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집, 3·1절 맞아 위안부 추모재 및 유족회 발족

“내 어릴 적 13살 추억 어디갔나. 내 나라 빼앗기고 몸도 빼앗겼네. 천리타고 끌려가 밤낮으로 짓밟혔네. 오늘도 아리랑 눈물 쏟는 아리랑. 내 꿈을 돌려다오. 내 청춘 돌려주오.”

지난해 타계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배춘희 할머니(91)가 즐겨 부르던 ‘소녀 아리랑’이 흘러나오자 박옥선(93), 이옥선(89) 할머니가 눈물을 흘렸다.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이사장 월주스님)이 3·1절을 하루 앞둔 오늘(2월28일) 오전10시30분 야외광장에서 배춘희 할머니를 비롯해 고인이 된 피해 할머니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재를 봉행했다. 고령이 된 할머니들의 추모사업과 증언활동을 돕기 위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유족회’ 발족식도 함께 열렸다.

이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나눔의집 원장 원행스님(중앙승가대 총장)을 비롯해 황인자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원자, 자원봉사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원행스님은 추모사에서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를 듣지 못하고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하면 안타깝다”면서 “반인륜적 범죄로 인해 짓밟힌 20만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추모사와 황인자 의원의 애도사에 이어 배춘희 할머니 약력 소개, 헌화, 유족회 발족, 오는 3월 일본 정부에게 법적책임을 묻는 미국 연방법원에 대한 소송 보고, 가스안전장치 개발회사 (주)이앤이노베이션과의 후원 협약,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심청가 보유자 김태희 명창의 추모 공연 등이 진행됐다.

이날 ‘유족회’ 발족식에서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은 “평균 나이 90세에 달하는 피해 할머니들을 도와 추모사업과 증언활동을 펼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힘을 모아 유족회 발족을 논의했다”면서 “일본의 전쟁 범죄를 고발하고 공식사과와 법적배상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족회’는 나눔의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최고령자인 정복수(100) 할머니를 비롯해 10명의 피해자 분들과 고인이 된 최선순, 김순덕 할머니 가족 등 총 14명으로 구성됐으며 점차적으로 인원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나눔의집은 오는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일본 정부와 기업, 왕실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한다. 한국과 일본이 아닌 제3국에서 소송을 제기해 국제법상의 인도적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정세' 김형진 변호사는 “극악범죄를 저지른 일본을 국제법정에 세워 할머니들의 원한을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원행스님의 노력에 감사하며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분들도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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