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예참에서 참회의식이 빠진 까닭

예배ㆍ공양하는 의식으로 수용됐지만

형식 없다고 의미 소홀히 해선 안 돼

불교 예경의식에 ‘예참’이라는 의식이 있다. 그런데 불교의식을 담고 있는 대부분의 ‘법요집’들에는 삼보님을 청해 공양 올리는 삼보통청의 공양의식을 ‘예참’이라고 하고 있다. 이곳 예참의식의 서술어는 ‘지심정례공양’이므로 예배와 공양의 의식이다. 이 의식에는 ‘참회하는’ 표현이나 행동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예참’은 예배하고 참회하는 의식을 뜻하는데, 참회의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왜 ‘예참’이라고 할까.

예참의식은 불교의 여러 종파가 자신들이 믿고 의지하는 경전에 근거하여 성립된다. 종파의 소의경전에 등장하는 불보살님을 청해 공양을 올리고 예배하고 참회하는 의식으로 종파의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개 ①엄정도량(도량을 깨끗이 장엄하고) ②정신(몸을 깨끗이 하고) ③삼업공양(삼업으로 공양하고) ④봉청삼보 ⑤찬탄삼보 ⑥예불 ⑦참회 ⑧행도(行道, 부처님 혹은 법당을 돌고) ⑨경전염송 ⑩참선의 10단계로 진행된다. 대표적인 예참으로는 <법화예참> <화엄예참> <지장참법> <천수참법> <자비도량참법> 등이 있다.

또 우리나라 불교에서 발달한 고유한 예참의식으로, <석문의범>(1935)에 예경의식으로 편제된 <향수해례> <오분향례> <소예참> <대예참> <관음예문례>를 비롯해 <선문조사예참> <화엄대예문> 등이 있다. 그런데 이 예참의식들은 예참이라고 하지만 <관음예문례>와 <선문조사예참>을 제외하고는 참회하는 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소예참>과 <대예참>은 <화엄경>을 소의로 하는 예참의식인 <화엄대예문>의 축소형으로 보이는데, <소예참은> 예경의식이고, <대예참>과 <화엄대예문>은 공양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별도의 참회법이 없지만 예경과 공양의식의 명칭에 예참이라는 술어가 존속해 왔다.

<석문의범>에는 예참의식을 공양의식이 끝난 보궐진언 뒤에 실행해야 한다고 하고 있지만, 7정례 조석예불이 정착된 이후에는 삼보통청의 공양이 운심공양진언 다음에 ‘예참’이라는 명칭을 달고 7정례 공양이 행해지고 있다.

그렇지만 1970년대에만 해도 ‘예참’이라는 명칭 없이 7정례 공양의식이 나열되고 있다.(<불교의범> 등) 1980년 이후 판본에는 ‘예참: 부처님께 예배하며 공양하는 곳’<신편증주석문의범>(1982), ‘소예참’<불광법회요전>이라고 해 ‘예참’이 공양의 하위의식 명칭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다. 1990년 이후 간행된 대한불교조계종 <통일법요집>에는 예참①, 예참②라고 하여, 예참을 삼보통청의 공양의식으로 수용하고 있다. 이곳의 공양의식은 불법승 삼보님께 올리는 3정례 공양의식이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지만. 이렇게 되어 예참이 삼보통청의 공양의식 명칭으로 정책됐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한국불교에서 ‘예참’에는 ‘예배’와 ‘참회’라는 본질적인 의미보다 예참의식의 열 단계 중의 예배와 공양의식 기능만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경’ 또는 ‘예공’이라는 명칭을 갖지 않고 ‘예참’이라 불리고 있다. 예참의식에서 참회는 자신 또는 자신들의 종파가 믿고 의지하는 불보살님을 청해 공양 올리고 예배하고 나서 알게 모르게 자신이 삼업과 육근으로 지은 죄업을 참회한다.

그러므로 현재 한국불교 예참은 비록 예배하며 공양하는 의식으로 인식되고 수용됐지만 ‘예참’의 본래 모습과 의미를 소홀히 해서는 곤란하다. 참회에는 몸으로 예배하는 사참(事懺)과 죄업의 본성이 공하다는 것을 관하는 이참(理懺)이 있다. 현재 공양의식 예참에 형식적인 참회 의식은 행하지 않지만 삼보님을 청해 정성을 다해 예배하며 공양을 올릴 때 이미 사참이 이뤄지고 공양을 올리는 이와 공양을 받는 이의 마음이 모두 공하여진다면 진참회로 승화된다. 공양의 예참은 진정한 참회의식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불교신문3093호/2015년4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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