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문화공간으로 도회지 포교앞장

함양 대운사 부산포교당 

능엄경 공부바탕으로

천일기도 원만 회향 

문학·음악·예술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 마련 

절에 가자고 했다. 함양 대운사라 했다. 범어사 말사란다. 주지 스님은 비구니 스님이라 한다. 그런데 부산 송정해수욕장을 들먹였다. 거기다 북카페가 나오고 쿠무다가 나왔다.

절에 가자고 해놓고 해수욕장, 북카페라니. 쿠무다는 또 뭐야? 도대체 무슨 말이냐는 생각이 오락가락 했다. 그래, 가보면 알겠지라고 마음먹고 나섰다. 송정으로 길을 잡았다. 북카페 쿠무다를 찾아갔다. 우선 쿠무다가 무슨 말인지부터 알아야했다. 산스크리트로 ‘하얀연꽃’이란다.

해운대에서 송정터널을 지나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 그리 급하지 않은 경사진 길을 따라 올라갔다. ‘송정해수욕장’이라 쓴 커다란 입간판이 보였다. 그 안내판 옆에 쿠무다(KUMUDA)가 있다. 2층 현대식 건물이다. 아담하고 예쁜 건물은 양장차림의 우아한 여성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1층은 북카페요, 2층은 법당과 불교학당이다. 대운사 주지 주석스님이 마련한 대운사 부산포교당이라 하면 얼른 알아듣게 된다. 참 별난 포교당이라 생각하면서 북카페에 들어갔다. 커피향이 코를 자극한다. 실내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의자가 참 편안하다. 공간에 마련된 책장에는 가지런히 여러 종류의 책들이 꽃혀 있다. 1층 또 다른 공간에는 다양한 회화 작품들과 공예품이 상설 전시되어 있는 작은 갤러리도 있다.

커피 한 잔을 탁자에 놓고 상큼한 향내를 맡으며 책장을 넘긴다. 그래! 아무리 먹고 살기에 바빠 이리저리 허겁지겁 내달리는 게 우리네 삶이라지만 간혹 이 정도의 여유를 갖는 것이 얼마나 좋으랴 싶다. 아니 이런 한가한 시간도 없다면 그런 생활은 정말 빡빡하기 이를 데 없어 사는 맛이 없지 않나는 생각이 들었다.

스님을 뵈었다. 불쑥 물었다. 산중에 사는 스님이 도시에 이런 공간을 마련한 연유를 물었다. 스님 말씀은 간단했다. “차 한 잔 마시고 그리고…, 그저 편안하게 쉬다가 가시라고요.” 참 간단했고 싱거운 말같이 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게 아님 또한 알게 됐다. 이 정도의 복합문화공간을 꾸리기까지의 숱한 어려움을 접어두고 하신 말씀이다.

“부산이 내 고향입니다. 어릴 때 부산 영도의 백운사에 할머니 손을 잡고 자주 갔었어요. 그 절 스님은 나를 유발상좌라고 했지요. 고등학교를 졸업한 19살 때 법주사 수정암에 가서 승일(勝日)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어요.” 그때가 1988년. 수정암은 법주사 선방이다. 동학사 강원에서 능엄경을 열심히 공부했다. 강원에서 경전공부를 마치고 나니 ‘기도를 하고 싶어’ 천일기도에 들어갔단다. 신묘장구대다라니 기도를 4분 정근(1일 4회 기도)으로 하루에 천독(千讀)을 했다. 천일기도를 마치고 나니 몸무게가 18kg이나 줄었단다. 그 후 동국대학교 선학과와 영남대학교 대학원에서 학업을 마쳤다.

“절에 온지 수십년이 지나서 부처님의 말씀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알게 되었어요.” 불교방송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의 진행자로 많은 청취자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스님은 이제 당신의 수행력을 바탕으로 불교와 문학, 공연(북 콘서트), 전시를 접목하는 ‘북카페 쿠무다’에서 새로운 대중문화공간(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아 불법을 널리 펴고 있다.

[불교신문3085호/2015년3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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