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약복용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을 찾는 많은 환자들이 갖는 두려움 중의 하나는 소위 말하는 ‘정신과 약’에 대한 것이다. 불안감, 우울감, 예민함, 환각 등 생각하고 느끼는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커져서 정신과 진료실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도 투약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이를 주저하게 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주변에서 정신과 약을 먹는 사람을 보았는데 바보같이 되어 가면서도 복용을 계속 하여 사는 것이 더 힘들어 졌다거나, 정신과 약을 먹으면 중독이 되어서 약을 끊지 못하고 더 많은 양의 약을 먹게 된다는 말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진료실에서 자주 전해 듣는다.

정신과 질환 중에서 재발 방지 및 증상 관리를 위해서 장기적인 투약 유지가 필요한 경우들이 있다. 이 경우 큰 문제 중의 하나가 ‘투약 순응도’의 문제이다. 즉, 유지 치료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임의로 투약을 조절하거나 중단하는 경우 문제가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진료의는 투약 유지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유지 치료의 이점과 가능한 부작용을 설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들이 증상이 좋아지기 시작하면 임의로 중단하곤 한다.

약 자체에 대한 중독 극히 드물어

계획된 처방으로 의존성 극복해

다시 생각해 보면, ‘정신과 약에 중독된다면 오히려 약을 계속 찾아야 할텐데 왜 임의로 중단하게 될까?’라고 자문해 볼 수 있다. ‘정신과 약’ 자체에 중독이 되어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서 더 많은 용량으로 더 자주 약을 먹게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소위 말하는 ‘정신과 약’은 하나로 표현될 수 없다. 항우울제도 10종 이상의 약제가 있으며, 항정신병약물, 기분조절제, 항불안제 등 각 영역의 다양한 약물들이 있다. 현재도 신약이 개발되어 출시되고 있으니 그 종류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증상 및 경과에 따라서 용량, 병용 등을 달리 처방하니 가능한 처방의 조합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으며, 부작용도 개별화가 된다.

물론, 항불안제 및 수면제 계통 약제의 경우 의존성이 있다. 의존성을 극복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계획된 처방에 따라 치료를 받아 증상의 호전을 확실히 하는 것이다. 즉, 약을 임의로 조절하면서 증상이 해소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경우 오히려 해당 약제에 더 의존하게 된다. 적절한 수준의 투약을 통해서 증상 조절이 잘 되면 이후 단계별로 약제들의 감량 및 조정이 가능하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항우울제 등을 포함한 몇몇 약제들은 신경세포 신생을 도우며 뇌신경세포 보호효능을 지녀 장기 복용의 이점 또한 있다. 물론 장기복용에 따른 부작용들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고민과 관리가 필요하다. 최선의 처방과 이에 대한 환자의 노력은 환자와 의사 사이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다.

일방적인 지침으로 이루어진 처방이 능사는 아니며, 의사는 최선의 적절한 선택을 해야 하며 환자는 처방에 대해서 담당의와 의논하고 이에 따라 치료를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신과 진료의 가장 큰 목표는 ‘편안한 삶의 영위’다. 완벽할 수 없지만 약제는 이를 돕기 위한 도구 중 하나이며 이 과정에서 문제점은 전문의 진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불교신문3086호/2015년3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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