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스님 문학세계 조명 첫 박사논문  

김민서…무산스님의 문학세계 연구

미등스님…수륙제 의례와 설행 양상

이용윤…화승과 불교문중의 연관성

함결스님…차문화 산업 발달 과제

박용주…〈중론〉에 대한 종합 분석

윤기혁…노인요양시설 위험관리 시스템

안신권…위안부 피해여성의 인권·복지

 

지난호에 이어 불교를 주제로 한 박사학위 논문 내용을 소개한다. 올 상반기에는 한글 선시의 개척자로 꼽히는 무산스님의 문학세계를 조명한 첫 박사논문부터 조선후기 영남의 불화와 문중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물까지 다양한 주제의 논문이 나왔다.

시조 시인이자 속초 신흥사 조실인 무산 오현스님의 선시(禪詩)와 문학적 세계관을 조명한 첫 박사학위 논문이 나와 주목을 끈다. 김민서 경기대 외래교수가 최근 획득한 ‘조오현(曺五鉉) 선시(禪詩) 연구(硏究)’라는 국문학박사 학위 논문이 바로 그것이다. 김 교수는 스님 작품에 나타난 대표적인 불교적 세계관으로 불이(不二)와 화엄(華嚴), 무애(無碍)사상을 들었다. 인간이 태어나 죽음에 이르는 것이 하나의 연결선상에 있으므로 둘이 아니라는 것과 만물이 분별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는 화엄의 세계가 작품에 녹아있다고 밝혔다. 또 스님 작품에는 세간의 중생과 출세간의 승려가 둘이 아니고 하나임을 강조하고 있다. 중생의 삶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주고 자신 또한 외면하지 않고 동행하고 있음을 녹여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150여종의 선시를 창작한 스님의 시를 총체적으로 살펴보고, 부록에 시조형식을 분석한 표를 실었다. 향후 연구방향도 제시했다. 그동안 연구가 작품 일부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든 작품이 연구대상이 돼야 할 것이며 구도자의 면만 부각시켰는데 앞으로 더 다양한 관점의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불교 의례인 수륙재와 조선후기 불화 연구 분야에서도 박사학위자가 배출됐다. 청매의례문화연구원장 미등스님은 ‘한국 수륙재(水陸齋)의 의례(儀禮)와 설행양상’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님은 논문을 통해 “한국 수륙재의 경우 의례문의 계통분류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설단형태와 절차를 다루다 보니 의례에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며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조선시대 간행된 수륙의례문의 계통을 규명하고 한국 수륙재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특히 의례를 관습적인 요식행위나 행사에서 보여주기 위한 공연예술로 인식하는 경향이 생기면서 의례 의미가 상실되고 왜곡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례가 특정 행사의 일환으로 공연처럼 설행되면서 압축되고 그 의미와 맥락을 잃게 됐다고 비판했다.

조선후기 불화를 그리는 화승(畵僧)과 그 지역의 승려문중(僧侶門中)이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화승은 불화를 제작하는 승장(僧匠, 장인)이지만 동시에 문중을 구성하는 일원으로 소속 문중의 활동과 사상에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이는 오늘날까지 그 영향을 미쳐 주지 스님과 그를 둘러싼 문중이 주도적으로 불사를 결정하고 장인을 선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윤 불교문화재연구소 실장은 ‘조선후기 영남(嶺南)의 불화(佛畵)와 승려문중(僧侶門中) 연구’라는 논문을 통해 “그동안 불화연구에서 화승은 제작 주체로 관심을 받은 반면 화주(化主) 등 제작에 참여한 스님이나 문중은 불사를 보좌하는 보조자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면서 “그러나 조선후기 법맥으로 연결된 문중이 발달하면서 스님들은 불상 및 불화 봉안 등 불사에 깊이 관여했으며, 동일한 법맥으로 연결된 문중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문중과 화승과의 관계를 밝혀내기 위해 임진왜란 등 전란에도 사찰 수가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한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의균스님과 팔공산 화승, 탁휘스님과 황악산 화승, 임한스님과 영축산 화승, 신겸스님과 사불산 화승 등을 사명ㆍ소요ㆍ편양ㆍ벽암문중 등과 연결해 고찰했다. 이 네 문중은 서산휴정스님과 부휴선수스님에 이어 조선후기 불교를 이끌었다. 더불어 당시의 변화된 사상적 흐름이 불화에도 반영됐음을 밝혀냈다.

일본불교가 차문화와 차문화 콘텐츠 개발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쳤음을 증명한 중앙종회의원 함결스님의 박사논문은 향후 한국의 차 문화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스님에 따르면 일본의 차문화와 정원문화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난 전통성, 정체성, 창의성 등은 현재 새로운 일본문화를 창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교육 및 예술, 산업 분야에서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중요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다. 스님은 “한국 불교가 사찰 다실과 차 문화 공간을 활짝 개방하고, 사찰 정원과 자연경관을 명상공간으로 활용한다면 한국 차문화는 보다 대중화될 것”이라며 “사찰들은 경제적 자립과 보유 문화유산을 통한 가치 창출을 위해 차 문화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차 문화와 정원문화를 도입한다면 한국 차문화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힐링과 스트레스 해소를 원하는 현대인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박용주 부산대 강사의 ‘<중론> 24장 18게의 의미(意味)에 대한 명제논리적 분석’은 명제논리적 분석을 통해 <중론> 전체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지침을 밝힌 논문이다. 연기와 공성, 가명, 중도의 명제논리식을 제시했으며 각 개념간의 관계를 명확하게 제시하려고 시도했다. 박 강사는 용수가 <중론> 24장 18게에서 ‘연기=공성=가명=중도’를 천명한 것은 연기, 공성, 가명, 중도에 대한 부처님의 교설이 사실은 하나의 진리를 가리킨다는 중요한 불교사상사적 발견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강사는 “용수는 제법실상에 대한 깊은 통찰을 통해 제법실상이 네 가지 개념으로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라고 역설했다.

오랫동안 불교기관에 몸담으며 쌓은 지식과 경험을 살린 재가불자들의 논문도 눈길을 끈다. 불교계 사회복지 현장에서 17년째 활동하고 있는 윤기혁 부산수영구노인복지관장은 국내 사회복지시설의 위험 예방과 대처를 위해 구축한 위험관리시스템을 다룬 첫 번째 박사 논문을 내놨다. 제목은 ‘노인요양시설 위험관리시스템 모형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S노인요양시설의 SQI 활동을 중심으로’. 윤 관장의 논문은 부산 불교계 최초의 실버노인요양시설인 상락정배산실버빌을 대상으로 2013년 4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20개월간 구체적인 사례를 수집, 진행한 연구결과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윤 관장은 “안정된 시설 운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위험관리시스템 구축은 꼭 필요한 과제”라며 “심층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 준 불국토 대표이사 범산스님과 박경일 교수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경기도 광주 퇴촌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보금자리인 나눔의집에서 소장을 맡고 있는 안신권 씨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생애사 연구’를 주제로 동국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부터 나눔의집에서 근무하고 있는 안 소장은 이곳에서 만난 할머니 17명의 생애사를 인권과 복지권으로 나눠 살폈다. 피해자들이 정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전문상담과 사회 적응 복지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을 제안했다. 안 소장은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여성학이나 법학 분야에서 다룬 논문은 많지만 사회복지분야에서 접근한 것은 거의 없다”며 “이번 연구가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복지정책을 수립에 활용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불교신문3089호/2015년3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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