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 있을까 밖에 있을까

월호스님ㆍ배종훈 지음/민족사

 

 

수행이 무엇이고 왜 해야 하는가

이야기식 법문과 카툰 통해 전달

행불선원장 월호스님은 “쉬운 법문”으로 유명하다. 대중들이 불교를 접하기 쉽도록 경전을 풀어 설명하는 법문과 시민선방 등은 많은 사람들을 불자로 인도하는 힘을 지녔다. 월호스님은 또한 쉬운 글로 대중에게 다가서고 있다. 그동안 <삶은 환타지다> <내 마음의 죽비소리> <영화로 떠나는 불교여행> 등 대중의 욕구에 맞춘 글을 써낸 월호스님이 이번에는 참선과 수행을 카툰 식으로 엮었다. 냥의 이야기를 통해 참선이란 무엇이고, 수행이 왜 필요한지를 쓴 내용으로 배종훈 작가가 삽화를 담당했다.

“참선은 리셋이다. 바로 지금 여기서 몸도 탈락, 마음도 탈락시키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벗겨지고 떨어져서 분별심이 쉬게 되면 무엇이 남을까? 플라톤의 고양이는 천국에 원본이 있다. 현실의 고양이는 사본에 불과하다. 하지만 참선의 고양이는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고양이를 살려낼 것인가, 죽일 것인가? 그대에게 달려있다.”

고양이는 불교에서 남전선사의 일화로 잘 알려져 있다. 남전선사가 하루는 고양이를 둘러싸고 둘로 나뉘어 다투던 대중 앞에 다가서더니 고양이를 움켜쥐고 칼을 목에 들이댔다. “만약 너희들이 바르게 이른다면 고양이를 살려줄 것이요, 그렇지 못하면 목을 치리라.” 결국 고양이는 두 동강이 나 죽고 말았다. 뒤늦게 조주선사가 그 이야기를 듣고 짚신을 머리에 이고 남전선사의 방을 나섰다는 화두다.

책 곳곳에 나오는 배종훈 작가의 ‘수행하는 냥’ 카툰.

배종훈 작가는 이런 화두에 착안해 수행하는 고양이 냥을 지난 2014년 열린 불교박람회에서 선보인 바 있다. 배 작가는 “스스로 자신을 정갈하게 하는 습성, 고고한 자태와 순간 먼곳을 응시하는 모습은 축생을 넘어 그 이전의 삶을 떠올리는 찰나를 보여준다. 이런 모습에서 육식을 멈추고 물고기와 공생하는 냥이 탄생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돼 있다. 첫장은 삶을 멋지게 즐기는 법. 선지식을 가까이 하며, 시비를 가리려는 마음을 버리라는 가르침을 선사들의 일화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다. 2장 문 안의 수행, 문 밖의 수행에서는 마음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라는 명제에 대해 다양한 설명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늘 선과 악의 잣대를 들이대며 살아간다. 선악의 잣대로 재고 선악에 걸리는 것은 세속의 가치이지 깨달음을 추구하는 수행의 세계는 아니다. 니체는 이런 점을 잘 간파하고 불교는 기독교와 달리 선악의 저편에 있다고 했다. 선악의 이분법적 사유를 넘어서는 것이 불교요, 선불교의 세계다.”

카툰 냥은 두 개의 가면을 들고 고민한다. 하나는 웃는 얼굴이요, 하나는 찡그린 얼굴이다. “흐음. 오늘은 어떤 가면을 쓰고 나갈까?”라는 말풍선에서 월호스님이 주장하려는 내용이 더욱 명확히 다가온다.

3장은 텅빈 충만. “수행을 하되 산중에서 하라. 좋은 목재는 심산구곡에서 나온다”는 말로 월호스님은 시간을 내 수행을 할 것을 권하고 있다. 4장 참석의 핵심 키워드에서는 참선을 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으며, 제5장 프레임에서 벗어나기는 어떤 것이 바른 수행인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한 장 한 장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은 어느새 ‘평상심이 도’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옛 스님들이 말씀하시길, 마치 어미닭이 알을 품은 것처럼,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처럼 간절하게 화두를 참구하라고 하셨습니다.” 수행을 통해 바른 삶을 참구하며 살아가길 바라는 월호스님의 간절한 당부가 책 곳곳에 담겨 있다.

월호스님은 동국대학교 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쌍계사로 출가해 쌍계사승가대학을 졸업했으며, 현재 행불선원 선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불교신문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불교텔레비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포교활동을 하고 있으며, 경전을 에세이식으로 풀어낸 다수의 저서가 있다.

배종훈 작가는 불교신문과 월간 불광 등 교계 언론, 잡지에 카툰과 삽화를 연재하고 있다. 명상카툰집 <자네 밥은 먹었는가> <내 마음의 죽비소리> 등이 있다.

[불교신문3093호/2015년4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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