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문학의 현재와 과제 ② 시(詩)

과거 인쇄술이 발달되지 못하고 문맹율이 높던 때, 암송은 내용을 전달하는 가장 보편적인 수단이었다. 암송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시(詩)다. 불교의 가르침도 상당부분이 게송, 즉 시(詩)로 이뤄졌다.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이 되는 단어를 선별해 음율을 더하는 것이 암송에 좋기 때문이다. 또 가타(伽陀, Gatha)라는 부처님이나 보살에 대한 공덕을 찬탄한 노래가 발달했다. 이처럼 찬불은 종교적으로는 중요한 신앙행위이면서 문학적으로는 창작행위라는 의미를 갖는다.

불교문학은 부처님 재세시 게송을 시작으로, 수많은 작품을 남기며 발달하고 있다. 그 백미는 당연 시(詩)다. 불교문학 가운데서도 시 문학은 가장 많은 문인들을 배출한 영역이다. ‘불교 시’란 무엇이며, 현재 어떻게 문단이 형성돼 있는지, 그리고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봤다.

 

국내 문인들의 최대 축제인 만해축전. 매년 8월 열리는 만해축전은 국내 문학의 수준을 몇 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만해마을에서 열린 만해한용운스님 추모문화제.

국내 시인에 대한 통계자료는 없다. 한국시인협회에서 등록회원 목표를 8000명으로 추진한 내용을 바탕으로, 대략 2만5000여 명이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등단하지 않고 활동하는 시인들과 소규모 동아리도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 추정치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표한 2013년 통계에 따르면, 문학부문 신간은 전체 신간도서의 7.8%인 9296종이 발간됐다. 이중 1877권의 시집이 발간 됐는데, 1689권은 개인의 문집이고 188권이 동인지와 수상작 모음집 등이었다. 개인 시집 가운데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이 80여 권에 불과한 현실을 볼 때 96%의 도서가 시인들의 자비로 출간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 전문 월간지 <유심> 홍사성 주간은 “시집을 사서 읽는 인구는 거의 없다. 시인들이 문학적 성취가 어느 정도 이뤄졌을 때 단행본으로 엮어 지인들에게 보내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불자 시인들의 활동은 어느 정도일까. 현대불교문인협회를 이끌고 있는 혜관스님은 “스님들 가운데 시인으로는 50여 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현대불교문인협회 회원이 600여 명에 달한다”고 밝히고 “가톨릭 시인들의 활동이 가장 활발하고, 개신교는 시인협회가 오래 됐지만 활동력은 약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스님은 “반면 많은 시인들이 종교와 무관하게 불교의 사상을 받아들이고, 불교미술을 소재로 글을 쓴다. 자연과 삶을 관조하는 시의 특성상 불교의 가치관은 시인들에게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유심> 홍사성 주간도 “월간 유심에 작품을 수록하는 사람들을 불자로 한정짓지 않고 있다. 모든 사람을 포용하되 작품성을 중요시 한다”며 “타종교인이 쓴 시 작품에서도 불교적 사유와 철학이 내재된 글을 자주 접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같은 의견을 볼 때 불자 시인들이 발표하거나 불교에서 주제나 소재를 찾은 다양한 시들이 매년 수천편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불자 시인들의 글을 전문적으로 담아 낼 그릇”이 적다는 점이다. 혜관스님은 “계간으로 발행되는 <불교문예>의 경우 무산스님의 후원과 종단의 지원금으로 겨우 유지되고 있다”고 밝히고 “시문학을 알리고 공유한다는 자부심이 아니라면 도저히 이어가기 힘든 것이 문예지 발간”이라고 지적했다. 스님은 “불자 시인들의 창작작품을 발표할 문예지가 늘어나야 불교 시문학도 활성화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홍사성 주간도 “창작과비평, 문학사상, 현대문학 등 몇몇 출판사에서 단행본 발행 이익으로 문예지를 발간하고 있다”고 전하고 “불교계는 홍신성 시인이 발행하는 <문학 선>, 한국불교문인협회가 발행하는 계간지 <불교문예>, 선진규 선생이 펴내는 계간지 <한국불교문학> 정도가 있다.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시인들이 자신의 글을 공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 문예지다. 문예지가 활성화되면 불자 문인들의 활동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평론가인 이민호 시인이 지난해 연말 한 문예지를 통해 발표한 시 부문 자료를 보면 국내 문인들에게 알려진 문예잡지 80여 종 가운데 불교는 3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자 문인들을 격려하는 또 다른 방법의 하나는 문학상 시상이다. 만해대상 문학부문을 비롯해 2013년 수여된 문학상은 390여 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시ㆍ시조는 103종이며, 소설 44종, 아동 38종, 수필 14종, 평론과 번역 등 26종으로 조사됐다. 종합적 성격의 문학상이 166종.

문학상 가운데 절반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문학관과 문인협회 지부에서 수여하고 있으며, 불교계는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매년 8월 개최하는 만해대상 문학부문과 한국불교문인협회가 실시하는 불교문학대상, 시민불교문학상, 월탄문학상, 그리고 조계종이 운영하는 한국불교문학상이 있다.

문태준 시인은 “문학상은 문인들을 격려하고, 창작활동을 활성화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며 “사찰에서 상금이 크지 않더라도 다양한 문학상을 제정해 문인들을 격려한다면, 시인들의 활동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문학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문인들을 격려한다면 불교를 주제·소재로 한 시 창작이 더욱 활성화 될 것이다. 일예로 미당 서정주 선생이 선운사를 시로 쓰면서 사찰이 더욱 유명해진 것처럼, 불교에 대한 포교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많은 불자 시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반면 이들의 글을 담아줄 그릇, 전문 문예지의 부족과 문학상 등을 통해 지역문인들을 격려하려는 노력이 불교 시문단의 과제로 지적된다.

수행자 눈으로 세상을 보다

시인으로 유명한 스님들

오랫동안 시를 통해 수행자의 마음을 표현한 스님들은 누가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문인으로 무산스님을 꼽을 수 있다. 속명 조오현으로 더 잘 알려진 무산스님은 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이끌고 있으며, 월간 <유심>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불교적 세계관을 깊이 있는 시로 담아내고 있다.

조계종 원로의원 성파스님은 1984년 성파시조문학상을 제정한데 이어 1985년 영남시조백일장을 개최하며 영남지역 시조 문단을 이끌어 오고 있다. 또 조계종 전계대화상 성우스님은 1970년 월간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197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산란’이 당선되면서 활발한 문학활동을 해왔다. 1994년 정운 시조문학상을 수상했다.

불교인권위원장 진관스님은 1974년 <시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1982년 <현대문학>에서 시조로도 등단했다. <까마귀 우는 산> <내 마음 깊은 골에> 등 다수의 시집이 있다. 조계종 교육원장을 역임한 청화스님의 시도 유명하다. 불교신문 신춘문예(1977년)와 한국일보 신춘문예(1978년)로 잇따라 등단한 스님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와 산문집 <돌을 꽃이라 부른다면> 등을 다수 출간했다.

경기 가평 대원사에 주석하고 있는 승한스님은 198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데 이어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로 등단했다. 시집 <수렵도> 동화집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 산문집 <나를 치유하는 산사기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름다운 글을 발표했다. 국제구호단체인 위드아시아 이사장 지원스님은 1986년 <문학공간>으로 등단했으며 수행자의 깊이를 담은 시집 <걸망도 내려놓고 마음도 내려놓고> 등을 펴냈다.

<불교문예> 발행인은 혜관스님은 1990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불교계 시문단을 이끌고 있다. 현대불교문인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로담스님의 시도 유명하다. 1991년 <문학공간>으로 등단했다. 같은 해 <문학공간>으로 등단한 산청 정취암 수완스님은 <지리산에는 바다가 있다> 등의 시집을 통해 수행자가 세상을 보는 마음을 소개한 바 있다.

비구니 스님으로 조계종 문화국장을 역임한 혜조스님은 199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엉겅퀴 붉은 향> <너를 위하여 밝혀 둔 작은 램프 하나> 등의 시집을 펴냈다.

시인 효림스님은 2002년 늦게 <유심>으로 등단했지만 그동안 많은 창작활동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그늘도 꽃그늘>을 통해 깊이 있는 불교적 철학과 삶의 모습을 담은 시를 쓴다는 평을 받고 있다.

태백산 토굴에서 정진하고 있는 현송스님(2002년 불교문예 신인상으로 등단)과 199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만우스님도 불교문인의 뒤를 잇고 있는 시인이다.

[불교신문3085호/2015년3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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