이뤄져 있다. 종단은 안정과 예측 가능한 종단 운영을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해왔고 특히 승가 위계서열을 규정하고 있는 법계제도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법계는 고려시대 승과제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고려 광종 때 승과를 실시하며 합격한 스님에 각각 대덕과 대사, 중대사, 삼중대사의 법계를 부여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승과에 합격한 스님들에게 법계를 수여함으로써 수행과 덕의 높고 낮음을 인정한 것이다.

조선시대 때도 승과를 통해 대선, 중덕, 선사, 대선사, 도대선사의 법계를 수여했다. 일제강점기에는 대덕과 중덕, 선사, 대선사 등의 법계제도가 있었다. 본사에서 매년 1회 시험을 치러 합격한 자에게 법계를 수여하도록 했다. 하지만 당시 법계제도는 널리 시행되지 못했다.

오늘날과 같은 법계가 확립된 것은 통합종단 출범 이후다. 종단은 불교 현대화와 종단체제정비, 승풍 재정비의 일환으로 법계제도의 틀을 갖춰 나갔다. 1976년 3월 법계법이 제정됐으며, 이후 2001년 9월 전면 개정으로 현재 법계법이 마련됐다.

현행 법계법에서는 “법계는 수행력과 종단 지도력의 상징이며 종단 위계서열의 기본이다”라고 의미를 규정하고 있으며, 총 6단계로 법계를 구분하고 있다. 비구 스님과 비구니 스님의 법계를 구분하고 있으며, 두루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에서 ‘덕(德)’과 높은 지위의 스승의 의미를 담아 ‘사(師)’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법계법에서는 출가 이후 10년 미만은 견덕(비구니 계덕), 10년 이상은 중덕(정덕), 20년 이상은 대덕(혜덕), 25년 이상은 종덕(현덕), 30년 이상은 종사(명덕), 40년 이상은 대종사(명사)로 각각 규정하고 있다.

법계는 각각의 위계에 따라 상좌를 둘 수 있는 자격에서부터 종단 주요 소임을 맡을 수 있는 자격을 정하고 있다. 종정은 법계 대종사, 원로의원은 대종사급, 총무원장은 종사 이상, 본사 주지는 종덕 이상, 말사 주지는 중덕(비구니 정덕) 이상으로, 법계 중덕 이상은 상좌를 둘 수 있도록 각각 자격을 두고 있다. 법계에 따라 스님들의 의제도 달라진다.

대종사와 명사의 경우 25조, 종사와 명덕은 21조, 종덕과 현덕은 19조, 대덕과 혜덕은 15조, 중덕과 정덕은 9조, 견덕과 계덕은 7조 가사를 수한다. 이처럼 법계제도의 확립은 종단의 안정과 체제 정비를 위해 기여한 측면이 강하다. 반면 선불교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한국불교의 현실에서 과연 깨달음의 경지를 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가 하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조계종 고시위원장 지안스님은 “승가고시를 통해 법계를 품수하는 제도는 종단 조직관리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고시나 법계제도를 통해 종단이 제대로 정비될 때 불교가 확산되고 승가 역시 발전된다고 볼 수 있다”며 “법계제도의 정비는 승풍을 진작하고 현대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스님을 양성하고 자질향상에 좋은 작용을 했다”고 밝혔다.

중앙승가대 대학원장 보각스님도 “법계는 수행하는 종풍을 일으키기 위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법계를 통해 자격을 부여하는 일은 수행하는 스님들이 소임을 맡고 해낼 수 있다는 자격을 갖추게 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불교신문3094호/2015년4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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