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복지재단 상임이사 보경스님
정혜결사 근거지 ‘수선사 연구’ 펴내

 수선사 연구

글 보경스님/ 불일출판사

800년 수선사 전승 범위로

성립배경 및 역사적 전개

결사이념 현대적 계승 등

전방위적인 연구 성과

 보조국사 지눌스님 진영.사진제공=불일출판사

고려 무신정권 시절 한국 불교사에 커다란 획을 긋는 신앙결사 운동이 펼쳐진다. 훗날 보조국사가 되는 지눌스님은 25세 때인 1182년 세속화된 고려불교를 정화하고 부처님 근본 가르침을 따라 수행에 힘쓰자며 결사를 만들 것을 촉구했다. ‘정혜결사(定慧結社)’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지눌스님의 주장에 함께 하는 스님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스님은 순천 조계산에서 수선사(修禪社)를 중수하고 그곳을 결사의 본부로 삼는다. 지금의 조계총림 송광사는 수선사의 전통을 이어받은 곳이다.

800년이 넘는 수선사 역사 전체를 조명한 학술서적이 나왔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 보경스님<사진>은 최근 <수선사 연구>라는 전문서를 펴냈다. 보경스님은 지난 3월23일 “중국선이나 응용선(명상)을 주제로 한 연구는 꽤 있지만 한국 선사 스님이나 특정 산문을 조명한 것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이라며 “그동안의 수선사 연구는 시대별로 단락 지어 사상이나 정혜결사에 대한 내용을 밝힌 것인데 이는 단편적인 자료들”이라고 밝혔다. 이어 스님은 “이 책을 계기로 한국의 독창적인 선 연구가 더욱 활발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보조국사 지눌스님은 사회혼란기의 교단정화와 불교를 바로 세우기 위해 결사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의 방향은 선교(禪敎)일치를 통한 정화였으며 나아가 고려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것이었다. 이같은 정신은 근현대에 이르러서도 끊어지지 않았다. 송광사는 <사고> <사지> <조계 고승전> 등을 편찬하면서 산문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힘을 기울였다. 특히 효봉스님과 구산스님은 수선사 사상의 현창을 위해 제2의 정혜결사운동을 천명했다. 보경스님은 이에 대해 “송광사가 승보사찰로서 위상을 확보하게 된 것은, 수선사 결사정신을 복원해 불교발전 초석으로 삼으려 했던 효봉스님의 역사의식과 구산스님의 실천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역사적 산물로서의 수선사에 그치지 않고 미래 불교운동으로 재도약을 염원했던 것”이라고 역설했다.

보조국사 지눌스님이 결사를 통해 꿈꾼 세상은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고 순수불교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출가대중의 협동이 없으면 교단과 사회는 불행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선사 전통은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가. 보경스님은 수선사 결사정신을 녹인 불교의 대응논리와 역할 모색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미래 사회는 개인의 행복과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므로 이에 대한 가르침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님은 “교단이 일정수준 이상의 지성을 갖추지 못하면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없다”며 “개인과 교단의 질적 향상은 공동체 내의 인내와 협력이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피력했다.

보경스님은 책을 통해 한국선의 세계화는 분명한 정체성을 정립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피력했다. 스님은 “가장 한국적이고 한국 사람들에게 적합한 선이 어떻게 존재했으며, 지금은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논리가 있었는가”라며 “반성 없이 외치는 간화선은 선사들이 경계했던 구두선이요, 사구(死句)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불교와 선이 21세기 대안이라면 이제 증명하고 설득해야 한다”며 “정혜결사라는 보조사상이 시대상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듯, 급변하는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우리의 과제”라고 밝혔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책은 수선사의 정의 및 시대적 배경, 수선사의 역사적 전개, 근현대 선승들의 수행전통, 수선사의 선사상, 결사이념에 대한 고찰 등을 살피고 있다. 부록으로 <간화결의론> <계초심학인문> <보조국사비 명병서> 등 보조전서 11권의 해제를 실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 보경스님은 “‘수선사 연구’ 발간을 계기로 한국의 독창적인 선 연구가 활발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1983년 송광사에서 현호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보경스님은 ‘불교의 인문학적 해석’을 평생의 일로 삼고 독서와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다. 서울 법련사 주지로 있는 동안 도심포교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새로운 감각의 불교 경전 해설서를 내놔 주목을 받았다. 스님은 <사는 즐거움> <기도하는 즐거움> <이야기 숲을 거닐다> <한권으로 읽는 법화경> <인생을 바꾸는 하루 명상> <슬픔에 더 깊숙이 젖어라> <숫타니파타를 읽는 즐거움>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불교신문3093호/2015년4월1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