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찾아 떠나는 사찰순례

따스한 봄햇살과 어우러진

형형색색의 다양한 꽃들

천년고찰에서 신심 다지고

봄꽃 즐기는 일석이조 여행

새봄을 맞은 산사는 형형색색의 꽃이 어우러져 봄나들이 나온 상춘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산벚꽃이 만개한 서산 부석사 전경.

만물이 소생하는 새봄을 맞아 상춘객들의 발걸음이 벌써부터 부산하다. 남쪽은 이미 벚꽃들이 봉오리를 살짝 열며 새하얀 빛을 뽐내고, 개나리꽃은 만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 산사는 형형색색의 꽃이 따뜻한 햇살과 어우러져 봄나들이 나온 불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특히 성큼 다가선 봄을 알리듯 사찰 안팎에서 꽃망울을 터트린 다양한 야생화들은 자연이 선사한 또 다른 선물이다. 지난겨울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펴고 봄꽃도 구경하며 사찰도 참배하는 일석이조의 ‘야생화 산사순례’를 떠나보자.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야생화는 인공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자연 상태 그대로 자라는 식물을 말한다. ‘야화’, ‘들꽃’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2012년 현재 국내 야생화의 수는 205과 1158속 4939종으로 보고돼 있다. 이 가운데 3월에서 5월 사이에 개화하는 야생화들을 ‘봄 야생화’로 분류하며 얼레지, 노루귀, 애기똥풀 등이 대표적이다.

통도사 홍매화.

산과 함께하고 있는 지역 사찰들은 이미 다양한 야생화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도시보다 먼저 봄소식을 알리고 있다. 야생화 탐방을 곁들인 템플스테이로 각광을 받고 있는 서산 부석사(주지 주경스님)는 경내에 왕벚꽃, 산벚꽃, 깽깽이풀, 수선화, 제비꽃, 미선나무, 복수초 등 다양한 꽃들이 활짝 피어 불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천년고찰에서 신심을 다지는 것은 물론 사찰 인근 도비산 자락 숲길을 산책하며 다양한 봄꽃들을 감상할 수 있어 봄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이는 지난 2000년부터 야생화를 촬영하고 연구해 온 부석사 총무 원우스님의 노력이 큰 힘이 됐다. 원우스님은 “2004년부터 10년 넘게 야생화 산책을 겸한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며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면서 “평소 눈으로만 봤던 꽃들의 이름을 알아가면서 색다른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가 오래된 사찰일수록 인근에 다양한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여유를 갖고 꼼꼼히 살펴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부석사 홈페이지(www.busuksa.com)에는 원우스님이 직접 촬영한 야생화 사진을 만날 수 있다.

해인총림 해인사(주지 선해스님)도 야생화로 유명하다. 사찰을 둘러싼 합천 가야산이 철마다 다양한 야생화가 피는 ‘생태계의 보물’이기 때문이다. 봄의 전령사로 알려져 있는 얼레지를 비롯해 백리향, 태백제비꽃, 흰참꽃, 뻐꾹나리, 개불알꽃 등 산림청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로 보호를 받고 있는 야생화들이 가득하다. 또한 경내 서식하는 흰색진달래는 다른 지역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야생화로 참배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붉은 매화(홍매)가 일품인 영축총림 통도사(주지 원산스님)와 산내암자인 서운암(회주 성파스님)도 빼놓을 수 없는 야생화 도량이다. 특히 양산 영축산 자라에 자리잡은 통도사 서운암은 봄만 되면 들꽃세상으로 변해 ‘꽃암자’로 불린다. 서운암 주변 20만㎡를 뒤덮은 야생화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토종 100여 종이다. 들꽃축제로 사부대중에게 친숙하다. 2000년 4월 ‘서운암 들꽃회’가 만들어져 야생화 1만 그루를 심은 것이 서운암 일대가 들꽃 천지로 변한 시초가 됐다.

통도사 서운암 금낭화.

당시 심은 들꽃들은 계속 번져 다양한 군락지를 이뤘고 2002년 4월에 처음으로 들꽃축제가 시작돼 최근까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 시기 서운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산자락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금낭화다. 꽃모양이 마치 여인네들이 치마 속에 넣고 다니던 주머니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이 꽃은 무려 40여 일간 아름다운 자태를 잃지 않는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 마치 흰 눈이 쏟아진 것처럼 가지마다 하얀 눈꽃이 핀 이팝나무꽃은 이 시기가 절정이다. 감미로운 봄바람을 타고 하늘거리는 할미꽃은 단아함과 기품이 넘쳐난다. 이외도 서민적이면서 고귀함을 잃지 않는 작약을 비롯해 붓꽃, 황매화, 민들레, 제비꽃, 깽깽이풀 등 다양한 야생화를 한자리에서 보고 즐길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진천군이 정한 지역 10대 명소 가운데 한 곳으로 선정된 진천 보탑사(주지 능현스님)도 스님들이 정성껏 가꾼 금낭화, 앵초, 영산홍 등 온갖 야생화가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야생화는 이달 초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 5월이면 절정에 이른다.

해인사 하얀진달래.

또한 제8교구본사 직지사(주지 흥선스님)에서는 봄이면 벚꽃, 개나리, 목련, 청노로기 등이 장관을 이룬다. 특히 굵은 개나리 관목이 눈길을 끈다. 직지사 개나리는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없을 만큼 굵은 줄기로 세월의 무게를 자랑한다.

지리산 자락의 벚꽃, 매화, 산수유 등이 유명한 쌍계총림 쌍계사(주지 원허스님)와 동백꽃이 아름다운 해남 미황사(주지 금강스님) 등 남도 사찰과 현호색, 중의무릇, 매화 등 인근에 상사화 종류의 야생화 군락을 이루고 있는 강화 전등사(주지 범우스님)도 추천할 만한 도량이다.

 

전등사 매발톱.

 

직지사 삼지닥나무.
부석사 복수초.

[불교신문3093호/2015년4월1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