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병장수‧한해 안녕 기원

정월대보름을 하루 앞둔 3월4일 부안 능가산 내소사와 석포리 입암마을에서 무병장수와 한해 풍년을 기원하는 당산제가 열렸다.

해마다 사찰 측과 마을주민들이 함께 지내는 ‘내소사 석포리당산제’는 불교 신앙과 토속 신앙이 결합한 형태로 사찰 경내에 자리한 할머니 당산(수령 1000년‧느티나무)과 일주문 앞 입암마을 입구에 위치한 할아버지 당산(수령 700년‧느티나무)에 새끼줄을 꼬아 금줄을 치고 제를 지내는 행사다.

이날 오전 할머니 당산 앞에는 사찰측이 정성 들여 마련한 떡과 과일, 나물 등의 재물이 차려진 가운데 스님들의 독송과 바라춤으로 당산제의 막이 올랐다.

풍물패의 신명난 가락이 흥을 돋는 가운데 마을 사람들은 새끼줄을 꼬아 만든 용줄을 어깨에 메고 당산나무를 주위를 돌았다. 이어 당산나무에 옷을 입히는 의식인 용줄감기를 하며 마을의 안녕과 한해의 풍년을 빌었다.

오후에는 일주문 앞 입암마을 입구에 위치한 할아버지 당산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통 유교식 제례가 진행됐다. 제복을 차려 입은 제관들은 경건하게 제를 올리며 마을의 무사태평을 기원했다.

마을 사람들은 제례를 올린 후 농악 가락과 함께 용줄로 줄다리기를 펼치고 음식과 덕담을 나누는 화합의 시간을 가졌다. 조용하던 마을이 모처럼 시끌벅적한 웃음소리와 신명난 풍물 소리로 소란스러워졌다.

내소사 석포리 당산제는 1980년대 후반까지 사찰측이 주도해왔으나 사실상 맥이 끊기면서 마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당산제를 지내왔다. 이후 내소사 주지 진학스님의 노력 끝에 2009년부터 사찰이 함께 참여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내소사 주지 진학스님은 “당산나무는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자 애환을 함께하는 마을공동체의 상징”이라며 “옛부터 노목을 정신적 지주이자 숭배의 대상으로 생각한 것은 오랜 세월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자족하고 베풀 줄 아는 덕을 기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내소사 석포리 당산제는 2014년 문화관광부 우수당산제로 선정됐으며, 전북도 무형문화재 등록을 추진할 예정이다.

[불교신문3087호/2015년3월11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