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스님의 따뜻한 직설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들은 흔히 ‘소통’과 ‘검색’을 혼돈하기 쉽다. 인터넷을 통해 먼 이웃의 소식을 접하고,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지만 “감정과 사랑을 나누지 못하는 단순한 정보교류는 소통이 아니다”는 법인스님은 “자신을 향해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을 역임하고 현재 참여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법인스님이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을 펴냈다. 여러 언론에 기고했던 칼럼과 스님이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글을 엮은 이 책은 “따듯한 직설”을 통해 우리의 삶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고 있다.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나(붓다)의 말도 의심하라고 했습니다. 사유하며 생각하며 살라는 것입니다. 유태인을 학살한 아이히만의 과거를 조사했더니 매우 성실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왜 엄청난 죄를 저질렀을까요. 바로 사유하기 않았기 때문에 악을 인식하지 못한 것입니다. 조직의 명령에 성실했지만, 사유하지 못한 죄를 범한 것입니다. 다양하게 생각하세요. 낯설게 생각하세요. 관습적 사고와 태도를 버리고 열린 눈으로 세상을 크게 봐야 합니다.”

지난 10일 서울 인사동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법인스님은 “지금 우리가 맞게 살고 있느냐”며 반문했다. 템플스테이를 찾는 젊은이들의 모습도 소개했다. 스님이 머무는 해남 일지암에는 내면의 상처를 입은 청년들이 템플스테이를 위해 찾고 있다.

그 젊은이들을 법인스님은 위로가 아니라 혼을 낸다. 게으르거나 소심하거나, 성실하지 못하거나 한 모습을 질타한다. “쉼이란 깸(깨움, 깨우침)이 함께 해야 한다. 깸을 통해 마음을 바꿀 때 진정한 쉼이 온다”는 스님은 “모두에게 손가락질을 받아 괴로워하는 마을 촌로에게 부처님이 말씀하신 것은 ‘너의 잘못을 고쳐라’라는 질타, 즉 깸이었다.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모습을 바꿀 때 진정한 위로가 된다”고 강조했다. 사유하는 습관을 통해 삶을 바꾸라는 조언이다.

그러면 어쩧게 사유를 할 것인가. 법인스님은 “지금의 나와 사회가 원래 있어온 것인가, 만들어진 것인가를 바로 보는 것에서 사유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상만물이 원래 있었던 것이라는 실체론적, 결정론적 사고는 사회현상을 깊이 사유하고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존재는 상호적 관계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연기론적 사고가 바른 사유의 시작이다. 바른 사유는 바른 수행, 즉 문사수로 나타나게 되고 궁극에는 삶의 질을 변화시켜낸다.

스님은 책에서 그 예로 ‘강남아파트와 해월선사’ 이야기를 들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우유와 신문배달을 할 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금지시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기료를 아끼고, 엘리베이터 이용의 불편함을 해소하겠다는 이유였다.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대부분 갑질 논란, 있는 자의 횡포로 매도했다.

이런 현상이 안타깝다는 스님은 “주민들은 배달부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고, 배달부는 주민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는 서로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강자 약자 구분에서부터 이 문제는 어긋나 있다”고 지적한다. 갈등을 해소할 방법으로 근대 고승이었던 혜월선사의 일화를 독자들에게 선물한다.

혜월선사가 부산의 옥답 다섯 마지기를 팔아 그 돈으로 일꾼을 고용해 산자락 황무지를 일궜다. 그런데 일꾼들이 요령이 생겨 힘들 때마다 스님의 법문을 듣고 싶다며 게으름을 피웠고, 결국 세 마지기만 개간하게 됐다. 이에 제자들이 손해를 보았다며 불평하자 스님은 흡족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보거라. 다섯 마지기 문적옥답은 그대로 있지, 논을 판 돈은 일꾼들이 가져가 먹고 사는데 썼지, 그러고도 없던 밭 세마지기가 생겼으니 얼마나 좋으냐.”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길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작은 이익에 집착하면 우리의 삶이 삭막해진다. 혜월선사는 땅과 농민과 자신을 하나의 몸으로 여기며 살았던 것이다. 선사의 이야기에서 경제적으로 얽혀 있는 우리 모두의 관계를 살펴보자”는 법인스님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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