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총림 방장 지유스님이 동안거 결제 법어에 앞서 잠시 입정을 하고 있다.
제가 이 자리에서 웃음이 난다고 하면 웃어도 좋겠는가. 심각하게 앉아 있는데 스님께서 왜 웃습니까라고 의문이 들 수 있다. 웃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삼동결제를 해제하는 날 어떻게 공부했는지 답이 나왔는가? 나름대로 공부를 해서 심사숙고하고 생각 끝에 답을 찾았어야 한다. 결론이 나왔다고 하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왔는가. 그래서 제가 웃음이 난다는 것이다. 비꼬는 웃음이 아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얻고, 깨달으려고 애를 썼는데, 막상 알고 보니 얻을 것이 없고, 찾을 것이 없다. 이것이 결론이다. 만일 얻을 것이 있는 사람이 얻지 못하면 초조할 것이고, 만일 터득할 사람이 있는데, 터득하지 못하면 마음이 초조할 것이다. 깨칠 것이 있는 사람이 아직 깨닫지 못하면 역시 마음이 초조해지고 안정되지 못할 것이다. 차를 마셔도 고민이고, 일하면서도 고민이다. 마음속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불안할 것이다.

만일 여기서 누가 확실히 알아냈다면 무엇을 알아냈는가. 반야심경에서 무지역무득(無智亦無得)이란 구절이 있다. 무지라는 것은 깨달았다고 하는 지혜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얻고자 노력 했지만 얻을 것이 없다는 의미이다. 그것을 확실히 알아냈어야 한다. 얻을 것이 없으니, 얻어야 할 마음이 대안심(大安心)이고, 대안정(大安定)이다. 그렇게 아는 것이 반야(般若)이다. 석 달 동안 얼마나 애를 썼는지, 지금 각자 마음이 안정한가? 아직까지 불안한가? 초조한가? 흔들리는가?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가. 이름 짓기를 도(道), 불법(佛法), 진리(眞理)라고도 한다. 그게 도대체 무엇인가? 한마디로 심외무불(心外無佛)이다. 마음 밖에 부처가 없고, 마음 밖에 도가 없고, 마음 밖에 진리가 없다.

그러면 마음은 무엇인가? 마음을 도라고 하고, 진리라고 하고, 불법이라고 하고, 심시불이(心是不二)고 한다. 옛날 선사들은 목탁소리 듣고 홀연히 깨달았다. 종소리 듣고 깨달았다고 했다. 범어사에서 오래 주석한 선사 동산스님도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를 듣고 깨달았다고 한다. 그런데 도대체 뭐를 깨달았는가? 자기를 깨달았다는 말이다.

그러면 자기가 무엇인가? 자기가 어디 멀리 있는가? 깨달았거나 못 했거나 항상 자기다. 자기를 깨달았다는 말이다. 나라고 하는 자신은 무엇인가?

그래서 우리가 석달간 자기 나름대로 깊이 생각하고 생각하거 찾는 것이다. 자기 속에 자기를 갖고 있으니, 제일 가까운 곳에 있으니, 멀리 갈 필요 없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기에 생각할 필요도 없다. 제일 가까운 거리, 그런 자리를 두고서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것은 지금까지 배워온 알음알이가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일체사량분별(一切思量分別)이란 장애물 때문에 제일 가까운 자기를 못보고 있다. 그것을 두드려 잡기 위해 선문(禪門)에 들어오면 1700공안(公案)을 갖고 공부하는 것이다. 어느 화두든 결국은 자기를 깨닫게 해주기 위한 것이다. 자기가 자기를 알기에, 누구를 거쳐 누구에서 소개를 받아 자기에게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깨달은 사람은 무엇을 깨달았는가?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고, 깨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있다고 하면 이제까지 없던 것을 얻은 것이고, 깨친 것이 있다면, 이제까지 몰랐던 것은 안 것이다.

차를 마셔도 내가 마시고, 말하고 있어도 내가 말하고, 울고 있어도 내가 울고 있고, 노래를 불러도 내가 부르고, 길을 갈 때도 내가 걷고, 일할 때도 내가 일하고 있다, 모두 내가 하고 있다. 일체처일체심(一切處一切心). 무슨 일을 하더라도 거리낌이 없다. 이게 대안정이다.

이제 확실히 알았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더라도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고 안정이 된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것은 바꿀 수 없는 것이다. 해탈한다고 공중에 날아 다니는 것이 아니다. 해탈은 모든 사로잡혀 있던 감정이나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부처님은 “내가 49년 동안 글귀 하나 말 하나 설한바 없다”고 했다. 흔적이 없는 그 자리가 본래면목이다.

3월4일 부산 범어사 보제루에서 봉행된 ‘금정총림 갑오년 동안거 해제법회’에서 금정총림 방장 지유스님의 법어 내용의 일부를 요약했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