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선불교입문서

꼬마달마의 마음수업

이지형 지음/청어람미디어

20여 개 공안 주고받으며

禪이란 무엇인지 알게 돼

선(禪)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선불교 입문서가 나왔다. 조선일보 기자를 지내면서 조선닷컴에 ‘도심에서 선(禪)하다’를 연재했던 이지형 씨가 선불교의 기본 개념과 교리를 이해하기 쉽게 소설형식으로 풀어 썼다. 소설은 막 출가한 행자와 자칭 ‘달마’라는 동자승이 함께 떠나는 구도여행기다.

깊은 산골 작은 암자로 출가한 행자의 얘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여느 때처럼 공양을 준비하기 위해 깜깜한 새벽 눈을 떴다. 20인분의 쌀을 씻으며 “괜히 절에 들어온 게 아닐까. 그냥 스트레스 받아도 도시에서 편하게 있을 걸…” 후회하다 “있어 봐야 밥만 하다 끝나겠다. 그냥 이대로 튀어버릴까” 갈등하는 순간 동자승 ‘달마’가 나타난다. 밥하기 싫어 투덜대는 행자를 향해 동자승은 “부엌일만 잘해도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던진다. 마치 부처님께서 경전 뒷 구절을 외우면 앞 구절은 금방 잊어버리는 ‘주리반특가’에게 그저 쓸고 닦는 것만으로도 깨우칠 수 있다고 한 가르침과 일치한다.

이튿날 밥을 짓는 행자에게 나타난 달마는 또 다시 질문을 던진다. “모래를 일어서 쌀을 가려내? 아니면 쌀을 일어서 모래를 가려내?” 이 공안은 절에서 공양주를 하던 설봉스님이 쌀을 씻다가 스승인 동산스님으로부터 받은 것이기도 하다. 선사들의 법거량이 때 아닌 공양간에서 벌어지는 순간이다. 꼬마에게 질 수 없다며 점잔을 빼고 말하지만, 도리어 동자승의 선문답에 매번 KO패를 당하는 행자다.

그 옛날 양 무제와의 일담도 전한다. 절을 짓고, 불상을 조성하고 경전을 펴낸 자신의 공덕이 얼마나 크냐고 묻는 무제에게 무(無)라고 대답했던 달마스님. 동자승 ‘달마’는 “콕 집어서 얘기를 했던 건 아니다”며 그저 중국말을 잘 못해 잠자코 있었던 게 “공덕이 없다”는 뜻으로 전해졌다는 것이다. 동자승 ‘달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행자다.

이들이 여행하며 겪은 사건과 둘 사이 오고간 문답을 따라가다 보면 쉽게 풀어쓴 선어록 한 편을 보는 기분이다. 오가는 대화 속에 등장하는 선문답은 20여 개지만, 선불교의 역사와 기본 개념을 이해하기에는 충분하다.

[불교신문3093호/2015년4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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