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평화 기원 무차대회는…

오는 5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치러질 ‘광복 70년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 및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이하 기원대회)’는 우선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다. 전체 참석 인원만 20만 명 이상을 헤아린다. 2008년 8ㆍ27 범불교도대회의 수준을 넘어서리란 관측이다. 더구나 이번엔 국제적 차원의 행사다.

전 세계 19개국의 고승과 종교지도자가 대거 내한해 평화의 담론을 함께 논의하고 조성한다는 점에서 초유의 일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오랜 난제인 남북화해를 향한 불자들의 염원을 모으고 대안도 내놓을 계획이다.

아울러 한국불교의 위대한 자산인 간화선(看話禪)을 통해 궁극적이고 항구적인 평화의 해법을 찾는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곧 한국불교의 위상과 역량을 세계만방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19개국 종교지도자 참여

남북화해 주도ㆍ결속력

한국불교 저력 가늠 기회

시점도 알맞다. 부처님이 설파한 공존과 상생의 가치를 우리 사회와 지구촌 전체에 구현한다는 맥락에서 부처님오신날(5월25일)을 앞두고 봉행된다.

주요 행사는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광화문광장)를 비롯해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 기원 행진(동대문-광화문), 한국전쟁 희생자를 위한 수륙무차대재(조계사), 현충원 참배, 전통문화순례 등으로 짜여졌다. 간화선 무차대회가 하이라이트다. 간화선 종주국인 한국의 독보적인 선풍(禪風)을 여실히 드러낼 전망이다.

이와 함께 수십만의 참석대중이 연등을 들고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기원행진 역시 화엄세계를 향한 국민적 여론을 지피게 된다. 이는 해외 종교인들에게 연등회의 화려함과 흥겨움을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전통문화순례 역시 한국불교의 미감과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소통의 장이다. 한국전쟁 희생자를 위한 수륙무차대재와 현충원 참배는 우리의 아픈 과거사를 알리는 동시에 이를 치유하기 위한 불교계의 노력을 전달하면서, 한국불교에 대한 호감을 일깨우는 프로그램이다.

더불어 불교계가 기원대회를 통해 남북화해의 주역으로 설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금년은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주년인 해다. 일본의 압제에서 벗어난 이후 대한민국은 경제를 비롯한 사회 각 영역에서 놀라운 성장과 진보를 이뤘다.

반면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란 현실에서 파생된 이념대립과 전쟁 위험은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다. 결국 남북화해는 한반도의 근원적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다. 기원대회는 불교계가 5ㆍ24 조치 이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남북화해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기원대회 봉행위원장 지현스님은 지난 3월30일 기자간담회에서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광복 70년 기념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대회”라고 의의를 명시했다. “북측 불교계와 진전된 대화와 협의를 통해 남북 간 평화의 기반을 조성하는 획기적인 계기를 만들겠다”는 다짐이다.

이미 종단은 북측 조선불교도연맹(조불련)에 기원대회 공식 초청장을 발송한 상태다. 지난 3월26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강수린 조불련 중앙위원장과 회동하면서 북측 인사들의 참석 여부에 대한 관심이 무르익고 있다.

한편 기원대회는 진제 종정예하의 원력과 제안으로 성사됐다. 종정예하는 2002년 주석하던 부산 해운정사에서 국제간화선무차대법회를 열어 선불교의 진수를 널리 알리고 2012년엔 미국 뉴욕에서 세계 종교지도자들 앞에서 화두를 던지는 등 간화선의 세계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종정예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원대회는 한국불교가 정신세계의 지남(指南)이 되어 인류의 평화로운 공존의 시대를 열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동양정신문화의 정수인 간화선을 세계만방에 선양하며 불은(佛恩)을 갚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만 한국불교 역사상 최대의 법회인 만큼 부담도 적지 않다. 자칫 내용이 부실했다간 되레 불교계의 망신이 될 것이란 우려도 보인다. 종단 집행부와 각계 불자들의 적극적인 성원과 합심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전국의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은 전폭적인 지지와 참여의 입장을 모았다.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 원산스님은 지난 3월24일 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의에서 “기원대회는 한국불교의 현실을 알리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종도들이 일치단결해 한국불교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준비는 고되겠지만 그에 비례해 보람도 큰 대회가 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불교신문3094호/2015년4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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