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고뇌 깊숙이 그려내

 만다라

김성동 지음/ 새움 

세상이 시끄럽고

어지러울 때

우리는 내 가슴

깊은 곳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여기 입구는 좁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깊고 넓어지는 병이 있다. 조그만 새 한 마리를 집어넣고 키웠지. 이제 그만 새를 꺼내야겠는데 그동안 커서 나오질 않는구먼…병을 깨트리지 않고는 도저히 꺼낼 재간이 없어. 그러나 병을 깨선 안 돼. 새를 다치게 해서두 물론 안되구. 자, 어떻게 하면 새를 꺼낼 수 있을까?”

소설 만다라를 통해 일반인에게 유명해진 화두다. 김성동 소설가의 <만다라> 개정판이 출간됐다. 1978년 중편소설로 첫 선을 보인 <만다라>는 다음에 장편으로 개작돼 큰 화제를 모았던 김성동 씨의 대표적 작품이다. 특히 1981년 임권택 감독에 의해 영화로 제작되면서 각종 영화상을 이끌고, 1992년 프랑스어로 번역된 것을 시작으로 영어, 독일어, 불가리아어, 스페인어로 번역됐다.

<만다라>가 인기를 끈 것은 20대 젊은이의 고뇌를 인상깊게 담아냈다는 점. 산업화와 자본주의가 발달하면 할수록 인간의 소외는 반비례해 커져만 간다. <만다라>는 이런 속세의 가치를 탐하는 세태에 대한 직관적인 비판이 녹아있는 작품이다.

김성동 작가가 이번에 만다라를 다시 펴낸 것은 “세상사가 어지러운 것은 1970년대 후반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특히 젊은이들의 방황이 크기” 때문이다. “나를 망치는 적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안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 속에서 우리의 내면을 풍성하게 채워보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다.

<만다라>는 역마처럼 떠돌다 벽운사에 짐을 푼 출가 6년차의 젊은 승려 법운과 그곳에 머무르고 있던 파계승 지산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지산의 괴팍한 행동은 법운을 비롯해 벽운사 스님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런 지산의 내면에는 좌익 정당의 간부를 지냈다가 경찰에 끌려가 처형당한 부친의 전력, 어머니까지 집을 나가고 종조모 집에서 살던 기억을 갖고 있다.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겠다고 출가한 그의 내면은 어느 순간 법운에게 전이가 된다.

이 이야기는 작가 김성동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우익에게, 외삼촌은 좌익에게 처형당한 기억을 가진 그는 출가 후 쓴 소설 <목탁조>가 <주간종교>에서 당선되면서 등단하지만, 소설의 내용이 불교를 비방했다는 이유로 승적을 박탈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겪었다.

“세상이 시끄럽고 어지러울 때, 우리는 내 가슴 깊은 곳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젊은층을 겨냥해 이 책을 다시 펴낸 이유다.

[불교신문3093호/2015년4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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