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승가대, 학인 30% 넘게 동참

중앙승가대 대학원에서 실천불교학을 전공하고 있는 한산스님은 일요일인 지난 22일 고양 정혜사로 향했다. 4급 승가고시가 5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지만 매주 일요일마다 만나자는 아이들과의 약속을 어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구족계 수지를 위한 마지막 관문인 4급 승가고시는 동국대 등 기본교육기관에 수학중인 학인 스님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중앙승가대에 입학한 뒤 곧바로 시작해 5년째 어린이법회를 지도하고 있는 한산스님은 어린이법회를 마친 뒤 곧바로 돌아가 승가고시 준비에 매진할 것이라며 승가고시 걱정은 잠시 접어둔 채 25명의 어린이가 참가한 이날 어린이법회에 매진했다.

지난 22일 고양 정혜사 어린이법회 지도법사 한산스님이 아이들과 컬러링북 <오직 즐거움 뿐>을 색칠하며 보다 쉽게 불교공부를 하고 있다.

한산스님처럼 어린이청소년포교에 뛰어든 학인 스님들이 적지 않다. 특히 동국대와 중앙승가대에 수학중인 학인 스님 가운데 상당수가 주중에는 학업에 매진한 뒤 주말에는 수도권지역 어린이청소년법회와 각 대학 불교학생회 등의 지도법사로서 법회를 이끌고 있다.

어린이청소년법회와 대학 불교학생회 지도가 학점으로 이어지거나 의무사항이 아닌 만큼 현재까지 정확한 통계가 나온 것은 없지만 30%가 넘는 학인 스님들이 주말마다 계층포교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국대의 경우, 학인 스님들은 석림회를 통해 계층포교에 앞장서고 있다. 50여 명의 학인 스님으로 이뤄진 석림회는 법사부를 중심으로 10여 명의 학인 스님들이 서울대 치과대학과 경희대, 중앙대, 숙명여대 등 7개 대학 불교학생회를 지도할 뿐만 아니라 수도권지역 어린이청소년법회 지도법사로 활약하고 있다.

동국대 백상원 학감 부호스님은 “학부과정에 수학중인 스님들만을 대상으로 한정했을 경우에는 약20%정도로 조사됐지만 석박사 과정의 스님 가운데 상당수가 어린이청소년법회 지도법사로 활약하는 만큼 실재로는 30%를 훌쩍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주중에는 학업 매진

주말에는 법회 지도

계층포교 침체속에서

미래동량 양성 솔선

중앙승가대도 동국대와 상황이 비슷하다. 한 학년당 50여 명의 학인 스님들이 수학중인 중앙승가대는 학년당 평균 10여 명이 어린이청소년법회 지도법사로 활약하고 있다. 학교생활 적응기인 학부 1, 2학년생 보다는 공부와 학교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한 학부 3, 4학년생, 더 나아가 석박사생들이 어린이청소년법회에 더 많이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승가대를 졸업한 뒤 동국대 대학원에 진학한 선재스님(서울 옥천암 어린이법회 지도법사)은 “동국대와 중앙승가대의 어린이청소년포교 동참 현황은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양 대학을 합쳐 적게는 30명, 많게는 40, 50명의 학인 스님들이 어린이청소년포교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계 일부에서는 주말을 이용한 학인 스님들의 어린이청소년법회 지도법사 활동을 용돈벌이의 일환이 아니냐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학에서 공부하면서도 직접 포교현장을 체험하는 일이 앞으로 스님으로서 살아가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는 만큼 그 효과는 결코 적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또한 대학 불교학생회의 경우에는 보시금은커녕 지도법사 스님이 오히려 자신의 돈을 써가며 포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게다가 사찰입장에서도 학인 스님들이 책임감을 갖고 체계적으로 어린이법회와 청소년법회를 운영해주는 게 고마운 일이다. 각 대학 불교학생회가 침체돼 있어 대학생불자를 찾기도 쉽지 않은데다가 취업난으로 인해 어린이법회 지도교사로 초청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군 군법당인 통해사 주지 영우스님은 “군법당이다보니 스님이라고는 저 혼자밖에 없어 어린이법회와 청소년법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면서 “학인 스님들이 어린이법회와 청소년법회를 책임지고 운영하다보니 주지로서 정말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불교신문3092호/2015년3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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