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역명 제정 철회 요구에 입장 표명

실천불교전국승가회가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역명 철회 요구를 하고 있는 일부 개신교 단체와 언론에게 편협한 비판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상임대표 퇴휴스님)은 오늘(3월4일) 발표한 성명에서 “역사학자와 향토사학자 등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서울시지명위원회가 3차례 심의를 통해 봉은사역을 적법하게 지정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종교인들이 편협한 시각으로 철회요구를 하고 있는 현실이 심히 우려된다”면서 “일부 종교가 편협한 문제제기와 비판을 자행하는 것에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봉은사는 1200년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사찰로서 강남개발 이전부터 지역 중심 도량이자 민중들의 의지처로 기능해왔다”면서 “서울시가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명을 확정해 고시한 것은 한국 전통문화와 지역 특수성 등 객관적이며 공정하게 결정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사안을 종교 간 갈등 양상으로 몰아가고 있는 일부 개신교 단체와 언론에 대해서 무책임한 행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지역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무시한 일부 종교인들의
편협한 비판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지정에 대한 실천불교전국승가회의 입장-

실천불교전국승가회(상임대표 퇴휴, 이하 본 회)는 서울시가 지하철 9호선의 ‘봉은사’ 역명을 확정/고시한 것에 대해 일부 종교인들이 편협한 시각으로 철회요구를 하고 있는 현실에 심히 우려를 표하는 바이다. 또한 이번 사안을 종교 간 갈등의 양상으로 몰아가고 있는 일부 개신교 단체와 언론에 대해서도 무책임한 행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봉은사 역명 지정은 해당 지역의 전통문화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결정이다. 서울시는 역사학자, 향토사학자 등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서울시지명위원회의 3차례 심의를 통해 ‘봉은사’ 역명을 적법하게 지정하였다. 봉은사는 794년 신라시대 연회국사가 창건한 1200여년 역사의 유서 깊은 사찰로서 문화재급 불교경판 3,479판과 추사 김정희 선생이 쓴 현판을 보유한 문화재의 보고(寶庫)이다. 또한 강남개발이 이루어지기 전부터 지역의 중심도량이자 민중들의 의지처로서 기능하였다. 더불어 현재 코엑스와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등 주변 지역의 토지 역시 봉은사와 1700년 한국불교의 소중한 자산이었다. 이후 이 방대한 토지가 강남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정부에 헐값으로 수용된 아픈 역사를 봉은사는 지니고 있다.

이런 특수성을 무시한 채 ‘봉은사역’명 지정을 종교편향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부 종교인과 단체들의 일방적인 비판에 큰 우려를 표하는 바이다. 이들 단체들은 우리 민중 그리고 전통문화 속에서 찬연하게 살아 숨 쉰 봉은사와 한국불교의 전통을 무시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일부 개신교계 언론이 봉은사역명 철회의 근거로 봉은사의 친일 행적을 문제 삼는 것은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함의 소치이다. 일제는 사찰령을 통해 한국불교를 통제하였으며 이런 억압에 의해 전국의 사찰과 스님들 역시 1700년 한국불교의 맥을 지키고 이어나가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봉은사가 ‘일제 강점기 경기도 선종의 총본산’이라는 주장 역시 일제의 31개 본산 지정이라는 강압에 의한 것으로 한국불교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한국불교의 명맥을 이어나가기 위해 일제에 강압적인 결정에 수동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분별한 비판을 진행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한국불교 역시 해방이후 과거의 허물을 벗고 왜색불교를 청산하기 위해 정화운동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일부 개신교계 언론의 주장은 더더욱 공허하다.

우리의 소중한 전통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찬란한 전통문화를 수호/선양하는 것은 후대의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이다. 따라서 지역의 역사와 전통에 기반해 지하철역 등 공공시설을 명명하고 후대에게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서울시 역시 이런 점을 고려해 ‘봉은사’ 역명을 확정/고시한 것이다. 1호선 망월사역, 부산지하철 범어사역 등도 이런 역사와 전통에 근거해 사찰이름을 역명에 포함시킨 것이다.

따라서 본 회는 향후 봉은사역명 지정 문제는 물론 한국의 전통문화와 지역의 특수성 등 객관적이며 공정하게 결정되는 여러 사안에 관해 일부 종교가 편협한 문제제기와 비판을 자행하는 것에 적극 대처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불교와 우리의 전통문화 수호를 위해서도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불기2559(2015)년 3월 4일

실천불교전국승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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