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의한 기억장애

진료실에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호소하며 방문하는 어르신들이 많이 있다. 이전과 달리 깜빡깜빡하는 것이 많다고 하며 치매가 아닐까 걱정이 된다고 외래를 방문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호소 자체가 치매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주관적 기억장애’는 다양한 원인에 의할 수 있으며, 여기에는 정상적인 노화, 우울증, 경도인지장애, 치매 등이 포함된다.

특히 진료실에서는 먼저 우울증으로 인한 것은 아닌지에 살펴보게 된다. 예전에는 우울할 때 나타나는 기억력 저하를 가성 치매(pseudodementia)라고 하였다. 이는 노인 우울증에서 치매와 유사한 인지기능장애가 나타나지만, 가성이라고 언급한 이유는 우울증 치료가 되면 인지기능 저하가 사라져서 이는 치매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우울증에 의한 기억력 저하의 경우 이전에 물건을 둔 위치를 잊어서 찾게 되거나, 어떤 일을 시작하려고 했는지 잊게 된다는 등의 호소가 많다. 이는 집중력, 주의력, 작업기억력 등의 저하와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주의력과 집중력 저하가 원인

우울증 앓은 노인 치매로 진행

뇌영상 인지기능 등 검사 필요

즉, 어떤 것을 기억하는 능력의 문제가 있기 보다는 주위에 대한 주의력을 잘 유지하는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경우들인 경우가 많다. 우울증에서 생각하고 집중하는 힘의 저하가 동반되어 주의를 기울이거나 유지하고 작업을 시작하는 능력의 저하가 잘 동반되기 때문이다.

최근 들었던 일들, 보았던 일들을 잊는 경우는 실제로 ‘최근 기억력’이 저하 되는 바를 시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치매 또는 경도인지장애가 있는지 뇌영상, 인지기능 검사 등을 통해서 잘 살펴보게 된다.

그러나 이처럼 우울증과 치매가 명확하게 분리되지만은 않는다. 우울증에 의한 기억력 저하로 판단된 문제가 우울증 치료가 끝나고 지속되기도 한다. 실제로 우울증을 겪은 노인 환자들이 이후에 치매로 진행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알려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는 우울증이 치매를 유발했는지 아니면 기존의 뇌기능 저하 및 인지기능의 문제를 지닌 노인이 우울증을 겪으면서 치매로의 진행이 더 촉진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즉, 우울증이 반드시 치매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울증을 겪는 경우 향후의 치매가 숨겨져 있다가 더 빨리 드러나거나 문제되는 경우를 잘 살펴 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항우울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인해서 치매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항우울제는 치매 위험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고, 어떤 연구는 항우울제가 오히려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하기도 하였다.

단 항불안제, 수면제 등은 치매 위험을 약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하여서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전문의의 계획된 처방 하에서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억력 저하가 반드시 치매를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 불편감이 어느 이상 지속되는 경우 전문의를 찾아 그 원인을 알아보고 적절한 관리를 받는 것이 필요하겠다.

[불교신문3088호/2015년3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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