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 탄생 100주년 기념 시낭송회

미당 서정주 선생의 시세계를 소개하고 있는 이남호 문학평론가

“괜찬타. 괜찬타/ 수부룩이 내려오는 눈발 속에서는/ 까투리 매추래기 새끼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괜찬타 괜찬타…”(내리는 눈발 속에서) “…무어라 이 강물은 다시 풀리어/ 이 햇빛 이 물결을 내게 주는가/ 저 멈둘레나 쑥니풀 같은 것들/ 또 한 번 고개 숙여 보라 함인가…”(풀리는 한강 가에서)

배우 오연경 씨와 윤석화 씨가 미당 서정주 시인의 시를 낭송하자 이해랑예술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이어 전무송, 손숙 등 중견 배우가 잇따라 미당의 시 ‘나의 시’ 와 ‘상리과원’을 낭송했다.

미당 서정주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시낭송공연이 지난 2월26일 동국대학교 이혜랑예술극장에서 500여 대중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동국대학교와 사단법인 미당기념사업회 주관으로 매년 진행되고 있는 시 낭송회는 올해 미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성대하게 마련됐다.

미당의 시를 낭송하고 있는 배우 윤석화

유자효 시인의 사회로 약 2시간 동안 열린 시낭송회에서 이남호 문학평론가는 “미당은 새로운 시집을 낼때마다 새로운 시적 세계를 창조했다. <신라초> <동천> <질마재 신화> 등 시집은 국보급 문화재”라고 평가하고 “미당의 시를 읽으면서 우리말의 가장 아름다운 꼴을 만나고, 우리 겨레가 지닌 독특한 심성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다. 미당의 시는 20세기 한국인들이 받은 가장 큰 선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시영 시인의 ‘동천’과 ‘선운사 동구’ 낭송을 시작으로 열린 이날 시낭송 공연은 장사익, 방정욱 명창 등의 노래와 명사들의 미당시 낭송으로 진행됐다. 김원 미당기념사업회 이사장은 “한편의 시가 주는 감동은 스님의 법문과 또 다른 차원에서 우리들의 고단한 영혼을 보듬어 준다”며 “시를 통해 삶을 사랑하는 간절한 마음이 가슴속에서 번져나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1915년 5월18일 전북 고창에서 태어난 미당 서정주 선생은 1933년 개운사 대원암에서 석전영호스님을 모시고 수학했다. 경성 중앙불교전문학교를 중퇴하고, 같은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벽’이 당선돼 문단에 등단했으며, 김동리 오장환 김광균 등과 함께 <시인부락>을 창간하며 활발한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서라벌 예술대학과 동국대학교 교수로 후학을 양성했으며, ‘선운사 동구’ ‘국화 옆에서’ 등 뛰어난 작품을 남기고 2000년 12월24일 별세했다. 

[불교신문3085호/2015년3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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