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자살 OECD 1위 “예방책은 불교상담”

 

노인들이 이런 ‘웃음’을 짓는 사회라면 살만한 세상이다. 사진은 서울 송파복지센터에서 전시회를 연 이목규 사진작가의 작품 ‘웃음’이다. 사진제공 이목규

남양주에 사는 올해 여든살 노홍일(가명) 할아버지는 6년 전 뇌종양 반신마비로 지팡이를 짚고 겨우 걷는다. 5남매 아들딸이 있지만 저마다 사느라 바빠서 아버지를 돌보는 자식은 없다. 유일한 배우자이자 간병인이었던 아내는 2년 전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부인이 떠나고 홀로 남은 뒤 노홍일 할아버지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청소와 빨래는 커녕, 목욕하고 밥해먹기조차 어려웠다. 동네 경로당이나 주변 복지시설을 찾아가 보낸 한가로운 시간도 할머니가 떠난 뒤부턴 엄두도 내지 못할 ‘옛 추억’이 돼버렸다. 노홍일 할아버지는 “날마다 죽을 날만 기다린다”고 했다.

서울서 제법 ‘윤택한’ 삶을 살아가는 김점이(가명, 84) 할머니는 특별한 병치레 없이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김 할머니의 고민은 생활비다. 아들이 둘 있지만 며느리들이 싸우고 헐뜯는 통에 날마다 자식들과 싸우는게 일이다. 일자리를 왜 구하지 않느냐 타박받을 때도 있고 노인이 무슨 돈이 필요하냐고 따져묻는 며느리도 있다. 아들들은 일절 말이 없다. 어쩌다 엄마가 전화라도 걸면 받지도 않는다.

김 할머니는 “자식 신세 지지 않고 살 방법이 혹시 있느냐”고 물었다. “젊어서 과부가 되어 두 아들 공부 가르치느라 내 돈 한 푼 남기지 않았던 것이 한이 되네예…. 두 아들이 나 하나 굶길까 싶었는데 이제 자식들 신세 지는게 무서워서 어디 멀리 도망이라도 가고 싶은데…. 노인자살이 남의 일인줄 알았는데, 나도 어디가서 탁 목숨줄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 뿐입니더….”

복지부ㆍ불교상담개발원

세대공감 자살예방캠페인

불교자살예방협의회도 가동

“예방책은 공감과 소통 뿐”

불교상담개발원(원장 도현스님)은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도 ‘생명살림 자살예방 사업’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 지원하에 추진하는 ‘생명살림 문화축제-러브테라피’와 서울시자살예방센터와 손잡고 펼치는 ‘2015년 살사(살며 사랑하며 준말)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상담개발원은 불교의 인연을 말할 때 흔히 비유하는 맹구우목(盲龜遇木)을 들어 자살예방캠페인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깊은 바다 눈먼 거북이가 숨을 고르기 위해 바다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 때, 망망대해를 떠다니던 나무판 구멍에 얼굴을 들이밀고 숨을 쉬는 것만큼이나 희유하고 특별한 게 사람의 목숨받기인 만큼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사일여 순환의 의미로 삶과 죽음을 생각하기 보다 삶의 도피처로 자살과 죽음을 생각하는 이들이 갈수록 많아지는 현실에서 생명존엄과 삶의 소중함을 긍정적으로 알리겠다는 취지다.

특히 노인자살이 급증하는 요즘 세태를 반영해서 동체대비를 실천하는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더 아픈 사람이 덜 아픈 사람을 위로하고 보듬어 주는 세대공감 자살예방교육이 그것이다.

황선미 불교상담개발원 사무국장은 “노인과 청소년의 세대 공감자리를 마련해서 우리 사회를 성장시킨 어르신의 이야기를 통해 청소년이 공동체를 이해하는 힘을 얻고, 노년의 어르신에게는 청소년이 다가가는 세대 열림의 장을 통해 자살예방 홍보 문화캠페인을 적극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캠페인은 오는 5월 부처님오신날 연등축제 문화홍보부스를 마련해서 실시할 예정이다.

상담개발원에서는 생명서약서 이른바 ‘국민생존서약서’ 캠페인도 만들어 생명존중 의식을 확대해 나가고 자살예방 내용을 담은 심리극을 시연하는 축제의 장도 병행할 방침이다. 자살유족 등 상실의 아픔을 나누는 ‘떠난 자를 위한 기도’를 진행, 생명나무 꽃으로 생명살림탑을 쌓는 등의 퍼포먼스도 준비중이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와 여러 종교계가 합심하여 진행하는 ‘살사 프로젝트’도 눈길을 끈다. 자살의시도자와 자살유족을 위한 상담전화를 개설하고 이들을 위한 전담팀도 가동한다.

이는 불교를 비롯한 가톨릭 개신교 등 5대 종단에서 지역정신건강 증진센터와 자살예방사업을 연계함으로써 종교단체인이 참여하는 주민 밀착형 안전망을 형성해서 자살사고를 감소시키기 위한 사업인데, 홀몸 어르신들이 주요 대상자다.

홀몸 어르신들은 불교계 복지시설에서도 남다른 보살핌으로 자살예방에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노인복지센터 종로노인복지관 등 서울 강북지역을 대표하는 양대 노인복지관은 홀몸 어르신의 고독사와 자살예방을 위해 복지사각지대의 은둔형 노인발굴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복지사들이 어르신들과 1:1로 말동무가 되어주고 날마다 안부전화를 묻는 등 다양한 방식의 소통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재경 종로노인종합복지관 과장은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안부를 묻고 건강을 살피면서 지내다보면, 이분들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자식이나 혈육이 아닌 우리 복지사인 경우가 많다”며 “임종을 맞아서 다른 누구보다 담당 복지사를 먼저 찾는 어르신도 있고, 유족들 역시 복지사들에게 상당한 고마움을 표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외롭고 적적한 어르신들에게는 어떤 프로그램보다 그저 말동무와 같은 벗이 필요하다”며 “우리 복지관이 최근 불교상담개발원과 업무협약을 맺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밝혔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 11일 불교상담개발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노인 상담전문봉사자 양성과 노인자살예방 사업 등을 추진키로 했다. 불교상담개발원에서 지난해 1월부터 개설한 불교자살예방협의회(회장 부명스님)에도 서울 성림사, 용인 장경사 등 15개 사찰과 단체가 소속돼 있다. 불교계가 이제는 부처님 가르침에 근거한 ‘상담’으로써 노인자살 예방에 나서야 할 때가 왔다.

[불교신문3092호/2015년3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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