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마음 치유하는 포교사

“자신을 사랑하세요”

한사람 한사람이 귀중한

생명이라는 가치를

환자와 가족에게 전달 

“자신이 암 환자이면서도 다른 암 환자를 돌보는 자원 봉사자가 있다.”

부산 관음사 주지 지현스님의 말씀을 듣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만나보고 싶었다. 유애옥(법명 진승·사진)씨라고 했다. 전화를 했다. 전화기에서 맑은 음성이 들려왔다. “사랑합니다.”

처음 이 소리를 들을 때는 약간 얼떨떨했다. 대면하고 말을 들어가면서 전화 통화 첫마디를 왜 이렇게 하는지 알게 됐다.

유애옥 씨는 스스로에게나 암 환자에게나 ‘자신을 사랑하면 모든 걸 다 이겨낼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당당하게 애정 어린 말을 한단다. ‘사랑의 전파사’라는 별칭을 붙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저보다 오래 더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를 불러 주십니까? 부끄럽습니다.” 유 씨 말대로 암 환자를 돌보는 자원봉사자는 많다. 그러나 제 몸이 암 환자이면서 다른 암 환자를 돌보는데 나선 사람은 드물다.

유 씨의 봉사활동은 일찍이 시작됐다. 지난 1993년부터 부군과 함께 적십자 봉사활동을 했다. 임종환자를 보살피기 위한 이론, 실기, 실습 교육기관인 부산 관음사(주지 지현스님) 환희불교복지대학 제5기 호스피스과정을 수료(2000년)했다. 2003년부터는 암 환자를 위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2005년에는 자신이 암에 걸렸다. 전년도까지만 해도 아무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었는데 위암에다가 비장, 담랑, 췌장 곳곳이 온전하지 못했다.

유 씨는 그래서 스스로를 ‘속 빈 여자’라 부른다. 그는 부산대학 병원에서 매주 수요일에 3시간 동안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암 환자를 씻기고 닦아주고 죽도 끓여준다. 바깥 음식이 먹고 싶다하면 사다 주기도 한다.

환자의 몸인데도 마음고생을 깊이 하는 사람에게는 ‘속 빈 여자’로 그들에게 다가가 말문을 열게 하고 속사정을 털어 놓게 한다. “나도 당신과 다름없는 환자입니다. 자, 보세요, 내 속 어디 성한 데가 있습니까?” 외면하고 거부하던 환자들도 자신의 웃통을 벗어 수술자국을 드러내 보이면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에 응한다고 한다.

‘장병(長病)에 효자(孝子) 없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오랜 기간 투병 생활하는 환자에게는 가족 간 말 못할 불화도 있기 마련이지 않습니까?

간암으로 투병중인 50대 남자환자에게 다가갔다. 몸이 부어 있었다. 발 마사지를 하니까 내가 무섭지 않으냐고 묻더란다. 유 씨는 “지금 제가 만지는 이 발은 당신 발이 아니라 나의 발입니다”라고 했단다. 상대의 몸을 내 몸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간호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일을 한다는 유 보살. 그 간암 환자의 아내가 왔을 때 그는 서로 껴안고 ‘사랑합니다’를 하라고 했다. 못하겠다는 그들에게 유 씨는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세요. 지금 못하신다면 영원히 못할지도 모릅니다. 자, ‘사랑합니다.’ 해 보세요” 하니까 그들은 얼싸 안았다.

그 아내가 그랬다. “결혼 생활 25년인데… 사랑이란 말 써본지가… 그렇군요.” 부부는 서로 사랑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병원에서는 마음도 치료해주는 군요. 정말 고맙습니다.”

유 씨 가족 간의 남모르는 갈등도 이 ‘사랑합니다’로 화해하기도 한다. “사람은 환자든, 건강한 몸이든, 한 사람 한 사람 각자 모두가 소중하고 예쁘고 귀중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취재하는 날, 부군과 딸도 함께 왔다. 그는 ‘속 빈 여자’가 아니었다. 그 속에는 사랑이 가득 차 넘치고 있었다.

[불교신문3091호/2015년3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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